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182)동시대 한국미술 현장에서의 전통 읽기

안현정

Apple TV+ 드라마 <파친코> 배우 김민하의 합천 해인사 방문 ⓒ 2022문화유산 방문 캠페인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며 해외여행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고 있다. 뮤지엄 큐레이터 17년차인 필자는 여행을 떠나면 늘 ‘한국관’ 혹은 ‘한국실’이 있는 해외박물관을 중심으로 꾸리게 된다. 해외에서 소비되는 문화재와 현대미술의 조잡한 조화가 아닌, 신작 커미션으로 재해석된 전통문화재와의 조우를 보고 싶기 때문이다. 대중이 바라보는 전통은 고루하고 거리가 먼 과거의 유물에서 최근에는 ‘신박’하고 독특한 영감을 주는 대상으로 바뀌었다. 식민사관과 한국전쟁, 급격한 산업화 등으로 인해 전통과 현대문화가 단절되었으나 K-Art가 세계화되면서 20세기 글로벌 스탠다드인 서구편중현상은 밀어내고, 오래도록 어필할 수 있는 미학적 전통을 재발굴 및 개발해야 한다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MZ세대는 우리만의 정체성을 바로잡고 이를 혁신으로 잇지 않는다면 문화적으로 도태될 수 있다는 사실을 더욱 실감하기 때문이다. BTS를 비롯한 한류 스타가 글로벌 브랜드의 얼굴이 될 만큼 주류 문화를 이끌게 되면서, 그들의 문화 애호 활동이 K-Art의 세계화를 위한 발판이 되었다. 달항아리의 21세기 브랜딩 과정이나 한국화의 NFT 유행, 민화의 대중화와 같은 사례는 전통문화의 대중 소비화 과정이 새롭게 전환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미술은 수많은 인구와 막대한 사회 자본을 유지하고 운용할 수 있는 경제대국을 중심으로 발전한다. 이제 거대한 문화 용광로 속에서 제3국 혹은 소수 가치의 독창성이 더 인정받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의 관점에서 2020년대는 주변부가 아닌 우리 스스로가 ‘문화거점 허브’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만난 것이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린 전시들은 전통을 현대와 조화시키면서 ‘새로운 영감’을 발휘한다. 일본이 메이지 유신으로 근대화에 성공하면서 스스로 거대 제국으로 발돋움했다면, 21세기 대한민국 또한 스스로 증식한 문화자본을 활용하여 전통문화의 대중사회적 재해석을 통해 이를 개발·개량하여, K-MOVIE·K-DRAMA·K-POP·K-FOOD 등을 잇는 전 세계로 전파하는 ‘문화전략시대’를 열어야 한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동아시아박물관(Östasiatiska museet) 한국실 ⓒ www.ostasiatiskamuseet.se


그럼에도 해외 한국관 전시 대부분이 독자적인 큐레이터의 부재로 일본관이나 중국관에 비해 우리만의 문화를 세련된 K-Art로 재해석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 코로나 직전이었던 2020년 1월말 스웨덴 스톡홀름의 동아시아박물관(Östasiatiska museet) 한국실을 방문했다. 이 전시실의 구성은 한국 큐레이터가 상주하는 대영박물관이나 미국 클리블랜드뮤지엄 등과 비교 불가할 정도로 구성이 허술하고 손 볼 곳이 많았다. 전통적인 문화대국과 새롭게 재편중인 우리 사이에서 해외 한국관 전시가 빈약할 경우, “중국과 일본은 독자적인 문화가 꽃피었는데 한국은 모호한 혼재성만 존재한다.”는 인식을 주기 쉽다. 

전통에 대한 대중적 소비가 늘어난 오늘날, 역동적이고 평등한 정체성을 탑재한 젊은 세대에게 전통문화가 국가 정체성 확보에 얼마나 유의미하고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 희망적인 부분은 20여 년에 걸친 한류 속에서 세계인에게 한국 고유의 전통미가 스며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소재주의를 탈피한 전시 방식의 세련된 현대화이다. 이를 위해 한국문화원에 대한 외교부와 문화부의 적절한 협조가 전제돼야 하며, 전통-현대를 잘 잇는 큐레이터 양성 프로그램이 민관(民官) 양쪽에서 활발해져야 한다. 해외박물관을 향한 기증문화는 ‘유물과 미술작품’ 등의 대상을 가로질러, ‘한국미술 전문큐레이터’를 확산시키는 인력 지원으로 까지 이어져야 한다. 대중화와 전문화가 동시에 요구되는 오늘날, 박물관과 미술관의 다양한 교류-협력프로그램이 절실히 요구되며, 전통은 고루한 것이 아닌 새로운 것을 탑재한 원형이라는 점을 ‘새로운 세대의 미술인’이 되새길 필요가 있다.

- 안현정(1977- ) 연세대 행정대학원 사회학석사, 성균관대 대학원 미술사석사, 동양철학과 예술철학전공 박사. 성균관대박물관 큐레이터, 연세대행정대학원 외 겸임교수, 장애문화진흥원 및 문체부, 저작권 위원회 등 자문위원. 『근대의 시선 조선미술전람회』(이학사, 2012) 저술, 다음카카오 청년타임스 운영 및 청년작가 후원.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