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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미술계 인간쓰레기 | 김성호의 미술계 팩션(11)

김성호

쓰레기는 버리는 것인데, 미술계의 인간쓰레기는 어떻게 하나? 상대를 안 하면 그만 아닌가? 그런데 자신의 주변에서 계속 그 쓰레기를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면?

나정의 대리는 오늘 경찰에 비리 건으로 임허접 상무를 고발하고, 인권위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갑질 팀장을 신고했다.
아트컴퍼니에서 공금을 횡령하고 비리를 일삼은 임허접 상무나, 상사에게 아부를 일삼고, 부하 직원을 음해하고, 갑질을 일삼는 인간쓰레기 고갑질 팀장을 몰아내기 위해 ‘내부 고발’을 한 셈이다. 그녀는 두 사람의 악행을 성토하는 글을 익명으로 미술계 포털 사이트 이곳저곳에 올렸다.

나정의는 안다. 미술에 ‘미’ 자도 모르는 임허접 상무가 어떻게 이 아트컴퍼니에 들어왔는지를 말이다. 회사의 지분을 꽤 지닌 아버지를 두고 있는 유명인 아내가 대표에게 연줄을 놓아 낙하산을 타고 왔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다만 모르는 것이 있다면, 그가 처음부터 팀장직을 낚아채더니 고공 승진을 거듭해서 상무에 오르기까지 직장의 발전에는 별반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공금 횡령과 비리를 일삼아왔다는 사실이다. 한편 고갑질 팀장은 직장 구성원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문제였다. 상사에게는 아부를 일삼고 부하 직원에게는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갑질을 해댔다. 특히 고갑질 팀장의 갑질은 역대급이었다. 기본적으로 그가 일할 줄도 모른다는 것은 참을 만했다. 업무 파악도 못 하면서 직원들을 닦달하는 것도 모자라, 매번 주말마다 단합이라는 명목으로 회식을 강요하고 상대에게 감정의 배설물을 쏟아내는 지겨운 꼰대 짓을 지속적으로 일삼았다. 그의 눈 밖에 난 직원에 대해 음해를 목적으로 욕설을 입고 달고 사는 것은 기본이었다.

문제는 이 둘이 인간말종이자 인간쓰레기라는 사실을 미술계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견 작가들에게 임허접 상무는 ‘인품 좋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고, 고갑질 팀장은 ‘능력있는 사람’으로 오도된 실정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최근 임허접 상무는 돈 많은 한 무명작가의 매니지먼트 과정에서 회사에게 귀속할 돈을 몇몇 중간 간부들과 공모해서 빼돌리다 대표이사에게 된통 걸렸다. 그의 비리 행각은 오랫동안 벌어진 일상이었지만 대표는 처음 있는 일로 간주하고 그를 봐주기로 했다. 얼마 뒤 대표는 한 지자체에 공공미술을 대거 설치하기 위해 공무원을 매수하고 심사위원들에게 뇌물을 돌렸다는 혐의로 수사가 진행되면서 대표직을 사임했다. 간부들 사이에서는 뇌물 사건의 실제 주역이 임허접 상무였으나 대표가 누명을 쓴 것이며, 임허접 상무의 유명인 아내가 대표의 경제적 미래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모종의 작업을 했다는 확인 불가능한 루머가 솔솔 피어나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임허접 상무의 아내가 전관 변호사를 대거 소개해 주고 변호 비용까지 대 주었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임허접은 직장 내 소문의 근원지로 고갑질 팀장을 지목했다. 고갑질 팀장은 ‘난관에 부딪힌 대표가 직을 내려놓는 대신 임허접 상무의 아내가 돈으로 그의 미래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던 비밀 회동’을 우연히 지켜본 직장 내 유일한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고갑질 팀장은 임허접 상무의 비리와 권모술수에 침묵하기로 했다. 사건에 눈 감아 주는 조건으로 연봉에 두 배에 달하는 돈을 임허접 상무로부터 한꺼번에 받았으니 밑지는 장사는 아닌 셈이다. 바보같이 자멸하지는 말자. 고갑질은 그렇게 생각했다.

내부고발자인 나정의 대리는 둘 중 누가 더 인간말종인지를 고민한다. 직접적으로 갑질과 비리의 온상인 고갑질 팀장이 나정의 대리에게는 인간쓰레기임이 분명하지만, 미술시장을 교란하고 미술 생태계를 흐리는 임허접 상무 또한 미술계에서 매장되어 마땅한 암적 존재임이 분명하다.

나정의 대리는 이제 ‘내부 고발자’의 험난한 시간을 살아야 한다. 그들의 비리와 갑질을 아는 만큼 세상에 까발렸지만 어떤 보복이 자신에게 되돌아올 것인지 그녀는 두렵기만 하다. 오늘, 나정의 대리는 ‘상사를 미술계에 고발한 당신이 인간쓰레기’라고 힐난했던 한 동료의 저주 가득한 목소리로 인해 온종일 두려움으로 몸을 떨고 있다.

* 이 글은 팩션(Faction)이다.


- 김성호(1966- ) 파리1대학 미학 전공 미학예술학 박사, 유니스트 박사후연구원. 2014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전시총감독, 2015바다미술제 전시감독, 2016순천만국제자연환경미술제 총감독, 2018다카르비엔날레 한국특별전 예술감독, 2020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 역임. 현재 강원국제트리엔날레2021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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