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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영 : 겹쳐지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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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영 작가평론

관계풍경(Relational-scape), 빛의 접점과 양가성의 합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단위 회화(퍼즐연작)로부터 출발한 인물·풍경의 서사가 관계(relationship)’ 미학 속에서 해체와 재구성을 반복한다. 다름사이를 나타낸 양가적 해석은 단색의 밑색, 흩뿌려진 겹색, 빛으로 현현한 구상의 라인들 속에서 경계를 헤치고 자신만의 세계를 확립한다. 눈의 현상을 좇아간 모네의 인상과 같이, 처음의 퍼즐 단위들은 어느새 느슨한 경계와 만나 빛을 산란시키는 역할로까지 확대된다. 손원영 작가는 의도된 빛과 그림자를 통해 내부와 외부를 뒤집는 전복을 시도한다. 타자와 주체 사이에 구분되던 명증성은 세월의 힘에 무뎌진 눈의 자연스러움 속에서 경계를 거두고 스밈과 겹침으로 균형을 이룬다. 2023년 신작들 속에서 풍경 작업들은 양가성을 종합하는 가운데,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1+1=2)’이라는 경계를 넘어서는 중이다. 작가는 모든 반응에 대한 열린 상태 지향하면서, 구획돼 있지 않다는 것들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생각의 다양성은 작품을 향한 반응과 작업 방식 자체를 변화시킨다. 관계설정을 향한 규칙의 느슨해진 구조는 작가에게 불안감보다 자유와 쾌감을 선사한다. 느슨해진 경계가 빛과 만났을 때, ‘양가성의 합=구상과 추상의 균형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달리 보이는 다면(多面)의 얼굴과 만나는 것이다.

 

Relational-scape, 경험한 것들과의 관계맺기

 

작가가 인물과 풍경을 오간 까닭은 무엇을 그릴 것인가라는 아주 단순한 질문과 연계된다. 실제 장소를 확인하기 어려운 숲 풍경을 보고 많은 이들은 손원영 작가를 숲을 그리는 풍경화가로 오인한다. 하지만 그리는 대상에 직접 맞닿지 않은 장소란 존재하지 않는다. 직접 경험한 장소를 그리는 이유는 사람과 풍경 모두 자신과의 만남 속에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앙코르 와트와 고즈넉한 성당 풍경은 오래된 장소와의 만남 속에서 건져낸 공간과 역사에 대한 관심의 확장이다. 작가의 최근작엔 인물이 부재한 오랜 공간들이 자리한다. 나무들로 뒤덮힌 앙코르와트, 가톨릭 성당을 밝힌 스테인드글라스를 관통한 빛의 공간 등, 과거엔 종교였으나 지금은 선택에 따라 바뀌는 관광지의 풍경들은 작가가 오랜 시간 보낸 을지로 작업실의 변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14년간 을지로 한 켠의 높은 공간에서 작업해온 작가는 캄보디아 시엠립(Siem Reap)의 수백 년의 변화만큼이나 다이나믹한 공간의 역사를 경험 중이다. 역사와 시간을 느끼는 여행들 속에서 깨달은 것은 공간과 사람은 결국 관계 맺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을지로라는 공간도 도심 재생이란 이름 속에서 언제 내쫓길지 알 수 없다. 공간과 사람에 대한 관계성은 걸어 다니는 산책자(散策者, Flàneur)로서의 나를 일깨움으로써 작가와 기획자/주캐와 부캐를 오가는 삶을 영위시킨다. 타인이 의뢰한 일들과 내가 창작한 작품 사이, 기술과 아이디어로 일하는 다양한 경험들도 일종의 창작영역에 들어간다. 중구문화재단의 을지아트(을지로의 예술지도를 만드는 프로젝트)예술인류학자로 확장한 작가의 경험들로부터 탄생했다. 뉴욕 맨하탄의 허름한 공간, 작가들의 레지던시를 통해 건물 자체가 아트가 된 사례 속에서, 다단계 점조직처럼 숨어있는 공간을 연결해 파워 있는 장소로의 전환을 꾀한 것이다. 을지로가 재개발로 인해 무산되는 경우에도, 작가는 기획과 작업을 연결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관계는 삶을 의미로 채우고 그 노력들이 모여 작품하는 미술가로서의 당위성이 꾸려지기 때문이다.

Linked painting, 잃지 않으면서 어떻게 변주할 것인가.

 

퍼즐 같은 단위 풍경들은 결국 관계의 합을 낳는다. 기술적 가지치기보다 나답게 변화하는 것’, 작품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 것, 그것이 오늘의 손원영 작가가 추구하는 관계풍경이다. 상황-순간-공간-바람-냄새, 어찌 보면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이 모든 것들은 작가 자신만 아는 이야기들이다. 이전까지의 작업이 공간을 표기하지 않은 넘버링(N0.~)으로만 구분됐다면, 이제는 관계한 사람, 장소등을 명시해 작품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할 예정이다. 변화는 호명된 작품 내면에서도 찾을 수 있다. 명암대비가 뚜렷했던 대비 공간은 난시 트러블(astigmatism problem)’로 인해 대비가 적은 레이어(Layers)’ 속에서 재구성된다. 작가가 명명한 <겹쳐지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인상파 기법들과도 유사한 방식(신인상파 화가들의 보색 혹은 대비효과를 통한 색의 파장효과) 속에서 작가의 지금-여기를 반영한다. 이전 작업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욕망은 2014년경 색면형 드립핑-추상형 이미지 탐구-()에 대한 해석 과정들 속에서 자연스레 이루어졌다. 작가는 이에 대해 어떤 이들은 색면 위에 드립핑한 추상구조를 구상을 그리기 위한 배경 혹은 과정이라고 생각하지만, 색은 감정과 이성 모두의 영역을 갖는다. 작은 색면은 이야기가 많고 자기 메시지를 전달하는 스토리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콘트라스트가 줄어든, 배경과 이미지가 연결된 빛의 잔상들은 그렇게 양가성을 허물고 관계풍경이 된다. 작가는 어두움이 아닌 빛을 대상화하여 이미지를 생성하는 네거티브 필름효과를 선보인다.

 

2010년 초반의 명확한 퍼즐회화, 단위회화가 겹쳐진 유닛의 합에서, 단색 위에 얹어낸 드립핑의 해체작업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회화에 접근할 것인가라는 고민은 현재까지 이어지는 부분이다. 작가는 30~40회 색의 미묘한 조합들로 밑색을 만든다. 원색과 어우러진 시각적 드립핑은 퍼즐맞추기를 하듯 해체하고 조합하는 과정 속에서 시각적 재미를 불러온다. 그 안에서 창출된 관계의 스토리텔링은 사회의 수직관계 구조와도 무척 닮았다. 퍼즐이 만드는 전체의 이미지는 요철(凹凸) 있는 음양 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단편적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작가가 만든 스퀴즈드로잉(Squeeze drawing) 속에서 필연은 우연 효과를 낳고, 공간은 만남 속에서 의미화되면서 관계에 대한 상징으로 연결된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이라는 작업의 기본을 모두 건드린다. 작가의 관계풍경에서 대상선택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 안에서 창출된 의미풍경(意景)은 실경(實景)이 아닌 까닭에, 작가가 마음 안에 무엇을 이루느냐에 따라 교감되는 지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른바 흉중성죽(胸中成竹), 가슴속에 대나무가 완성되어 있다는 말로, 그림이나 시 등 예술 작품이 창작자의 마음에서 이루어진 풍경에 따라 다르게 형성된다는 것이다. 의경(意景)은 곧 마음의 풍경이다. 동아시아 미학의 핵심인 의경은 예술형상을 사람의 의식 속에서 구현하는 생동성과 연속성을 설명하는 미학구조이다. ‘다름사이를 오가는 상호연결성은 관계풍경을 개념화하고, 손을 뻗어 링크한 세상은 관계성의 회화(Linked painting)’를 창출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비평가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확장된 관계 예술이라는 관점에서 이전의 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관계의 영역을 새로운 예술적 실천이라고 보았다. 관계 미학(Relational Aesthetics)(1998)에서 언급된 소통의 부재와 단절은 예술 작품과의 만남을 통해 회복될 가능성을 남기는 것이다. 예술은 특수한 사회성을 생산하는 장소이다. 손원영은 자신의 작품이 배타적인 공간이기보다, 관계 전체와 사회적 맥락을 실천하는 출발점으로 기능하길 원한다. 그러하기에 작가는 오늘도 자신과 세상을 링크한다. 동시대 미술현장에서 만들어진 존재론적인 위기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주제 의식을 작품에 드러내기 위한 모험을 단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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