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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지원정책의 발상 전환을 위하여

고충환

현재 국내에는 다양한 형태의 예술 관련 지원정책이 시행되고 있고, 문화 관련 인프라 구축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재능과 끼만 있다면 누구든 그 혜택을 받을 수가 있다. 여전히 사각지대가 없지 않지만, 신경 줄 만큼이나 촘촘한 지원체계와 경쟁이라도 하듯 지자체마다 한 군데 이상씩 설립 운영되고 있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지원정책이 전무하던 시절 속된 말로 맨땅에 헤딩하던 것과 비교해보면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국가 차원의 지원정책은 크게 정책지원과 현장지원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현장지원은 대략 작가지원, 전시지원, 그리고 공간지원의 형태로 나뉜다. 정책지원이 정책을 개발하고 시스템을 구축 관리하는 큰 그림을 그리는 일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현장지원은 주로 현장을 육성하는 세목의 실천 논리에 방점이 찍히는 것인만큼 실질적으로 더 민감하고 이해관계가 더 첨예하게 부닥치는 부분이다.


현재 현장지원은 공모를 통해 계획을 제안받고 타당성 검토를 한 연후에 선정된 건에 한해서 선지원을 하고 사후적으로 사업을 평가 결산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신진작가를 발굴 육성하는 한편 청년 일자리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는 미술계 전반의 토양을 건강하게 하기 위한 것이지만, 여기에는 문제점이 없지 않다.



다양한 작가지원 프로그램


소위 선수들을 양산하는 것인데, 포트폴리오 제작이 기술화되고 프리젠테이션이 기능화되는 등 공모 자체가 도구화되고 있어서 지원이 꼭 필요한 경우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들 수가 있다. 그리고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이 이루어지는 만큼 정산 과정이 투명하고 엄정해야 할 것이지만, 지나치게 엄격한 적용이 작가들로 하여금 오히려 지원 사업 자체를 외면하게 만드는 현실도 발견된다. 심사를 엄격하게 하되 일단 선정된 건에 한해서는 따로 정산하지 않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지원기금이 애초 목적대로 쓰였는지는 따로 챙기면 될 일이다. 또한 연령 제한을 철폐해 사실상 누구나 공모할 수 있도록 열어 놓았지만, 지원정책 자체가 신진작가를 위한 것이라는 선입견이 강해 중견작가가 소외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신진작가는 물론 보다 많은 중견작가가 공모에 응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아예 중견작가를 위한 별도의 항목을 개발하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지원 사업 자체는 작가들의 창작환경을 건강하게 하기 위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지원 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오히려 자생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원이 끊기면 전시를 못 하는, 그리고 덩달아 활동도 뜸해지는 웃지 못할 현실을 염려하는 것이다.


이런 모든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선지원을 사후지원으로 체계를 바꾸는 것이다. 공모를 통해 일 년 동안의 활동내용을 제안받고, 그 성과를 심사 평가해 지원 건을 선정하는 것이다. 성과를 인정 보상하는 경우인 만큼 따로 정산과정이 필요가 없고, 정산과정이 없으니 작가들의 호응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상시평가위원체제를 유지해 실질적인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측면 지원할 수가 있을 것이다. 지금의 세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체계가 바뀌는 것에 따른 일부 변화된 부분만 손을 보면 될 일이다. 한 번에 전체를 바꾸기보다는 가능한 세목부터 점차 바꿔나가면 될 일이다. 크게는 예상되는 계획을 평가하는 것에서 결과에 따른 성과를 평가하는 것으로, 지원체계로부터 보상체계로 틀을 바꾸는 것이다.



고충환(1961- )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등단(1996). ‘성곡미술대상’(2001)과 ‘월간미술대상’(2006) 학술부문 장려상 수상. ‘재현의 재현전’(성곡미술관), ‘비평의 쟁점전’(포스코미술관), ‘조각의 허물 혹은 껍질전’(모란미술관), ‘드로잉조각, 공중누각전’(소마미술관) 기획. 『무서운 깊이와 아름다운 표면』(2006)과 공저로 『비평으로 본 한국미술』(2001)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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