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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포스트모던 시대, 공예계의 현 좌표는?

장동광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마치 오천년 역사에 빛나는 한국공예계가 르네상스기를 맞이한 듯이 보이기도 한다. 한국공예문화진흥원의 설립을 비롯하여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경기도도자비엔날레, 대구텍스타일아트도큐멘타가 1999년부터 창설되어 연례적 혹은 비엔날레 형식으로 개최되고 있다. 공예전시관도 현상을 반영하듯이 설립 붐이 일어 2000년도에는 조선관요박물관, 이천도자센터, 여주생활도자관이, 2001년도에는 청주한국공예관이, 올해에는 서울 양재동에 치우금속공예관이 개관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성장 즉 정부차원의 공예문화진흥기관의 설립, 공예전시관의 확충, 대형국제전의 개최, 공예 관련이벤트의 다각화 등의 이면을 들춰보면, 우리 공예계 현실과 미래적 전망은 그리 밝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실에 크게 빚지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공예계의 이론부재 현상이다. 현대공예사를 연구하다 보면,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한국 전통공예와의 단절과 왜곡된 문화이식을 경험한 한국공예계가 해방공간에서 본격적으로 재건되기 시작하면서 불행하게도 이론육성의 필요성을 망각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지난 60여 년 동안 큰 논란거리도 없었고 실기위주의 공예계에 그다지 중요한 일도 아니었다. 작가위주의 실기교육, 공예기술과 기법적 측면에서는 놀라운 발전을 거듭했을지는 모르지만 정작 이를 체계화하고 학문적으로 정립할 이론연구자는 키워내지 못했던 것이다. 현대공예는 필연적으로 현대미술의 뿌리 속에서 생성된 조류와 흐름 속에서 이해되는 바 크며 또한 현대미술과의 연관적 지평 속에서 그 방향점을 설정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공예가들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간에 모더니즘의 체계와 제도 속에서 그 의미생산과 유통, 소비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전통공예 역시 이러한 현대사회의 모드, 양식, 제도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런데 우리 주변의 공예개념-설사 어떤 공예이론가 내지는 공예사가라고 주장하는 이들에게서 조차-은 박제된 경향성과 1920년대에 주창된 일본미학자의 이론에서 한발치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경우를 간혹 만나게 된다. 그 원인은 말할 것도 없이 현대공예의 물질적 예술생산을 뒷받침하거나 추동할 만한 현대공예 이론이 창출되지 못했다는 사실에서 찾아진다. 무릇 이론은 이론가의 몫인데도 불구하고 전국에 산재한 공예관련학과(디자인전공에 속해 있는 것을 포함하여)에 현대공예 이론전공 교수가 없다는 것은 공예계의 미래 지평을 방기하고 있는 일과 다름이 없다. 연중 끊임없이 개최되는 현대공예 개인전, 그룹전, 기획전들이 담론의 충돌이나 비평적 문제제기없이 일과성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일, 이러한 현상에 관한 분석이나 이론적 저서들이 출간되지 못하고 있는 일, 포스트모던 시대 현대공예의 미학적 시선을 수평과 수직으로 다기화하지 못하고 있는 일 등 공예이론의 부재는 공예계의 커다란 미결과제 중의 하나이다.


둘째는 현대공예의 개념, 정체성에 관한 담론의 생산이 기초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다. 근래에 필자는 한 지방의 4년제 대학이 공예전공을 ‘실용제품전공’으로 바꾼 것을 보고, 지난 2003년도 청주국제공예공모전에서 안경이 대상작품에 수상된 것을 보고 놀랐던 만큼 놀랐다. 이것은 한마디로 공예에 대한 이론적 성찰이나 공예품(공예)과 제품(디자인)에 관한 개념, 차별적 근거 등에 관한 학문적 이해가 부재함을 웅변으로 증거하는 일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역시 공예이론의 부재가 낳은 파생물에 다름 아닌 것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 ‘문화상품’이라는 신조어가 공예계까지 파고들어 전문대학의 학과 명칭이 되거나 심지어 박사과정 세미나의 중심주제로 등장한 것을 본 일이 있다. 이 역시 공예에 관한 이론적, 개념적 논구가 부족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아니할 수 없다. 공예는 본질적으로 재료학적인 연구에 기반한 제작방식의 차이, 예술창작의 기본 뿌리인 수공정신, 예술생산의 주체성, 사회적 전통과 기술의 연계성 등 디자인이나 미술과는 다른 특정한 미학적 가치들이 존재하는 영역이다. 이를 깊이 있게 탐구하지 않고서 문화상품, 실용제품, 안경디자인을 공예라고 안이하게 규정한다면 공예의 미학적 가치영역은 미술과 디자인 사이에 끊임없이 표류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포스트모던시대의 유력한 담론들이 예술개념을 넘어서 공예의 영토에 까지 파고들어와 이미 새로운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데도 말이다. 



Craft in the post-modern era


The recent phenomenon in craft including the establishment of craft institutes and opening various biennales and other events seems to witness the renaissance of Korean craft in its history of 5000 years. Beneath the surface of these superficial phenomena, however, are buried dark aspects of the future of our craft. The reasons for the dark future of craft lie firstly, in the absence of theories.


Emphasis on the technical practice in craft education resulted in the scantiness of theorists and failed to systemize a balanced education of craft students. Craft has to develop in line with other contemporary arts. And lie secondly, in the aesthetic value of craft drifting between art and design. The failure in positioning craft in relation to art and design comes from premature discourses in the concept and identity of contemporary craft. As discourses in the post-modern art expand beyond the traditional concepts of art into craft, we need a new definition of contemporary craft.



장동광(1960- ) 서울대 서양화 석사. 일민미술관 학예연구실 수석큐레이터 역임. 현 서울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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