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181)프랑스 사례로 살펴본 미술사교육의 전문화와 보편화

이지연

프랑스 국립미술사연구소 INHA.fr ⓒ 2022


필자는 프랑스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학부 1,2학년 동안 고고학과 미술사학 과목들을 모두 이수해야 3학년 때 두 분야 중 하나를 선택하여 심화된 전문 지식을 터득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후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와 박사학위 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도 학부과정 중에 편성된 다학제적 교육과정을 수행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를 살펴보면, 시기별, 지역별, 매체별로 세분화된 과목은 테마별로 다시 한 번 나눠지는데, 해당 교수자간 상호 긴밀한 교류로 진행된 테마수업은 같은 주제를 서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안목과 식견을 기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다. 고고미술사학과에 포진되어 있는 각 분야 전문가들은 심화된 강의 콘텐츠를 학생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전공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고, 아울러 문화재 답사와 박물관 견학, 그리고 발굴조사를 계획하여 강의 영상의 한계를 넘는 구체적인 체험을 제공하는데 힘썼다. 

여기서 프랑스 대학의 미술사교육의 전문화 여부를 판단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프랑스 정규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는 미술사교육과 대학 관련학과의 커리큘럼 간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국내에서의 적용 가능성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고자 한다. 프랑스 정부는 2008년 7월 11일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예술사(l'histoire des arts)의 의무교육을 법령으로 공포하였다. 예술교육이 실기 위주의 수업에 그치지 않고 작품에 대한 이론적, 역사적 지식의 습득에 초점을 맞춘 것은 5월 혁명(Mai 68) 이후 중요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예술사는 공간예술, 언어예술, 일상의 예술, 소리의 예술, 공연예술, 시각예술 등 적어도 6개의 영역으로 나누어지는데, 여기서 미술사(l'histoire de l'art)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큰 편이다. 하지만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문화부와 교육부는 ‘현학적인’ 학문으로 여겨지던 미술사에 특권화된 지위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은 대학에서 이미 인정받고 있었던 미술사학의 역설적인 상황을 말해주는 듯하다. 더욱이 2001년에 설립된 국립 미술사 연구소(INHA)는 교육기관과의 단절을 통해 미술사교육의 ‘민주화’와는 반대의 길을 가는 듯했다. 
이처럼 초등 및 중등 교육기관의 미술사교육 전통이 부재한 상태에서 2009년부터 의무교육이 본격적으로 실시된 후 몇몇 문제점이 드러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가령 대다수의 교사가 자기 전공과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술사 수업을 맡았기 때문에, 다양하고 전문화된 콘텐츠의 부족이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해당교육기관들은 현직교사들로 하여금 대학의 미술사학과에서 연수를 받게 하거나 미술사학을 포함하여 복수전공을 한 교사를 선별하여 채용할 것을 제시했다. 프랑스의 예술교육정책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비교적 성공적인 혁신을 이루어 낼 수 있었던 것은 대학교육과의 연계성을 강조하되 예술의 ‘민주화’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몇 년째 서양미술사를 강의해오면서 느끼는 아쉬운 점은 대학에 갓 들어온 적지 않은 학생들이 근세 이전의 미술에는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서양문명의 큰 축을 담당하는 기독교 문명에 대한 낯섦 때문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사실 중등 교육기관에서 서양문명과의 연계 교과목의 비중은 크지 않다. 세계사조차도 입시교육에 길들여진 학생들에게 ‘비인기’ 과목으로 남아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미술사교육의 의무화를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 있다. 그러나 미술사는 다방면 접근을 기반으로 문화적 소양을 기를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는 학문인만큼 기초에 대한 교육의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우리 대학들은 풍부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훨씬 더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교과과정을 운영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초등 및 중등 교육기관에서 해야 할 일은 해당 전공자를 채용하거나 수업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대학과의 연계 강화를 통해 모색할 수 있는 공감대의 지점을 보다 심도 있게 고민해야만 미술사교육이 전문화와 보편화의 두 방향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볼 수 있다.

- 이지연(1979- ) 스트라스부르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학사, 동 대학원 미술사학과 석·박사. 현 한국예술종합학교, 덕성여자대학교, 홍익대학교 출강.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