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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왕훙’ 시대를 살아가는 중국 미술관의 생존 전략

정금령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전시 전경 ⓒYe Hong


코로나 19 사태로 경기 침체를 겪고 있음에도 중국은 ‘왕훙(网紅) 경제’라 불릴 만큼, 왕훙을 중심으로 소비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왕훙’은 소셜미디어에서 상당수의 팔로워를 보유한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로 패션, 화장품, 전자제품, 식품 등 일상생활과 관련한 모든 부분에 있어 사람들의 소비를 유도하며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현재 왕훙은 특정인에 대한 지칭을 넘어 하나의 소비 산업을 형성하고 주도하기에 이르렀고, 소셜미디어 내에서 얻은 인기와 관심이 유행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은 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왕훙이 하나의 문화로 안착함에 따라 미술계 또한 시대적 흐름의 영향을 받게 되었다.

소셜미디어에 근간한 일명 ‘왕훙’ 전시는 2016년을 기점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간 상대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한 미술 전시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각광 받기 시작하였는데 이는 관람객 수의 증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19년 상하이 시의 미술관 관람객 수는 841만 명으로 2018년보다 164만 명 증가하였고 그 중 사립미술관의 관람객 수는 404만 명에 달하였다. 2016년 경 유입된 블록버스터 전시들은 ‘왕훙’ 전시에 돛을 달았다. UCCA에서 열린 ‘피카소: 천재의 탄생’전, 레드블록미술관(紅塼美術館)의 ‘올라퍼 엘리아슨’전으로 대표되는 다수의 전시가 소셜미디어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고 이것은 관람객층을 확대하는데 효과가 있었다. 이전의 미술 전시들이 소수의 업계 관련자들과 컬렉터들의 참여로 이루어졌다면 현재의 ‘왕훙’ 전시는 인파로 북적이는 모습이다. ‘왕훙’ 전시가 미술계에 새바람을 몰고 온 것이다. 그러나 이에 따른 문제점 또한 생겨났다. 전시의 내용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사진 찍는 것에만 열을 올리는 등 관람을 경험이 아닌 하나의 명분으로 삼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전시의 학술성은 제쳐둔 채, 관람객 구미에 맞춰 스펙터클에만 치중하는 모습도 있었다. 이 때문에 미술관들은 전시 홍보를 위해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도 내세우는 한편, 학술 부문에서 저평가 받을까 ‘왕훙’을 꺼리는 양가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베이징 민성미술관(民生美術館) ⓒYe Hong


그러나 ‘왕훙’ 전시의 출현은 분명한 의의가 있다. 2000년부터 시작된 중국 사립미술관의 발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결실 중 하나가 그것이기 때문이다. 베이징과 상하이를 중심으로 사립미술관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으며 역경 속에서도 진화의 과정을 겪어왔다. 현재 등록된 미술관 400여 개 중 삼 분의 일은 사립으로, 대부분 부동산 혹은 금융기업의 후원을 바탕으로 설립된 것이다. 사립미술관의 지속적 증가는 정부의 정책과도 긴밀한 연관이 있다. 정부가 내세우는 문화강국 정책 아래에서 부동산 사업계획에 문화시설이 포함될 경우 사업계획 추진에 이로운 영향을 준다. 도시마다 미술관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모양새이지만 정작 미술관은 개관 후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후속 지원정책이나 면세 혜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의 투자에만 의존해야 하는 것이 실정이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왕훙’ 전시로 생겨난 관람료 수익은 미술관 운영에 보탬이 된다. 그러나 미술관은 본디 도시의 공공문화시설로써 학술성 및 교육적 기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현재 미술관에 대한 평가제도 또한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현 추세로 보아, 향후 10여 년간 중국의 미술관은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 ‘왕훙’ 전시로 보다 많은 관람객을 운집하는 것은 미술관을 경영하면서 적극적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미술관의 근본은 학술 연구와 공공 교육 기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정금령(Zheng Jinling, 1990- ) 홍익대학교 대학원 예술학과 석사, 동 대학원 박사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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