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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성 : 매일매일의 만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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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성 Jeong Zik Seong : 

《 매일매일의 만화경 Phantasmagoria of Day by Day 》 



(좌) 정직성, 〈까매 My Black 202317〉, 캔버스에 아크릴과 유채, 30×30 cm, 2023

(우) 정직성, 〈달이 My Moon 202318〉, 캔버스에 아크릴과 유채, 30×30 cm, 2023


■ 전시 정보


▪ 전시 작가: 정직성 Jeong Zik Seong

▪ 전시 제목: 매일매일의 만화경 Phantasmagoria of Day by Day

▪ 전시 기간: 2023년 5월 27일(토) ~ 6월 18일(일) 

▪ 별도의 오프닝 행사는 없습니다.

▪ 운영 시간- 수~일요일 13:00~18:30/ 월, 화요일 휴무 

▪ 전시 장소: 페이지룸8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11길 73-10 1층 상가)

▪ 전시 장르 및 규모: 회화 20여 점

▪ 전시 담당: 박정원 페이지룸8 디렉터


■ 전시 서문


박정원_페이지룸8 디렉터


매일매일의 주제

 정직성 작가의 이번 전시 《매일매일의 만화경(Phantasmagoria of Day by Day)》은 지금까지 선보인 그의 전시와는 다르다. 95학번 작가가 1997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한 전작을 엮은 두께 7cm 상당의 『정직성 브릭북』에도 아직 소개되지 않은 새로운 층위의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만화경’을 염두에 둔 작업들은 작가의 생활과 삶의 단상과 맞물려 구상 단계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며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변주를 거쳐 진행되었다. 이 작업들은 최근에서야 “매일매일의”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매일매일의 만화경”이 되었다. 붓질을 하는 행위와 색감 그리고 대상의 형상들은 하루하루 작가의 생각이 달리 스치듯 저마다의 속도를 가지고 있으며 특별한 운동성을 지니고 있다.


노랑이; ㄴㅗㄹㅏㅇㅇl

 정직성 작가의 작품에 1990년대 이후 처음으로 동물이 등장했다. 이 동물들은 모두 작가의 품을 떠난 반려동물이다. 집을 나가 행방을 찾을 수 없는 고양이, ‘노랑이’와 작가의 여덟 살 된 반려견 가을이가 낳아 이웃에게 입양된 ‘까매’, 심지어 바람을 가르는 청룡과 금세 지고 마는 목련에서도 동물적 기운이 느껴진다. 자신을 둘러싸고 등장한 그림의 소재들은 작가 특유의 속도감 넘치는 브러시 스트로크(brush stroke)로 구현되었다. 하지만 작품이 제작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형상들이 어떤 주제 의식을 품고 있는지 미처 풀지 못한 수수께끼가 되어 매일매일을 보내고 있었다. 정직성 작가는 최근 자각몽을 통해 단순하지만 명징한 하나의 사실을 깨달았다. 작가의 말을 옮겨 본다.


 내가 요즘 그리는 것은, 아끼고 사랑했지만 지금 내 곁에 없는 것, 있다고 믿지만 볼 수 없는 것, 아름답고 찬란하지만 곧 사라지는 것들이다. 부재하거나 부재할 대상을 상기하면서 펼쳐지는 기억과 현실의 감각, 그리고 우리가 공감각적으로 연결해서 느낄 수 있는 장을 붓질과 물감의 흔적을 통해 수사학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그리고 회화 작품에 기대하는 비의적, 압축적인 무게감을 덜고 변주와 반복(순환)의 기쁨과 자유 또한 누리고자 하였다. 화가란 결국 순환하는 삶의 수레바퀴 속에서 작지만 다른 편린의 삶을 살아내는 자신의 경험, 일상과 환상을 회화의 형식으로 형상화(가시화) 하여 다른 이들과 진동하고자 하는 자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 정직성 작가의 작가노트 중, 2023년 5월 -


 사실 정직성 작가가 현재까지 추구한 추상회화(Abstract Painting)에 대한 진정성은 -‘추상’의 어원이 ‘추출’에 있듯이- 자신의 삶에서 추출하여 표면화함으로써 이미 실현하고 있었다. 단, 이번에 작가가 추출한 이미지는 어떠한 가설 없이 단지 무목적적으로, 마치 느닷없이 나타난 것처럼 자신에게 다가온 형상이라는 것이다. 길을 떠난 노랑이는 어떤 단순한 부재를 상징하기보다는, 자신 혹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부재 의식을 일깨우는 전령이 되어 초현실적으로 드러난 이미지라는 결론이 아닌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노랑아~”, “노랑?”, “노랑이!” 등 작가로부터 다양하게 불리었을 ‘노랑이’에 대한 이미지는 그렇게 쓰다듬는듯한 붓질로 남았다. 


바람의 임시 공간, 캔버스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목도되는 점이 있다. 동·식물과 함께 ‘바람’, ‘비’ 등 공감각적인 요소들이 함께 등장한다는 것이다. 기법상 물감이 흘러내리고 다시 칠해지며 그 사이에 비치는 형상들이 다양한 층위를 이룬다. 작가의 무의식적/의식적 행위와 필치가 맞물린 결과물은 캔버스 표면에서 미끄러지지 않는다. 오히려 긴장감을 유지한 상태로 지지된 채 임시 고정된 장면으로 보인다. 작가는 기억의 편린과 떠오르는 단상을 캔버스에 붙든 형태로 드러낸 것일까. 그렇다면 오랜만에 등장한 동물들은 작가의 시간과 함께 자각을 일깨우기 위한 무의식적으로 선택한 대상이었을 것이다. 빗속에 웃고 있는 것처럼 혀를 내밀고 있는 사진 속 까매, 안타까움과 기억을 들춰보게 되는 노랑이의 행방 등... 이미지를 통해 소중한 기억을 소환하는 만큼, 이 기저에는 망각을 통해 또 다른 부재의 불행을 낳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무의식과 현실에서 느끼는 그리움의 현전이 느껴진다. 그래서 작품을 제작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작가의 붓질은 그렇게 자각몽을 기록하듯 재빠르되 정확도를 기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렇게 진실의 모습을 흐릿하게라도 확인하고 싶은 꿈은 고스란히 그림으로 남았다. 개인의 복합적인 감정 덩어리와 작가로서의 작업에 대한 고민은 실제 캔버스에 매일매일의 흔적이 아닌 살아있는 만화경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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