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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바람이 불어도 반짝이는 조각

조광석

Jeff KOONS, balloon dog blue, 2000-



코로나 19 팬데믹 속에 세계 경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국내 아트페어가 성공적이라 한다. 국내외의 정세에 비추어 볼 때 경제가 정상적인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희망으로 보인다. 전염병은 동시대 사람들에게 특이한 교훈을 남겼다. 위기감은 이제까지 소비 행태에 대한 반성이 조금이나마 있는 것같이 보였다. 경제활동을 제한했을 때 소비 침체는 한때 경제 파산으로 번질 것 같은 분위기이었지만 최근에는 불안함을 여전히 간직한 채 그러한 위기를 벗어나서 새로운 사회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아트페어가 대중적인 관심을 끌어들이면서 상업적인 성공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트페어는 대중의 관심을 끌어들이기 위해 축제 분위기 같은 프로모션을 하고, 전시되는 작품의 성격은 대중이 받아들이기 쉬운 가격과 내용을 지향한다. 그와 같은 흥행으로 많은 사람이 미술작품에 흥미를 느끼고 수집한다면 우리 미술계의 발전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미술계를 위해서는 바람직하지만, 흥행이나 유행에 의존하는 예술형식이 얼마나 지속적일 수 있는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한 의심은 여전히 남아있다.

미술작품에 대한 일반적인 관심은 서구와 비교해서 우리나라가 더욱 미약하다. 그 원인은 우리나라 근대사에서 나타나듯이 스스로에 의한 문호개방이나 개혁이 없이 20세기를 맞이하면서 지식인 계층의 몰락과 20세기 동안 계속되었던 이데올로기 논쟁과 함께한다. 아직 동시대 미술이 모더니즘의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볼 때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모더니즘 미술은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한창일 때 도입되어 활성화되었고 예술가들 사이에 통용되는 주관적 언어에 한정되어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었다. 근래 그러한 작품이나 경향들이 사람들에게 이목을 끄는 현상은 작품에 대한 이해보다 투자에 더욱 관심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현상은 아트페어와 옥션의 흥행 성공과 관련이 깊다. 미술계를 위해 좋은 일이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예술의 이해 측면으로서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모더니즘 미술과 함께 하였던 팝아트도 흥행을 기반으로 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국제적인 아트페어에서 흥행을 기반으로 성공한 작가는 제프 쿤스(Jeff KOONS)일 것이다. 그를 성공으로 이끈 기회는 2008년 9월 프랑스 파리 근교 베르사유궁에서 80년대 이후 작품을 전시하면서이다. 이 전시는 아트페어는 아니지만 대중의 흥미를 끌어들이기에 충분하였다. 쿤스의 작품들은 플라스틱 꽃이나 토끼 풍선 인형, 도자기 기념품을 모방한 조각, 어린아이들 장난감에서 볼 수 있는 귀여운 것들을 확대한 것들이다.

그는 이미 잘 알려진 작가로 평가받고 있었지만 키치화 되어가는 작품의 경향에 대해 일부에서는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었다. 그 같은 비판은 그 가치에 대한 모호함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장난감들을 연상하게 하는 재현된 오브제들을 궁 안에 전시하면서 관람객들은 관광지의 분위기와 함께 흥행에 성공한다. 전시 기획자는 미술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쿤스는 이후 여러 가지 새로운 계획도 내놓게 된다. 그러나 이후 작품들은 그리 성공하지 못한다. 미술작품을 재미있게 구경할 수 있는 이 전시는 기존의 화이트 큐브를 벗어나 전시형식의 변화를 암시하면서 그와 함께 쿤스의 작품에 대한 가치를 재확인해주는 결과를 낳게 된다. 

쿤스의 인기 있는 작품은 색이 입혀진 스테인리스 작품들이다. 스테인리스는 금, 은과 비교해서 값싼 재질의 대명사로서 일반적으로 저속한 느낌을 버릴 수 없는 재료이다. 그 특징 중 하나가 반짝거림이다. 스테인리스의 광택은 소비사회의 상품화를 기반으로 알레고리가 없는 중성화된 강박관념을 나타낸다. 스테인리스 재질의 거부감은 변하지 않는 색상과 반짝거림이다. 이러한 반짝거림은 공장 생산품처럼 가벼움을 버릴 수 없지만 흠집 하나 없는 작품에서 고도의 테크닉이 강조되게 된다. 작품에서 금속성 반짝임은 ‘새로운 종류의 김빠짐이나 깊이 없음, 문자 그대로의 피상성이다’라고 프레드릭 제임슨은 비판한다. 앤디 워홀의 작품 <다이아몬드 가루 신발>을 비판하는 글로 다이아몬드의 반짝임이 유혹적이듯이 작품에서 반짝이는 빛은 “일종의 억압된 것의 귀환”, “이상한 보상적인 장식적 희열”이 뚜렷하다고 제임슨은 보고 있다. 

반짝임은 관람객의 시선을 자극하면서 화려한 현대인의 취향과 일치한다. 쿤스의 작품에서 스테인리스의 광택은 예술로서 알레고리보다는 사람들의 평범한 욕망을 외부로 노출하며, 대중들은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토끼나 강아지에서 단순한 장식의 차원을 넘어서 물질주의 환희를 느낀다. 작품은 하찮은 것 대중의 일상적인 것에서 모티브를 찾아내 반짝이는 것으로 바꾼다. 특히 토끼나, 강아지의 인기는 여러 번 복제되어 국제시장에 나오듯이 우리 아트페어에도 자주 등장한다. 쿤스의 작품은 자본주의 사회의 취향을 받아들이면서 좀 더 대중적 취향을 반영하고 미술 형식에 대한 변화와 함께 예술적 리얼리티로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한다. 


김성복, 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 2021


최근 아트페어에서 스테인리스를 사용한 김성복의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를 볼 수 있었다. 스테인리스의 반짝임은 쿤스의 작품과 다른 투명한 에너지를 지닌다. 그의 작품은 인체를 기반으로 하면서 과장되게 변형된 형상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인체의 균형으로 볼 때 커다란 손과 발은 전체 형상에 비교해 안정감을 주면서 움직이는 동세에 활력을 불러일으킨다. 전통적 조각에서 인체 형상은 신의 모습에 접근하기 위해 이상화된 비율을 찾고 있었다. 르네상스에 시작된 인체비례론은 인간 육체의 이상화뿐 아니라 신의 형상에 접근하고 있었다. 그러한 형상은 이상화된 육체의 숭고함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미인대회, 영화, 광고모델, 육체미대회 등등 외모를 지향하는 현대인은 길고 가벼운 가상의 육체를 만들었다. 

김성복의 ‘달리는 사람’은 현대인의 육체가 아니라 특별한 힘을 기원하는 주술적인 행위자로서 모습이다. 그의 초기작품은 화강석 조각에서 시작된다. 화강석은 단단하면서 깨지기 쉬운 재질의 특성 때문에 무게를 지탱해줄 풍부한 육체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화강석 조각은 동세가 없이 기념비처럼 우뚝 서 있기 마련이다. “조각은 기념비와 불가분 관계를 갖는 것으로 여겨왔다. 특정한 장소에 놓이게 되고 이에 따라 장소의 의미와 용도를 상징적인 언어로 기념비적 재현을 하는 속성을 갖는다”라고 말한 로잘린드 E. 크라우스의 말을 연상하게 한다.
김성복의 ‘달리는 사람’은 장소의 의미에 제한을 받기보다는 활력있는 공간으로 변환시킨다. ‘움직이는 형상’은 인체의 조형성뿐만 아니라 희망을 갈구하는 이야깃거리로 이해되어야 할 부분이다.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의 넓은 보폭으로 힘있게 전진하는 인물은 현실을 극복하려는 인간상이다. 

최근 스테인리스를 사용하면서 반짝임이 더해지고 있다. 이는 쿤스의 작품에서 보이던 가벼움이 아니라 형상에 의한 무게의 안정감과 신체의 율동을 가미하면서 동시대적 희망을 지니고 있다.


- 조광석 (1954- ) 홍익대미술대학 서양화 학사, 프랑스 파리 제8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학 석사, 박사. 상파울로 비엔날레 커미셔너,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4-15 운영위원, 국회사무국 제헌국회 기념조형물 건립추진위원, 현대미술학회 학회 회장, 프랑스 Ecole Nationale Supérieure des Arts Décoratifs 연구교수, 경기대 예술대학교 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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