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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경 회화전: 그림, 만나는 방법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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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경 인물화 기획초대전
‘그림, 만나는 방법 하나’
-Painting, as Another Method for a Meeting-

2022. 9. 27 ~ 10. 22    
관람시간: 화~토 10:00~18:00, 일/월/공휴일 휴관  
호리아트스페이스 & 아이프라운지

주최: 호리아트스페이스  기획: 아이프아트매니지먼트 
후원: 원메딕스인더스트리




■ 초대의 글    

유현경의 인물화, 
실존의 그림자를 좇는 회화적 탐구의 여정    

독일 베를린을 거점으로 서울을 오가며 활동 중인 유현경(1985~) 작가의 개인전(9.27~10.22)을 <그림, 만나는 방법 하나>라는 제목으로 개최합니다. 유 작가의 그림은 실재 모델이나 대상을 근거로 제작되지만,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재현에는 큰 흥미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어떤 작품은 그리다만 것 같기도 하고, 얼핏 미완성은 아닐까하는 불안감도 들게 합니다. 하지만 묘한 끌림이 있습니다. 몸에 좋은 맛있는 물을 마신 것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건강한 그림이란 생각마저 듭니다. 

대부분의 그림들은 일상 상황에서 느껴지는 ‘여러 감성적 교감을 통해 형성된 관계성들’을 작가만의 감정선에 따라 캔버스에 옮긴 것입니다. 한편으론 관계 중심의 작업에서 출발했지만, 결론에 이를수록 그 관계마저 망각시킨 ‘실존적 시간대의 새로운 창조방식’을 선보인다고 평가할 만합니다. 주로 인물화 형식에서 이런 그림의 특성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그래서 이번 개인전은 인물화만으로 구성했습니다. 

유현경의 인물화는 모델을 만나는 첫 순간에 일어나는 감정과 그리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여러 층위의 긴장감까지 붓질에 그대로 옮겨진 것처럼 생동감이 넘칩니다. 누구를 그렸거나, 한 인물을 몇 번 그린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얼굴 묘사 역시 거의 생략되어 추상화처럼 보이는 작품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미완성은 결코 아닙니다. 눈과 코, 입으로 표정을 그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국화의 진경산수화처럼, 형상 너머의 내재된 감정선에 충실한 그림입니다. 여과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작가적 충동과 긴장감이 배인 그림들은 더없이 솔직합니다.

소소한 감정에 휘둘리거나 매몰되지 않고, 징그러울 정도로 노골적이고 솔직한 필법을 구사합니다. 첫 출발은 자신의 느낌에 충실하지만, 끝으로 갈수록 대상과의 상호관계성에 집중하게 됩니다. 붓 터치 한 획 한 획 쌓여가는 농도만큼 화면 속 인물에 대한 이해 역시 깊어짐을 잘 보여줍니다. 작가에게 대상과 마주한 시간은 ‘기억하고 싶은 과거와 오늘에 대한 기록’이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림들에서 일상과 비일상의 순간적 경계를 넘나드는 ‘유현경 특유의 직관적 경험의 여운’이 묻어납니다. 마치 ‘실존의 그림자를 좇는 회화적 탐구의 여정’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유현경 작가의 그림은 어느 한 곳에도 거침이 없습니다. 머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더 빨리 손으로 그려낸 그림입니다. 한국화의 일필휘지 화법을 보는 듯, 아무리 큰 화면이라도 망설임 없는 붓질이 화면 전체를 생동감의 기운으로 꽉 채워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붓질은 자신감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작가적 신념과 숙련된 조형적 실험성이 겸비된 결과입니다. 순식간에 그린 것 같으면서도, 크고 작은 화면에 상관없이 아주 견고한 화면 구성력을 보여줍니다. 

화면의 어느 곳을 채우고 비워낸 것인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유현경 작가의 그림은 인물이든 풍경이든 보는 이에게 즉흥적인 감흥과 공간의 리듬감을 동시에 충족시켜주는 매력을 지녔습니다. 공간의 여백이 얼마나 중요한 조형적 완성미를 전해줄 수 있는지도 확인시켜 줍니다. 마침 이번 개인전 기간에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에서 진행되는 특별기획전 <그림의 탄생>전에도 초대되었습니다. 이건용, 서용선, 오원배 등 중진작가부터 50대 전후 중견작가들과 30~40대 유망작가 등 12명 초대작가와 어우러진 전시에 대형작품 10여점도 선보입니다. 그 누구보다도 왕성한 국내외 활동으로 큰 주목을 받는 유현경의 선별된 인물초상전 <그림, 만나는 방법 하나> 개인전에 초대합니다.

2022. 9. 27

주최 호리아트스페이스 대표 김나리
기획 아이프아트매니지먼트 대표 김윤섭 


연희선 김길리 박채흔 2(Heesun Yeon, Gilly Ghim, Chaeheun Park 2), 2022, Oil on canvas, 120x150cm


카밀라 달 체로, 리나 마리아 줄루아가(Camila Dal Cero, Lina Maria Zuluaga), 2022, Oil on canvas, 90x90cm


 
■ 

작업의 모델로 참여한 이의 소감

글_루카스 크리스티안 프뢸스
Lukas Christian Prölß, 서정시인ㆍ미술사가

  이 글은 작가와 많은 논의나 협의 없이 쓰였다는 사실로 시작해야 하며, 내포된 의미들에 대한 걱정 없이 단어들을 사용할 수 있다면, 이번전시의 그림들에 대한 견해를 편견 없이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게는 작가의 작업을 논하는 글에 더해 모델 작업이 제작되는 과정을 기록하는 것으로의 임무가 생겼습니다. 이 글은 전시된 그림들 중 당신이 저를 알아볼 수도 있다는 사실로 시작해야 합니다. 당신은 저를 닮은 사람도 저의 아우라도 아닌 저를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어느 오후 베를린에서 유현경의 초상화를 위해 녹색 소파에 앉았습니다. 제 모습이 그려진 것도 처음이고, 보고 느낀 것에 대해 담론이라기보다는 경험의 기록이라는 형태일지라도 출간물에 실리게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저는 일상의 저널리스트나 전기 소설의 작가는 아닌 ‘서정시인’이자 ‘미술사가’입니다. 당신은 이 둘을 별도로 구분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 둘을 합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는 동안이라면 저는 그 다름을 이해시키기에 성공할 것 같습니다. 

  모델의 경험 중, 몇몇 그림들에서 볼 수 있는 제가 앉았던 녹색의 벨벳 소파가 있던 작업실을 말하고 싶습니다. 소파보다 중요한 것은 제가 소파에 앉아 보게 되었던 벽에 걸린 그림들의 인물들이 이 소파에 앉았다는 것입니다. 제가 소파에 앉아 보게 되는 벽에는 저보다 먼저 그려진 사람들이 있었고 새로운 그림이 그려질 때마다 작가는 그림이 걸리는 자리들을 다시 배치하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그리는 그림들은 현재 그 자리에 앉아있는 모델과 그 모델을 그린 초상화 사이에서의 직접적인 대면으로 뿐만이 아니라, 이전의 초상화들이 새로운 그림이 만들어지는 순간에 기여하는 형태로 있었습니다. 이전에 그려진 초상화들은 그녀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 화가의 어깨 너머로 보고 있습니다. 진부한 언급을 이해해 준다면, 그들은 이제 막 만들어져 걸릴 새로운 자리의 주인의 눈을 보고 있습니다. 그들은 가장 깊은 곳에서 나오는 내면의 발현 과정을 봅니다. 벽에 걸려 있는 이 초상화들은 이 공간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므로 작가의 작업 과정의 마지막 최종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자신의 거짓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것은 그 자신의 고유한 방식에 악영향을 미친다. 진실과 거짓을 구별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말러(Mahler)의 방식의 거짓을 설명할 수 있다. +나도 같은 위험에 처해 있다. 만일 누군가 그 자신에 앞서 행위한다면 그것은 표현이 되어야 한다. 그 표현은 그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 자신을 알기를 원치 않는 사람이 이러한 종류의 위장을 쓴다.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에 자기 안으로 내려가 보지 않은 사람은 글로만 표면에 머물게 된다. (다음의 최고작만을 원하는 자들은  진정 좋은 작품의 대리품만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은 구스타브 말러Gustav Mahler에 대한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의 메모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이 노트의 일부는 “수르캄프 도서관Bibliothek Suhrkamp”에 의해 “Betrachtungen zur Musik”(음악에 대한 성찰)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으며, 바젤대학의 비트겐슈타인 아카이브의 필사본을 기반으로 합니다. 단문장으로는 완전치 않아 전체를 인용하면서, 이 인용문의 마지막 문장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습니다. 유현경은 “다음번의 가장 좋은 작업”을 원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만약 더 좋은 차기작을 생각했다면 그녀의 작업실에서 저를 응시하고 있는 벽에 걸린 많은 초상화들, 이 전시회에 걸리게 될 모든 그림들을 없애 버렸을 것입니다. 그녀는 그러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녀는 매번 그 자신과 마주합니다. 새 작업을 만드는 동안은 더욱 그러하고 이미 그려진 것들도 함께 보면서 대면하고 있습니다. 네,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지만 나와도 대면하고 있었습니다. 나도 그녀처럼 자연스럽게 사색하게 되었고 벽에 걸린 그림들처럼 그들 중 하나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연유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된 것은, 저를 붙들고 채워 주었던 이것은 즐거움이었다고 마지막을 결론지어 봅니다. 그녀와 제가 다르다는 지점에서 작가만이 이 모든 개별 초상화들의 더 큰 모음을 만들 수 있었고, 대단한 것은 이 초상화들의 조합들이 그 안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조화롭다는 것입니다. 제 초상화는 저보다 더 이 일련의 작업들이 계속되는 한 다음 작업, 다음 모델에게 기여할 것이고 이 나열되어 배치된 전체와 각 개별의 초상화 모두에게 영향을 줄 것입니다. 

  제가 유현경의 작업실을 떠나면 다음 모델이 그 녹색의 벨벳 쇼파에 앉을 것이고, 그려진 저는 화가의 어깨 너머로 걸려 그림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모델의 눈을 바라보는 것으로 또 기여할 것입니다. 지금은 그 곳은 녹색의 소파를 마주하는, 모델을 쳐다볼 눈이 없는 흰 벽들일 것입니다. 이것이 현재 제가 상상하는 작업실의 모습입니다. 모든 얼굴들, 그 초상화들, 그 대상들이 한국으로 간 까닭입니다. 당신은 제 초상화와 저와 니콜 벨라스케스(Nicholé Velásquez)가 팔짱을 끼고 당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원컨대 제가 경험했던 것과 유사한 경험을 하시고, 아마도 다른 새로운 시각도 만들어 보시기를. 그림 하나가 보여줄 수 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제가 즐거움을 느꼈던 그 전체로 하나의 미감을 느껴보시기를.


송유진(Yujin Song), 2022, Oil on canvas, 170x116cm


김상혁 1(Sanghyuk Kim 1), 2022, Oil on canvas, 65x45.5cm



■ 작가약력
유현경(1985~)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동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2009년 서울시립미술관 SeMA 지원전시를 시작으로 이번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의 전시 포함 19회의 개인전과 40회 이상의 기획 단체전에 참여했다. 또한 2011년 독일 슐로스 플뤼쇼브 레지던시를 시작으로 스위스 취리히 로테 파브릭(2014), 뉴욕 두산 레지던시(2016)의 해외 레지던시에 선정되어 활동하였다. 현재는 주로 베를린에 거주하며 어떤 장르에도 귀속되지 않은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유현경 작가는 주로 풍경, 사물, 인물 등 다양한 소재를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재현보다는 특정 상황에서 느껴지는 여러 감정과 교감을 캔버스에 담아낸다.


파리 지안후스티디스 2(Paris Gianchoustidis 2), 2022, Oil on canvas, 53x41cm


바위, 절벽(A Rock and Cliff), 2022, Oil on canvas, 119.5x169.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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