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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팬데믹 패닉의 와중에 오픈한 이이남스튜디오, 그 서광과 기대

김영순

2020년 11월 5일,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스튜디오가 빛고을 광주에서 오픈했다. 이이남은 알다시피 예향 광주에 거점을 두고, 90년대 이후 글로벌 규모로 맹활약해온 대표적 미디어 아티스트이다. 동서양 고전 명화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작품은 이이남이란 작가를 국내외 미술계는 물론 대중에게까지 확고하게 각인시켰다. 그의 작업 행보는 메시지와 테크놀로지 양면에서 지속해서 증강하고 성장했다. 명화 작업에서 한 발 나아가, 여러 겹의 중층적 구조에 작가의 기억과 집합적 기억 이미지가 뒤섞이며 유영하는 작품을 발표, 개인의 기억에 포개어진 사회와 집단의 역사 속으로 관객을 유인한다. 정지된 명화 속 모티프가 살아 움직이고 패러디된 작품이 동양 미학의 근간인 기운생동과 해학의 미학을 실현했다면, 기억 이미지의 중층적 서사는 사회 비판적 사유의 메타포이다. 또 다른 작품에서는 비정형의 액체나 기체의 소용돌이가 리드미컬한 추상적 포름으로 정제된다. 율동하는 포름은 비의적(秘意的) 영상미학에 육박해간다. 한편의 경쾌한 애니메이션에서부터 풍자시와 문명 비판적 사회학의 메타포로, 최근에는 생명 창조의 섭리를 창작의 아날로지로 구현하는 바이오사이버네틱아트까지 도전하며 디지털테크놀로지아트의 새로운 역사구축을 기도하고 있다.



사진제공: 이이남스튜디오


동시에 광주비엔날레 개막식, 광화문 등의 미디어 파사드는 웅대한 오케스트라 음향에 일체가 된 다양한 문화의 표상을 교차시키는 가운데 한 줄기 빛으로 수렴되는 역동적 판타지를 시민에게 제공해 공공미술영역으로 확장했다. 이렇듯 폭넓은 활약은, 남달리 창조적 상상력의 증강과 동시대 감각의 선취를 위해 다른 분야 전문가와의 적극 소통 협력하며, 얻은 성과에 대한 혁신을 단행해온 겸허한 용기에 힘입고 있다.

이이남은 2002년 23세의 약관에 하정웅청년미술상과 광주미술상을 수상하며 미술계에 데뷔했고, ‘코리아 아이-문 제너레이션’(사치갤러리, 2009), ‘세비야비엔날레’(알함브라 궁전, 2008), ‘아시아의 새로운 물결’(ZKM, 2007) 등 국제 주요 전을 통해 세계적 작가로 성장했다. 2010년 제22회 선미술상 수상, 2017년 난징국제아트페스티발 우수작가상·관람자와 평론가가 뽑은 관객상, 2018년 서울시 좋은 빛상 최우수상을 받으며 국내외 미술계에서 그 위치를 공인받았다.

이렇듯, 작가 이이남이 가장 왕성한 성장과 도약의 시기에 전시공간을 갖춘 스튜디오를 오픈한 것이다. 마침, 전 지구를 위협하고 있는 팬데믹이 디지털사회로의 변환을 가속화하며 인류사적 전환을 촉구하고 있고, 예술계 역시 새로운 변환이 불가피한 때인 만큼 이이남스튜디오야말로 그 변환의 주체가 될 기회를 맞고 있다. 2013년 ‘굿나잇 아날로그 굿모닝 디지털’전을 개최했던 이이남에게 이 스튜디오는 뒤샹과 백남준을 넘어설 뉴미디어의 비전을 실현할 장(場)이 되지 않을까? 스튜디오의 입지와 공간구조, 유네스코 창의도시 광주의 네트워크가 그 가능성을 약속해주지 않을까?

호남신학대와 광주시립사직도서관 등 젊은이를 위한 교육 및 문화시설의 밀집지역에 위치한 입지 조건, 순수한 창작공간과 워크숍이나 전시가 가능한 복합공간, 휴게와 미술감상이 제공되는 카페, 전시공간, 이 공간들의 적절한 분리와 유기적 체계 그리고 효율적 동선과 같은 이이남스튜디오의 여건이 젊은 세대의 자유로운 담론과 발표의 장으로 열린다면, 작가 개인의 범주를 넘어 동시대 예술을 생산하고 발신할 역동적 플랫폼이 되어, 광주비엔날레나 아시아문화전당과 같은 관리 주도형 조직과 다른 차원에서 광주문화예술을 재구축하고 나아가 우리 미술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글로벌한 파장을 펼쳐 갈 것으로 예감하게 한다.


- 김영순(1952- ) 홍익대 서양화과 석사. 동 대학원 미술사학과 박사과정 수료(2000). 영은미술관 초대관장, 일본 동경대학대학원 문화자원학과 객원교수, 예술의 전당 미술감독, 부산시립미술관 관장 역임. 석남이경성미술이론상(2018) 수상.『미의 사색가들』(학고재, 2005), 『ミュージアムが社会を変える』(東京:現代企画室, 2015) 지음.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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