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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한국근현대미술의 코스모폴리타니즘 연구

양은희

코스모폴리탄 거점으로서의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2017


필자가 2014-2017년 사이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진행한 연구 ‘한국미술의 세계화와 코스모폴리타니즘’에 대한 질문을 간혹 받는다. 궁금해하는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연구의 배경과 요점을 정리해본다.  
미국에서 미술사 석사, 박사를 한 필자는 ‘동시대 미술’의 미술제도, 세계화, 젠더 등의 주제에 관심이 많았다. 2004년 귀국 후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간혹 논문을 발표하다가 2007년 이후 국립현대미술관, 잠실에 있는 올림픽조각공원 등 한국과 관련된 주제로 연구 범위를 넓히기 시작했다. 필자가 활동하는 여러 학회에서 새로운 주제를 제시할 때마다 평소에 궁금하던 기관과 공간에 자연스럽게 다가갔던 것 같다. 
그러던 중 2008년경 필자의 뇌리에 강렬하게 다가온 사건이 있었다. 바로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김윤수의 해임이었다. 이런 사건을 처음 보는 데다가 학예사, 딜러, 마르셀 뒤샹, 문화체육관광부 등 복잡하게 얽힌 뉴스를 보면서 여러모로 생각에 젖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민중미술 평론가로 알려진 관장은 왜 뒤샹의 작품을 사고 싶어 했을까?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미술관장이 바뀔 정도로 한국의 문화계는 허약한가? 앞서 연구를 통해 88서울올림픽 때 ‘세계현대미술제’를 두고 민중미술계를 비롯한 일부 작가와 평론가가 ‘서구미술의 맹목적 추종’이나 ‘문화제국주의에 정복’당한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고 1960년대에는 외국의 비엔날레 참가를 두고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은 무엇인가?’라는 화두가 갈등을 일으켰었다는 것을 알고 있던 터라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해임 건을 둘러싼 논란은 한국근현대미술사의 근저에 흐르는 인식론의 대립과 불안함이 시대에 투영되어 나타나고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이런 생각의 일부는 2013년 「뒤샹의 미술관: 파리에서 서울까지」라는 논문으로 정리되었고, 이후 ‘한국미술에서 근대성과 현대성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더 고민하게 되었다. 2012년 광주에서 열린 ‘세계비엔날레포럼’은 영감이 되었다. 후 한루, 르네 블록, 니코스 파파스테르기아디스 등 미술계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 이 행사에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 관계자들과 참석했다가 파파스테르기아디스의 발표를 들으면서 정리되는 점이 있었다. 

그렇게 나온 것이 바로 ‘한국미술의 세계화와 코스모폴리타니즘’이라는 주제였다. 그동안 이 주제 아래 「한국미술에서의 민족주의와 코스모폴리타니즘」부터 「남쪽이론의 등장과 전개」까지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필자의 논지를 요약하면 이렇다. 세계화의 명암 속에서 가동되는 ‘초국가적 예술제도’를 상정하고 ‘지금 여기’의 시각에서 과거 한국미술사를 보면 민족주의가 정의로 작용하기는 했지만 서양의 ‘미술’개념이 내포한 보편적 가치, 즉 인간의 자유를 표현하는 예술이라는 것, ‘모던 아트’, ‘프롤레타리아 미술’ 등 여러 관점이 한국에 토착화하는 과정에서 ‘세계문화사’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코스모폴리탄적 관점도 작용했다. 그 과정에서 서양/동양, 구상/추상, 한국적 미술/서구의 미술, 모더니즘 미술/민중미술, 민족주의/초국가주의 등의 대립구도가 작용하며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광주비엔날레 등을 통해 ‘현대미술’의 다양한 시각이 수용되었다. 그리고 서양미술의 모방과 추종이나 한국고유의 주체성이라는 본질주의적 관점에서 탈피해 고구려, 신라가 세계 문화를 수용하며 전개된 것처럼 한국미술도 혼종화와 토착화를 통해 정체성을 구축해 왔다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 양은희(1965- ) 뉴욕시립대 미술사 박사.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 커미셔너(2009), 건국대학교 글로컬문화전략연구소 연구교수 역임. 『22개 키원드로 보는 현대미술』(공저, 키메이커, 2017), 『뉴욕, 아트 앤 더 시티』(랜덤하우스 코리아, 2010) 지음. 현 숙명여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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