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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최형순 3대 관장

김달진

최형순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관장


2016년 개관한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은 초대 관장 김선희, 2대 관장 안규식에 이어 3대 최형순 관장이 취임했다. 개관 초엔 관장, 학예사 1인 포함 4인이었던 조직은 현재 공무직 포함 8인으로 늘어났다. 올해 초 작고한 김창열 화백의 세계를 어떻게 펼쳐 나갈 계획인지 들어보았다.


Q. 지난 2월 경매에서 김창열 화백의 1977년 작품이 10억 4천만 원에 낙찰되어 김환기, 이중섭에 이어 최고가 낙찰 8위까지 올라갔다. 김창열 작가를 말한다면?

A. 견고하지 못한 가볍고 일시적인 물방울이다. 주목하기 어려운 물방울을 작가는 무색무취,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20세기 후반 사상은 그 점에 오히려 주목한다. 파리가 처음 방문한 작가의 회고 속에서 마르셀 뒤샹으로 뒤덮였던 도시였듯, 아무것도 아님을 외쳤던 다다(Dada)가 그랬다. 서구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무위자연의 동양사상과 선(禪)의 깨우침과도 닿아있다. ‘의미 없음’은 그렇게 가장 깊은 정신을 담을 수 있는 곳이 된다. 투명함은 맑고 밝아서 무엇이든 통과하게 하고 비출 수 있다. 존재의 위대함이 아니라 그 쓰임과 작용과 맥락과 환경이 의미를 품게 한다. 얼핏 본 물방울이 가득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다가가면 이내 무한의 평온과 깊은 의미에도 이르게 한다. 한마디로 대중성과 예술성 어디에도 강하다.


Q. 소속되었던 지식공동체 ‘연구공간 수유+너머’를 소개한다면?

A. 오늘의 한국 문화 생태계에 끼친 영향이 크다. 모더니즘의 전문화 틀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정규교육이 할 수 없는 통찰의 힘을 배웠다. 경계를 무너뜨리고 전공을 불문하고 배우고 자신이 가진 것으로 서로를 가르쳤다. 모토 설정조차도 경계했지만 배워서 남 주자는 것이 자세였다. 과학과 사회학, 철학과 인문학, 그중에 문학과 예술이 가진 통찰의 힘을 중시하는 풍토였다. 새롭게 공부하는 방법과 사상을 배우고 실천하게 했다.


Q. 지역신문에 미술칼럼 30회를 연재한 꾸준함이 돋보인다. 미술을 쉽고 재미있게 나누려는 노력을 기관장으로서 어떻게 풀어나갈지? 

A. 글을 쓰는 것과 기관 운영은 다르다. 그렇지만 언제든 미술관 운영의 경험으로 세계의 미술관을 보며 글을 써야 했다. 글을 써서 소개하듯 쉽고 재미있게 미술관을 운영하려는 노력은 필요한 일이다. 의미의 깊이에 허덕이지 않고 천천히 담겨있는 모든 것을 하나씩 천천히 길어내는 일만 해도 미술관의 역할은 끊임없는 일이다. 


Q. 종로구립김창열기념관이 건립될 예정인데 어떻게 차별화할 계획인가?

A. 종로의 김창열기념관은 서울 평창동을 비롯한 자생적 예술인 밀집지역을 미술관 또는 기념관화 하는 사업이다. 생전에 화업을 정리하고 주요작품 220점을 기증해 설립된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은 대표작품을 모두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이다. 더하여 해외의 주요 전시에 출품되었던 설치, 입체 작품 13점을 추가하여 탄탄한 소장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연초에 타계해 미술관이 수목장으로 모시게 되었고, 추모시설까지 더하면 김창열의 모든 유산이 집대성된 공간이 된다. 종로구립김창열기념관이 작가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작업 공간 중심으로 운영되면 차별화된 제주도김창열미술관의 중요성은 더욱 강화되리라고 본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코로나가 바꾼 일상에서 미술관의 공격적 마케팅은 불가하다. 그렇지만 타계 이후 예술적 가치를 주목하는 꾸준한 관람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거리두기 관람 인원 조절을 위해 줄을 서서 대기하는 모습이 미술관 입구의 일상적 풍경이 되었다. 비대면 디지털미술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진품을 직접 만나기위해 미술관을 향한 발길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이기에 그런 관람객의 기대를 충족하는 미술관이 되려 한다. 미술관 설립 5주년이 되는 9월, 음악이 있는 미술관이길 원했던 작가의 유지를 지키고, 작고 1주기에 즈음한 연말 추모전을 밀도 있게 준비하겠다. 많은 관심을 바란다.



- 최형순(1963- ) 강원대 미술교육과, 서울대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홍익대 미학 박사 수료. 구상전 평론상(1998) 수상. 강원일보사 기자, 모란미술관, 박수근미술관 학예연구사,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역임. 『현대미술을 위한 변명』(2003, 해토), 『이 그림 정말 잘 그린 걸까?』(2011, 고즈윈) 등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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