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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현대미술 속 아트페어

정연심

20세기 현대미술의 태동은 화상, 갤러리 등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전개되어왔다. 피카소를 발굴한 볼라르(Ambroise Vollard), 칸바일러(Daniel-Henry Kahnweiler) 등 유명한 화상은 예술가 못지않은 명성과 업적을 쌓았다. 볼라르는 본인이 태어난 고향에 볼라르미술관을 건립했을뿐 아니라 오르세미술관(Musee d’Orsay)에 자신이 소장했던 작품을 많이 기증하기도 했다. 2007년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볼라르 컬렉션이 현대미술에 기여한 바를 인정하고 화상이자 컬렉터로서 그가 모은 작품들을 모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다분히 개인적으로 진행되던 갤러리와 화상들의 궤적은 이제 예전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미술관·갤러리· 비영리 대안공간 등을 중심으로 전개되어왔다.


다양한 아트페어

미술시장 속을 들여다보면 국내외의 다양한 아트페어는 또 어떠한가?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아온 바젤아트페어, 마이애미아트페어외에도 휘트니비엔날레와 비슷한 시점에 진행되는 뉴욕의 아모리 쇼(Armory Show)는 뉴욕 맨해튼의 서쪽 엔드 애비뉴에 근대미술과 현대미술 섹션을 나누어 수많은 컬렉터, 큐레이터, 미술가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관심을 대대적으로 받고 있다. 이러한 아트페어에서는 미술관에서 볼 수 없는 유명작가들의 작품들을 우연히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한국에서도 한국국제아트페어(Korea International Art Fair, KIAF)가 9월에 열렸고, 광주비엔날레에 발맞추어 2010 광주아트페어가 있었다. 또 신라호텔에서 열렸던 호텔아트페어(호텔아트페어는 Art Osaka, Young Taipei에서도 비슷한 형식으로 전개된다)까지 생각하면 컬렉터의 층을 두텁게 하기위한 갤러리의 노력이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침체된 미술시장에서 최근 영국 작가인 데미안 허스트가 소더비나 크리스티와 같은 경매사를 거치지 않고 자신의 작품을 경매하는 파격적 행위를 하기도 했다. 미술작품이 미술시장논리에서 하나의 상품(commodity)이라고 생각한다면 유통구조에서 중간 단계인 화상이나 갤러리·경매사를 거치지 않는 이 파격적인 제안은 허스트이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미술가·큐레이터·비평가·갤러리스트(gallerist) 등이 조금 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미술시장의 구조를 더욱 건강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싶다. 작가들의 작업실에서 작품을 사게 되면 조금 싸지나 않을까 생각하는 컬렉터들이 많아지면서 아트페어에 와서도 혹시 자신이 더욱 비싼 가격에 작품을 사는지 의심하는 사례도 있다. 또 무명의 미술가가 유명해지면서 전속 갤러리를 바꾸어버리는 경우는 미국의 가고시안갤러리(Gagosian Gallery)의 사례를 보더라도 비일비재하다. 작가는 이왕이면 미술시장 시스템에서 독보적인 물적,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최고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고 싶고 이 경우 자신에게 전시의 기회를 준 신진갤러리와의 관계를 끊어버린다(물론 외국의 경우 이 역시 쉬운 선택은 아니라고 많은 작가들이 토로한다). 이러한 복잡한 구조 속에서 갤러리나 대안공간의 큐레이터, 딜러, 비평가들의 ‘본래’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미술과 연관된 모든 것은 투명하지 않고, 정직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을 우리가 조금씩 고쳐갈 필요가 있다. 일견 미술시장이 현대미술을 주도하는 듯한 현시점에서 갤러리의 윤리의식 또한 분명히 필요하다.


신진작가 아트페어

20세기 이후 열심히 일하는 신진작가들을 챙겨주는 신진갤러리, 혹은 유명갤러리라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기회가 없는 신진작가들에게 전시나 재정적 후원을 아끼지 않는 갤러리가 있어왔다. 이러한 갤러리들과 함께 미국의 스코프아트페어(Scoop Art Fair)처럼 젊은 작가(young and emerging artists)들을 일반 컬렉터에게 소개하고, 또 스코프 파운데이션을 통해서 젊은 작가들에게 기금이나 그랜트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특히 스코프아트페어의 경우에는 기존 아트페어에서 갤러리들이 팔 수 없었던 또 꺼려했던 매체인 영상 비디오 작업, 사운드, 설치 작업 등 비전통적인 속성의 작품을 일반인들에게 내놓았다. 아트페어를 통해 기금을 마련하고 그 이윤을 미술관이나 지역 비영리 미술단체 등에 다시 지원하는 방식을 통해 흔히 우리가 상업적이라고만 생각했던 아트페어에 ‘공적인’ 아트페어의 성격을 재정의하기에 이르렀다.


오는 11월 18일에서 22일까지 임페리얼 팰리스호텔 8층에서 개최되는 도어스아트페어(Doors Art Fair)는 본래 뉴욕의 스코프아트페어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으로 안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젊은 작가들을 믿고 챙겨주는 갤러리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앞으로 자랄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고 전시해주는 신진갤러리나 또 젊은 작가를 발굴하는데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국내 유수 갤러리가 포함된다고 한다. 젊은 작가들의 실험작을 많이 만나볼 수 있는 전시라는 이유만으로도 도어스아트페어에 가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정연심(1969-) 미국 뉴욕대 예술행정학과 박사. 현 홍익대 예술학과 교수, 광주비엔날레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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