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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대체 불가능한 미술

구정원

유럽에서 위드 코로나 정책을 이끈 영국의 정책에 힘입어 런던 미술계가 활기를 되찾았다. 비대면으로 대체되었던 런던아트위크가 대면 형식으로 귀환하며 프리즈아트페어가 원래 보금자리인 리젠트파크로 돌아왔고 행사 후에도 국제 갤러리들이 런던컬렉터를 만날 수 있도록‘No.9 Cork Street’이라는 전시공간을 열었다. 또, 뱅크시의 작업이 소더비옥션에서 3년만에 18배가 오른 가격에 낙찰되어 런던 경매사에 신기록을 남겼다.

미술시장이 온라인 테두리를 벗어나려 노력한 반면, 비영리기관은 비대면 플랫폼을 더 깊이 연구하여 공생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미국 신예작가 비플(Beeple)의 화려한 온라인 데뷰와 데미안 허스트의 <The Currency>프로젝트로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은 NFT가 그것이다.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는 온라인 가상화폐의 형식으로 존재하고 거래된다. 작품 하나하나에 부여된 고유한 ID는 기술복제의 시대에 소멸되었다던 벤야민의 아우라를 부활 시키는 듯 하다.



좌) William Blake(1757-1827), Europe Plate i: Frontispiece, The Ancient of Days, c.1827. 
Gift from John Edward Taylor, 1892. Courtesy of the Whitworth, The University of Manchester.
우) The Ancient of Days NFT (detail), 2021. digital multispectral image, 5000×7000px, 
edition of 50 with 2 museum proofs. Courtesy of the Whitworth, The University of Manchester.


블록체인 시스템 안에서 판매과정이 모두 기록되는 NFT는 거래를 투명하게 유지하여 갤러리와 경매회사가 주축이었던 기존 미술시장으로부터 탈중심화 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영국의 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NFT작업 런칭을 준비 중인 영국 미디어 작가 수키 챈(Suki CHAN)은 NFT 아트 마켓에서 보장되는 리세일 커미션(droit de suite; 추급권)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작품이 재판매 될 때마다 작가 혹은 제작자에게 주어지는 이 커미션은 작가와 공공 기관이 경제적 독립하는 중요한 뒷받침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어떠한 틀에 얽매이지 않은 방대한 온라인 플랫폼은 미술의 관객층을 다양화 하고 확대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진다.

그러나, NFT 작업 판권이 원래의 작업을 제작한 아티스트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디지털화해서 특정한 세일즈 플랫폼에 올리는 판매자에게 주어지는 부분은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로 본인 작품이 디지털화되어 NFT 마켓에서 판매되는 사실조차 모르는 작가와, 그 작품을 구입한 소장자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미술관 박물관은 이러한 허술함을 보완하기 위해 분야 최고의 디지털 기술을 보유한 NFT 플랫폼과 독점 계약을 맺고 그 과정을 철저히 관리 감독하고 있다.

올해 초 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치미술관은 이탈리아의 시네로(Cinello) 사와 독점계약을 맺고 미켈란젤로의 <Doni Tondo>(1505–06)를 NFT로 제작하여 14만 유로에 판매하였다. 이탈리아 고전 거장 회화 전문인 시네로 사는 각각의 작품을 디지털 실사로 제작하고 암호화 하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여 우피치미술관을 비롯해 베네치아의 아카데미아미술관 등 총 11곳의 미술관 및 미술재단과 함께 일하고 있다. 

최근 대영박물관은 프랑스의 NFT 스타트업 회사인 라콜렉션(LaCollection)과 손잡고 박물관 첫 NFT컬렉션을 런칭하였다. 총 200여 점으로 구성된 작품은 대영박물관의 하반기를 장식할 블록버스터 전시 ‘호쿠사이’의 전시작과 박물관이 보유한 호쿠사이 컬렉션 일부를 포함한다. 각각의 작업은 적게는 1(Ultra Rare) 많게는 10,000(Common)점의 에디션으로 나뉘어 판매되며, 재판매시 대영박물관은 10%의 수익을 낸다.

지난 7월 맨체스터 위트워스미술관은 NFT미술이 창출하는 경제적인 이익이 사회로 환원되어 선순환 되는지 연구하는 2년간의 프로젝트 ‘Economics the Blockbuster’를 시작했다. 미술관의 대표 소장품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대표작 <The Ancient of Days>의 일부를 추상적으로 디지털화 하여 바스타리 랩스(Vastari Labs)를 통해 판매한다. 수익금은 위트워스커뮤니티펀드로 적립이 되며 교육, 보건, 환경과 관련된 지역사회 복지 사업과 사회적 아트 프로젝트에 쓰인다.

호접지몽(胡蝶之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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