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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원래 그런 거야”라는 말을 통해 우리의 미래도서관을 탐구하다

최재훈

아리스토텔레스는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한 바 있다. 나은 결과를 기대한다면 다른 시도를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회사나 조직에서 무언가를 시도할 때 기존 레퍼런스를 찾는다. 과정을 살피며 반복되는 실수를 피하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보려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일하는 사람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매년 사회적 환경이 달라졌는데 어떻게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일까? 우리는 나름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원래 그래”라는 과거의 인식이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 구술사에서는 이를 집단적 기억이라고 한다. 집단적 기억은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든 생각이다. 좋고 나쁨을 떠나서 사회적으로 고착된 그 기억에서 벗어난 행위를 하면 ‘위험하다’라는 무의식이 우리를 지배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과는 반대로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만 미치지 않는 짓이 된다.



서초구립반포도서관 ‘2022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포스터


우리나라의 도서관에 대한 집단 기억은 도서관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아침에 줄을 서 있는 지점에 머물고 있다. “원래 그런 거야”라고 되어버린 집단적 기억은 가파른 성장과 앞만 보고 달려온 사회적 현상에서 맥락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대표 도서관인 중앙도서관은 일제강점기에 세워졌고 해방 이후 본격적으로 무언가를 해보기도 전에 군사정권을 맞이했으며 지역의 도서관들은 새마을 운동과 함께 국민을 계몽하는데 몰두하며 직선으로 앞만 보며 달려왔다. 여유가 없었다. 즐기면 도덕적으로 큰 흠이라도 생길 것만 같았다.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뛰거나 사람들이 대화를 하고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라도 나면 당장 조용히 시키는 엄숙한 환경으로 되돌리는 게 당연하였다. 그러나 사회가 급속도로 변화하고 메타버스와 NFT 기술이 예술과 만나며 도서관에 꽂혀진 책보다 유튜브에 정보가 더 많은 지금도 도서관이 ‘원래 그런 것처럼’ 이여야 할까? 엄숙한 도서관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프랑스의 미테랑 도서관, 싱가포르의 예술 전문 국가도서관인 에스플러네이드해변도서관, 생활방식을 제안했던 일본의 다케오시립도서관, 혁신적인 서비스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미국의 도서관 등 외국에서 도서관은 자긍심과 시민사회로 이어지는 문화기관의 선두에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도서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도서관이 지역의 기록을 담당하거나 지역축제를 주관하거나 지역 커뮤니티 공간을 담당하며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공약과 성과로 공공도서관 개관이 공공연하게 내세워진다. 외국의 도서관에 비해 우리 도서관이 부족한 것은 멋드러진 건물이 아니라 우리가 사회적으로 인식하는 도서관에 대한 집단 기억이다.

최근의 도서관은 예술인과 협업하여 ‘길 위의 인문학’, ‘독서아카데미’ 등의 지원사업을 진행한다. 예술인들은 강사로 참여하거나 참여자가 될 수 있고 매달 문화가 있는 날에 행사 주체가 되기도 한다. 예술인파견사업으로 도서관에 파견되기도 하고, 도서관 상주 작가로 활동하기도 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도서관에서는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을 비롯하여 다양한 예술가를 초청하여 강연·전시·공연·축제 등을 진행한다. 지금은 이러한 노력을 통해 예술과 대중이 소통하고 그 만남을 누리는 곳으로 공공도서관의 인식이 확대되어 가는 과도기다.
인도의 유명한 학자 S. R. 랑가나단은 도서관을 성장하는 유기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성장하는 유기체는 “원래 그런 거야”를 답습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시민과 사회와 호흡하며 같이 성장하는 것이다. 도서관이 문화적 놀이터가 될 수 있는 기억으로의 전환을 꿈꿔본다.




- 최재훈(1977- ) 추계예술대 동양화과·동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한성대 문헌정보학과 박사 과정. 전시기획 및 저술. 2014년부터는 지역의 공공도서관에서 ‘도서관에 문화를 심다’라는 슬로건으로 도서관 문화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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