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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국내 미술 아카이브 네트워크를 계획하는 이지희 국립현대미술관 아키비스트

김달진

국내 도서관과 박물관의 경우, 공립과 사립기관을 포함한 소장도서와 유물의 통합 검색이 국가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미술의 영역에서는 비영리를 표방하는 미술관의 경우에도 이러한 체계가 성립되지 못해 많은 기관이 실제적인 네트워크를 요원해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이지희 국립현대미술관 아키비스트를 만났다.


이지희 아키비스트 사진: 황필주


Q.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국내 미술기관에 통합적인 미술 아카이브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 있는지?

A. 국내 미술기관을 아우르는 미술 아카이브 서비스는 국가차원에서 가능한 문제 같습니다. 어느 한 기관에서 개발해서 다른 기관들에게 배포한다는 개념보다는, 미술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서비스하고 있는 국공사립 기관들의 연합체가 구성되고, 협의를 해나가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도서나 유물은 물리적 실체를 지니고, 개별 정보를 조직하고, 정보 서비스를 연계하기 상대적으로 용이한 면이 있지만, 기록정보는 집합적이고 맥락 정보가 중요하니, 아카이브의 특성과 각 기관의 실정을 조정해 나가면서, 공동의 협의를 해 나가는 게 사실상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Q. 주체별로 다른 미술 아카이브의 특성을 고려할 때 예상되는 문제점과 해결 방안은?

A. 메타데이터라는 측면에서 도서는 도서 자체가 정보를 포함하고 있고, 사서의 개성이나 전문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기록 정보가 크지 않은 반면, 아카이브는 아키비스트의 역량에 따라 기록정보가 달라질 가능성 혹은 위험성이 큰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책 제목이나 출판연도는 어느 사서가 기록하더라도 달라질 수 없지만, 미술 아카이브의 경우 소장 기록의 제목, 생산연도는 물론이고, 그 기록의 맥락과 서술은 연구하는 만큼 달라지기 때문이죠. 따라서 서로 다른 기관들이 구축한 아카이브를 통합적으로 서비스했을 때, 기관에서 제공하는 기록 정보의 수준 혹은 전문성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난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도서와 달리 전거레코드를 통일하고, 기관별로 다른 기술항목들을 어떻게 조율해 나갈 것인지 등도 협의에 시간이 걸리는 문제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미술 아카이브 서비스를 할 때 가장 어려운 건 법적문제입니다. 저작권이나 초상권은 법에서 규정하고 있으니 준수해야 하는데, 요즘 같은 시대에 이미지 저작권을 획득하기 어려워 목록정보만을 제공한다면, 시각자료에 익숙한 시대에 별 도움이 안 되거나, 혹은 인기 없는 서비스가 될 수 있겠죠.

해결방안이라면 전자의 경우 원론적이지만 그 분야의 전문 아키비스트가 컬렉션을 담당하고 또 그 과정에서 최대한 관련자나 전문가들과 협업해서 전문정보를 구축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록정보 공개 전에 전문가 자문을 받는 것도 최소한의 장치가 될 수 있겠네요. 후자의 경우 유로피아나처럼, 기관별로 다른 기술항목들 가운데 필수 항목을 협의해 강제하고, 컬렉션이나 기관의 특성에 따라 다른 부분의 정보는 서비스 할 때 로컬 페이지로 이동하게 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법적인 문제는 자료를 구축할 때 최대한 ‘미술저작물이용동의서’를 획득하고, 그 이용조건의 항목들을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공공의 이익에 부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죠.


Q. 연구자와 일반 대중, 어느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서비스하고자 하는지? 

A. 연구자와 대중이라는 분류는 대답하기에 위험한 측면이 있습니다만, 한 분야의 전문가와 비전문가라고 바꾸어 생각을 해보면, 요즘 미디어와 매체를 보면 대중들은 전문정보에 열광하고, 연구자는 대중들을 위한 강의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결국 두 계층이 모두 만족할 만한 콘텐츠를 구축하고, 서비스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수렴하는 과정에 대한 생각은?

A. 말씀드렸다시피 이것이 핵심일 것입니다. 느리게 가더라도 민주적인 절차와 방법이 중요한 것처럼, 나올 수 있는 의견들을 경청하고 민주적으로 수렴해 나가는 것은 중요합니다. 다만 현실에서 어떤 목표를 실행하고 결과를 만들어 가야하는 실무자 입장에서 당위성과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에만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현실은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미술 기관 내에서 아직도 미술 아카이브가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을 하면서 예산과 시간만 쓰는” 일로 간주되는 현실에서, 기록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보여주기식’이 중요다는 의견까지 수렴하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또 의견을 제공하는 사람은 겸손하게 해당 분야 전문가들을 존중해 주는 것 모두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Q. 가까운 시일 안에 계획하고 있는 사안은?

A.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서울, 과천, 덕수궁, 청주까지 4관 모두에서 아카이브를 수집하고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키비스트들이 컬렉션 정리라는 정말 ‘어마무시’한 과업에 쫓기고 있다보니 서비스를 체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서울관의 디지털정보실을 운영하면서 국립현대미술관의 4관에서 구축한 아카이브들을 이용자들에게 서비스하기 위한 체계, 예를 들면 이용자 매뉴얼을 구축하고, 전문 연구자를 위한 소장 아카이브 상담 서비스, 아카이브의 검색과 온라인 서비스 시스템 등을 개선하는 사업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위드 코로나 시대가 되었으니 소장 아카이브를 활용한 아카이브 전시와 출판, 세미나도 다시 시작할 예정입니다. 또 기관의 실무를 벗어나서는, 국내 미술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있는 국공사립 기관들과의 협업,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제 아카이브는 도입기를 지나 서로의 전문성을 공유하고, 또 신생 기관들을 위한 업무 표준화, 미술 아키비스트가 되려는 후배들을 위한 체계를 잡아나가야 하는 때라고 생각합니다.  




- 이지희(1982- ) 성신여대 국문과 졸업, 서울대 미술이론전공 석사, 동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서울대미술관, 김종영미술관 근무. 현 국립현대미술관 아키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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