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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한국 현대공예, 어디서 만나야 하나

박남희

올해 초 문화역서울 284에서는 '온기:溫技'라는 공예페스티벌이 열렸다. 약 4주 정도의 시간동안 진행된 이 전시는 공예계의 다층적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준 전시였다. 현대공예 또는 예술공예와 전통공예 또는 전승공예로 불리는 양대 축의 작품들을 자연스럽게 엮었을 뿐 아니라 공예작품을 주로 다루는 갤러리들의 선정작들, 협동조합의 실제 사례, 체험, 판매를 한꺼번에 다 드러내며 지금, 여기의 공예의 상황들을 정확히 보여주었다. 그간 한국에서 공예는 그 스스로의 위치에 대해 갈등해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비단 한국만의 상황은 아닐지라도, 공예라는 단어가 20세기 초 한국에 유입되어 지금까지 사용되는 데는 당대의 입장에 따라 그 위치가 좌지우지 되어왔었다. 야나기 무네요시의 관심아래 있거나, 한국성의 소재적 대상으로서의 보여지거나, 관광상품의 타겟을 위한 상품 개발의 가치로 극대화되거나 간에 한번도 예술성 그리고 쓸모의 이야기를 져버릴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많은 이들의 지배적인 관심의 대상으로서 정책과 법령 또는 제도로서 진지하게 고민된 흔적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최근 공예에 대한 관심이 범국가적으로 커지고 있다. 2010년 세계디자인도시(World Design City)로 선정되었던 서울시가 2014년에는 공예관련 사업을 공모하고 공예도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것이 그 한 예이다. 유일무이하게 공예관련 조사 연구 및 현황을 파악하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역시 공예관련 전시행사 및 페어, 교육사업 등을 확장해가고 있다. 그란트 깁슨(Grand Gibson), 영국『크라프트(Craft)』지 편집장은 2011년 이미 유럽권에서 ‘공예 회귀 현상’이 다양한 각도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진단했다. 취향의 고도발달이, 공예 특유의 장인정신이 일상의 영역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이 현상이 조금은 다른 방식이지만 한국에서도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기대를 해본다. 양적 팽창이 아니라 질적으로 공예에 대한 향유와 담론이 일어날 수는 있는 것일까?


그런 기대를 갖고 공예의 면모를 살펴보면, 내실을 기할 수 있기에는 한국의 상황은 공예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지적, 예술적 기반이 너무나 약하다. 공예의 특수성이 반영된 세부 진흥 법령, 현대공예를 관찰할 수 있는 박물관이나 사전 모두 현재는 부재중이다. 그 부재로 인해 실제로 필요를 느낀 사립 미술관이나 갤러리들이 생기지만 자립이 어려운 터라 난제다. 물론 국공립박물관에서 과거의 유물 또는 문화재로서 공예를 보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예술 안에서 실제로 공예가들이 작품을 만듦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순수미술이 처 놓은 울타리 밖에 서성거리며 있는 것이다. 그 무의미한 구분이 사라졌다고 해도 견고한 제도의 담벼락은 여전한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3층 공예전시공간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관과 서울관 그리고 덕수궁을 관할한다. 과천관 3층에 공예를 위한 공간이 있다. 공예에 관해 관심이 더 있다면 3층 공간의 규모나 성격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2012년 베르사이유궁에서 전시를 하고, 2013년 베니스비엔날레와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기획전1에 초대된 포르투갈의 조아나 바스콘셀러스의 작업은 동시대 공예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사례이다. 세공적 테크닉을 기반으로 한 작업도 있지만 자신의 생각을 질료로 풀어내는 작업도 있으며, 이미 그 경계는 작가적 선택에 따른다. 이제 공예에 대한 오래된 편견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예술과 일상이 넘나드는 넓은 아량의 영역에서 향유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면 우리의 예술과 대중의 기쁨 역시 커지지 않을까 한다.


조아나 바스콘셀로스(Joana Vasconcelos), 발퀴리 트루소(Valkyrie Trousseau), 400 x 530 x 1400 cm, 2009

Drawn-thread work and other embroideries, felt appliqués, bobbin lace, tatting, quartz-decorated pottery, handmade woollen knitting and crochet, fabrics, ornaments, polyester, steel cables Work produced in collaboration with the artisans of Nisa



박남희(1970- ) 홍익대 미술학과 미술비평 박사. 한국공예학회 주관 우수논문상(2006) 수상.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총괄 큐레이터, 공동 전시감독 역임. 현 한국미술정보개발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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