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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디지털 아카이빙, 입체적 정보구조를 구축하라!

이준희

이 글은 지난 1월 10일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서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최로 열린 미술품 감정 및 유통기반 구축 세미나 ‘디지털 아카이빙: 기록과 연결’을 소개한 김달진 소장의 글 “원로작가 디지털 아카이빙, 이제 부터 시작이다”에 호응하는 성격이다. 


‘2019 원로작가 디지털 아카이빙 자료수집·연구지원 공모’ 사업 최종 결과보고회- 안창홍 작가 연구팀 최종보고


2월 8일 토요일 오후, 대학로 토즈마이스 혜화센터에서 ‘2019 원로작가 디지털 아카이빙 자료수집·연구지원 공모’ 사업 최종 결과보고회가 열렸다. 지난해 2월, 2019년 사업에 4팀이 선정된 이후 좌충우돌 달려온 1년여 대장정을 일단락 짓는 자리였다. 그 사이 착수보고회와 1, 2차 중간보고 발표회가 있었다. 따라서 이날 결과보고회는 공식적으로는 마침표를 찍는 최종 절차였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최종 결과보고회 총평은 한마디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마침표는커녕 이제야 쉼표를 찍는 기분이었다. 그동안 연구원들이 입버릇처럼 하던 ‘개미지옥’이란 푸념이 허튼소리가 아님을 재차 실감했다. 앞으로도 미진한 부분에 대한 보완과 수정, 오탈자 검토 등 끝 모를 미션이 남아있다. 
2019년 원로작가 디지털 아카이빙 사업에 선정된 팀은 총 4팀. 필자가 책임연구원을 맡은 안창홍 작가팀을 비롯해 퍼포먼스작가 성능경(책임연구원 조수진), 도예가 윤광조(책임연구원 최광진) 그리고 한국화가 박대성(책임연구원 이은호) 연구팀이 그들이다. 특히 회화와 조각이 아닌 퍼포먼스, 도예, 한국화 장르 작가가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따라서 이 팀들은 연구한 자료를 디지털 목록 상태로 구축하는 작업에 앞서 장르 특성이 반영된 분류기준과 범위, 내용을 규정하는 이중고를 떠안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예컨대 성능경 작가팀은 비(非)물질 퍼포먼스 작품을 아카이빙해야 하는 난감한 미션을 수행했다. 그들은 해프닝/이벤트/행위미술/퍼포먼스 등으로 혼재되어 사용된 용어 정리부터 해야 했고, 퍼포먼스에서 파생된 기록 혹은 자료적 측면에서 가치를 지닌 (아카이브) 사진과 ‘개념’이 구현된 행위 과정에서 나온 온갖 결과물을 어떻게 정의하고 분류할 것인가도 문제였다. 더불어 박대성 작가 연구팀은 그림에 적힌 화제(畵題)를 해석하고 인장(印章)을 파악하는 고된 작업을 병행해야만 했다. 


안창홍, 평면, 1986, 017아버지와 아들, 1986, 종이 위에 색연필, 드로잉 잉크, 79.5×109.5cm


2월 8일 현재까지, 안창홍 연구팀 연구 실적과 성과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우선 작품 1,389점을 이미지 파일 상태로 구축했다. 전시 이력 308건(개인전 43회, 단체전 256회)을 근거로 이것과 연계된 각종 관련 자료(전시인쇄물, 비평문, 기사, 작업노트, 인용문, 참고문헌 등)를 파악하고 수집해서 역시 디지털 파일로 모두 변환했다. 엑셀 프로그램에 입력한 목록은 총 3,298건이다. 이 과정에서 작가와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245개 항목으로 연보를 정리했고, 국공립미술관 및 주요 개인 소장가의 소장품 이력과 경매현황을 파악했다. 작품과 전시 이력 정보가 불명확하고 심지어 오류 상태로 반복 재생산된 사례를 다수 발견하고 이를 바로잡은 점은 의미 있는 성과였다고 자평한다. 이 밖에도 A4 17매 분량 비평문과 동영상 두 편을 제작했다. 
‘2019 원로작가 디지털 아카이빙 자료수집·연구’ 운영위원은 기혜경 부산시립미술관장, 김정화 서울공예박물관장, 류지연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관리과장 3인이다. 착수보고회 때부터 결과보고회에 이르기까지 각 연구팀의 활동을 면밀히 검토하고 냉철한 조언과 질책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이 가장 강조한 주문사항은 “입체적 정보구조를 구축하라!”였다. 이제야 비로소 그 말이 헤아려지는 느낌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유기적으로 연동될 수 있는 최적화된 상태의 기본 정보를 아카이빙하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이라는 것이었음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1년여 과정을 마무리 짓는 이 시점에서, 감히 『조선왕조실록』과 사관(士官)을 생각해 본다. 『조선왕조실록』은 국사편찬위원회 주도로 꾸준히 정보화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원문과 국역문, 원본 이미지를 시대환경에 맞게 업그레이드된 상태로 웹 서비스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은 인문학 분야 연구뿐 아니라 문학, 영화, TV 드라마 등 문화예술계 전반에 걸쳐 공신력 있는 기본 콘텐츠로 활용되고 있다. 비록 상황과 여건은 다를지언정 미술계에서도 이런 사례로 타산지석 삼아야 할 것이다.


- 이준희(1969- ) 경원대 응용미술과 학사, 동 대학원 석사, 홍익대 미술대학원 예술기획전공 석사, 홍익대 대학원 예술학전공 박사과정. 『월간미술』 기자, 편집장 역임. 현 건국대 겸임교수, 성신여대 대학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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