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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미술, 공예와 함께 하는 삶

황정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현대공예, 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나 가족 구성원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활공간에 변화를 주거나, 실내를 장식을 하며 분위기 전환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또한 각종 SNS 플랫폼을 통해 작품과 공간을 멋지게 연출한 인테리어 관련 사진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해당 작품을 온라인으로 손쉽게 판매, 구입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의 양적 증가와 구조적 개선도 이에 한몫했다.

전 세계 아트마켓의 흐름을 주도하는 국가 중 하나인 미국은 현대공예디자인에 대한 관심도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만큼 높다. 북미의 지리적 면적이 넓다보니 지역별 편차가 있지만, 공예 관련 행사를 접할 수 있는 곳으로는 대개 미국 동부와 서부를 들 수 있다. 이 중 미 동부지역을 대표하는 현대공예디자인 행사로 스미스소니언 공예전(Smithsonian Craft Show)과 필라델피아미술관 현대공예전(Philadelphia Museum of Art Contemporary Craft Show, 이하 PMA 공예전)이 있다.



2022년에 열린 제40회 스미스소니언 공예전 전경.
워싱턴 D.C의 국립건축박물관에서 열렸다.
제공: 황정인


1983년에 시작된 스미스소니언 공예전은 매년 5월초, 5일간 워싱턴 D.C.에 위치한 국립건축박물관에서 열리며, 1977년에 시작된 PMA 공예전은 매년 11월초, 4일간 필라델피아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두 전시 모두 순수 현대공예작품을 소개하는 아트페어로, 도자, 나무, 가구, 금속, 섬유, 유리, 가죽, 종이 등 다양한 공예디자인 관련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 120-190여 명을 소개한다. 참고로 올해 41회를 맞이한 스미스소니언 공예전은 5월 3일부터 7일까지, 48회를 맞이한 PMA 공예전은 11월 2일부터 5일까지 열린다.

두 공예전은 박물관 및 미술관에서 주최하는 전문적인 아트행사로서 엄격한 심사위원제도를 두어 작가를 선별한다는 점, 갤러리 등 상업공간의 개입 없이 작품판매수익이 모두 창작자에게 돌아간다는 점, 공예문화의 발전과 창작자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기관 소속 기구인 여성위원회가 주관하여 열린다는 점 등을 주요 특징으로 한다. 특히 전시를 주관하는 스미스소니언 여성위원회(Smithsonian Women’s Committee)와 필라델피아미술관 여성위원회(Women’s Committee of the Philadelphia Museum of Art)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기구는 각각 스미스소니언 소속 박물관 및 교육기관과 필라델피아미술관을 후원하는 주체로서, 공예전의 자원봉사자로 직접 활동하면서, 전시의 원활한 진행과 참여 작가의 편의와 작품의 안전한 관리를 돕는다. 또한 이들은 박물관 및 미술관의 주요 정책 수립 및 기관 내 지원사업 선정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렇게 기관의 후원자이자 미술애호가이기도 한 여성위원회는 전시를 주관하는 적극적인 주체로 작가들과 함께 관객을 맞이하며, 전시의 전문성과 질을 동시에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국내의 박물관과 미술관의 회원 제도와 회원의 역할, 미술관 내 다양한 주체 및 기구의 존립 가능성, 기관 운영의 모니터링 등의 부문을 고려했을 때, 이들의 적극적인 역할은 문화예술기관의 운영방식과 지역 및 국가의 문화예술발전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두 전시가 북미를 대표하는 현대공예전으로서, 순수 공예문화의 발전을 목표로 오랜 전통과 역사와 권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까닭은 박물관 및 미술관의 다양한 문화예술분야를 향한 지속적인 관심과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한 노력, 여성위원회와 같이 문화예술을 사랑한 크고 작은 기구와 단체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지원, 아트페어가 대중적이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행사 중 하나로 자리 잡을 수있게끔 한 다양한 주체의 노력, 미디어 매체와의 적극적인 협업, 공예문화에 대한 시민의 깊은 관심이 종합적으로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문화가 지역에 뿌리내리고 삶의 일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과 관심, 그 주체와 범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 황정인(1980- ) 홍익대 예술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런던 골드스미스대 대학원 문화산업과 석사. 전 사비나미술관·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큐레이터, 현 비영리연구단체 미팅룸 대표·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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