제25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전 《허윤희: 가득찬 빔》
제25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 허윤희의 개인전 《가득찬 빔Beams of Emptiness》이 11월 4일부터 2026년 2월 22일까지 대구미술관에서 열린다. 1968년생 허윤희 작가는 인간 존재의 근원과 자연의 순환을 탐구하며, 실존적 사유와 생태적 감각을 결합한 독자적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나무를 태워 만든 목탄을 주 매체로 삼아, 그리기와 지우기의 반복을 통해 삶의 흔적을 회화적 행위이자 수행의 과정으로 확장해왔다.
독일 유학 시절, 타국에서의 고립감과 언어로 인한 소통의 단절 속에서 작가는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삶의 유한성을 질문할 수 있었다. 이 시기부터 시작된 대형 목탄 벽화는 신체의 움직임과 시간의 흐름을 화면에 쌓아가는 수행이자 존재의 기록이 되었다.
귀국 이후 작가는 시선을 자연과 생명으로 확장해 재난, 환경 파괴, 멸종 위기 등 동시대의 생태적 현실을 성찰한다. 또한 일기 형식의 연작을 통해 일상을 관찰하고 자연의 시간을 기록하며, 예술을 삶과 분리하지 않는 수행적 실천으로 이어간다. 허윤희의 예술은 찰나와 영원의 경계에서 존재와 자연의 관계를 묻고, 사라짐 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생명의 본질을 비춘다.
전시 제목 ‘가득찬 빔’은 작가가 직접 쓴 동명의 시와 작품에서 비롯되었다. 채움과 비움, 생성과 소멸의 순환을 담은 이 말은 작가의 예술관을 함축하며, 사라짐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태도를 드러낸다.
이 전시는 존재의 탐색에서 생명의 순환, 그리고 생태의 사유로 이어지는 작가의 여정을 따라간다. 유학 시절의 내면적 실존 탐구에서 시작해 목탄 벽화의 신체적 수행을 거쳐 생태와 삶의 관계를 사유하는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허윤희: 가득찬 빔》은 우리에게 인간과 자연, 삶과 예술의 관계를 새롭게 사유하길 제안한다.
제 26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 이명미(1950) 작가의 시상식이 앞서 대구미술관 강당에서 개최되었다. 1950년 대구에서 태어난 이명미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대학 교육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74년 대구현대미술제, 1975년 35/128 그룹 등에 참여한 대표적인 여성 화가로, 현재까지도 끊임없는 작업 활동으로 수많은 개인전과 단체전에 활발히 참여해 왔다.
이재성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이 시상했으며 김영동 이인성미술상 심사위원 대표는 “이명미 작가는 1974년 대구현대미술제 창립에 여성 작가로 참여해 일찍이 도전적이고 참신한 상상력과 발랄한 색채감각으로 개성 있는 회화 세계를 구축, 예술성과 실험성을 함께 갖춘 작가로서 동시대성을 획득했다.”라고 평했다.
이명미 작가는 수상소감에서 “작업에 대한 기대와 격려로 받아들였고, 더욱 심화하라는 뜻이라 생각한다.”라며 “안주해 있어도 좋을 나이지만 앞으로의 작업은 마지막 구간을 돌고 있다고 생각하며, 다시 저에게 드라이브를 걸어보기로 했다.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전시를 선보이겠다.”라고 말했다.
작성 김영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