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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용 : 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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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연필로만 이루어진 이 재현회화는 오로지 단 하나의 대상에 겨냥된 냉정한 시선을 반영하고 있다. 단호한 어둠이자 짙은 검정에 가까운 밀도 높은 배경을 뒤로 하고 적조하게 위치한 하나의 사물은 종이나 흙으로 이루어진 일상의 기물 내지 도구다. 그리고자 하는 대상 이외의 것은 단호하게 화면에서 배제되었다. 배경은 단일한 하나의 색으로 마감되었고 그 한가운데 혹은 화면 하단에 자리한 대상은 자신의 정면만을 무심하게, 즉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엄정하고 명료한 포즈는 모든 연출, 수사를 다 잠재우며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를 다시 보고자, 그리고자 하는 욕망만을 뼈처럼 세우는 연필로 다시 살아난다. 세상에 적막하게 존재하는 사물과 독대하는 나와의 이 고독한 관계만이 그림 안에서 긴장감 있게 흐르는 편이다. 오로지 검정과 흰색 톤의 스펙트럼 안에서 색의 섬세한 조율이 이루어지고 있고 주어진 대상/사물의 형태와 질감만이 단색조 안에서 중후하고 깊이 있게 다루어지고 있다. 이것은 그림이지만 얇은 종이의 단면, 그 피부위에 실제 사물의 존재의 실존적 무게감을 현존시키려는 시도에 가깝다는 생각인데 그것을 거의 조각적으로 연필화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역설적인 이 회화는 납작한 피부위에서 그만큼 강도 높고 밀도 있는 존재의 물화에 해당한다. 단지 그림으로 그려지고 환영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니다.

...

이희용의 이 묵직하고 적막하며 핍진한 연필화는 그저 만만한 재현회화가 아니라 연필이라는 경질의 전통적인 도구, 가장 원초적인 재료가 이룰 수 있는 수준을, 흔히 접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선 어느 지점을 ‘턱’하니 건드린다. 그것은 막막하고 무모하며 측량할 수 없는 시간과 하염없는 축적을 바닥에 두어야만 만나는 모종의 어둠과 빛이고 두께와 질량이자 실제성과 탄탄함이다. 재료가 이루는 이 완성도와 실제의 힘이, 또한 그려진 형상이 존재성 자체를 상당히 이례적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정물(靜物)은 고요를 통해 존재의 말을 드러내는 묘한 환기력을 가졌다. 이희용의 도자기 정물은 그윽한 흑암(黑暗)의 배경으로부터 배태되고 도드라진 도자(陶磁)의 실물감이 돌올하다. 보기 전에 감촉해야 할 것만 같은 정물의 언어가 현(玄)의 혼돈으로부터 도자기의 오브제로 완연해진 그윽한 내력을 더듬어보게 한다.

(박영택 평론가 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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