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전시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전시상세정보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2022 공주이시대의 작가전: 오해균

  • 상세정보
  • 전시평론
  • 평점·리뷰
  • 관련행사
  • 전시뷰어





나무와 구름과 바람의 세월

명장 오해균전

 

김두영(화가)

 

 

신이 내린 손, 이 시대의 명장 오해균

오래전 언론은 선생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리고 2022, 이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일정(一丁) 오해균 목공예 명장을 선정하였다. 진작 이루어졌어야 할 일이기에 늦은 감이 크지만, 그렇기에 당신의 고향 공주에서의 생에 첫 초대 개인전은 더욱 반갑다. 지금은 건강상의 이유로 짧게 정리했지만, 일평생 고무줄로 동여맨 잿빛 긴 머릿결을 등에 지고 오로지 베레모만 고집하던 장인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오해균 명장은 전통공예의 예술적 가치를 승화시키기 위해 도를 닦듯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왔고, 독특한 창의적인 예술성으로 우리나라 불교조각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작품은 대추나무 재질의 벽조용당초문투각향로, 백제금동대향로,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는 모습의 기독성감, 대추나무 석가모니 불상, 은행나무 재질의 용, 지게꾼, 독수리, 최후의 만찬, 십장생 부조 투각 등이 있으며 지점토 작품과 그림까지 망라하고 있다.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천재적 예술가들이 그러했듯, 그의 작품은 이론과 설계도 없이 물 흐르듯 흐르는 감각으로만 이루어진 다양한 예술적 작품들이 즐비하다. 특히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그의 주특기는 누구도 엄두를 낼 수 없는 정교한 투각과 세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대추나무로 만든 벽조목당초문투각향로는 나무 한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다. 원형 돔 속에 투각으로 따로 분리된 구()5개 만들고 그 표면마다 제각각 다양한 전통문양으로 투각을 해놓았다. 이 작품은 뚜껑을 열고 향을 피우면 구()에서 향이 피어오르도록 치밀한 설계가 바탕이 되어 있다. 필자는 이 작품을 처음 보고 경이로움에 한참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리고 혹여 조립한 것이 아닌지 한참을 살펴보고는 스스로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다. 이 작품은 각종 전시에서 선생의 대표작품으로 선보이곤 하였는데, 보는 사람들마다 탄성을 숨기지 못했었다. 이제 선생의 손을 떠나 누군가가 소장하고 있을 작품 중에 이와 같이 훌륭한 작품들이 많을 터이지만 이들이 한곳에 자리하지 못함이 크나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작품의 재료로는 주로 대추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고사목 등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들 나무의 독특한 질감과 결을 살리면서 제작함은 물론이고, , , 상아와 같이 다양한 재료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를 활용한 장신구, 향집, 호돌이 등 전승공예품도 개발 및 관광상품화에도 기여한 공적이 화려하다.

또한, 개발성에 있어서는 원목을 종으로 3등분 또는 5등분을 하고 각 조각을 세각한 후 다시 연결하여 실용성과 창의성 그리고 예술성까지 한 작품에서 연출해내는 놀라운 시도를 하였고 또 이를 완벽하게 구현하였다.

이런 작품들은 소위 장인정신 없인 이룰 수 없다. 오해균 명장의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예가 있다. 하나의 나무를 재료로 1백여 개의 고리를 끊어지지 않게 조각한 것이다. 조금만 실수하여도 끊어질 수 있는 어려운 작업인데다가 창의적인 면에서 내키지 않는 지루한 작업의 연속이었을 수도 있지만, 새우등을 하고 고집스럽게 하나의 나무에서 백여 개의 고리를 조각으로만 이어가는 오해균 명장의 뒷모습을 상상하기만 해도 자연스레 고개를 숙이게 된다.

 

1981년 전국공예품 경진대회를 시작으로 27회가 넘는 수상과 다수의 표창은 평생 그의 공예에 대한 애착을 엿볼 수 있다. 오해균 명장이 무명시절을 벗어난 때는 환갑이던 1995년 목공예 분야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되면서였다. 이후 1996년 대통령 표창, 1997년 제16회 대한민국 불교미술대전에서 대상, 대한민국 명인2, 세계명인선정까지, 대한민국 최고를 넘어 명실상부한 세계최고의 대열에 올라섰다. 또한 각종 대회의 심사위원을 역임하고 미술인 회원전, 추천작가전, 초대작가전, 기타 개인전 등 수많은 전시회를 통하여 공예발전에 이바지했다. 2005년의 자유의지 전은 선생께서 운영위원장을 맡아 20년 만에 열린 울타리 없는 모임의 첫 전시를 준비했던 일로 회상하고는 한다.

 

2021년도에는 원불교역사박물관 주관으로 대추나무 재질의 목조용당초문 투각향로, 백제금동대향로,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표현한 기독성감, 대추나무 석가모니 불상 등과 은행나무 재질의 용과 독수리, 지게꾼, 최후의 만찬, 십장생 부조 투각 및 세각 작품과 2020년 제작에 들어가 제작 중인 미완성 불상 등 평소 아끼는 주요 작품 30여 점을 비롯한 먹과 채색의 그림 작품 등을 함께 전시한 오해균 명장 초대전 나무와 구름과 바람의 세월 전이 성황리에 열리기도 하였다.

 

현시대에는 컴퓨터와 스캐너를 활용한 3D프린팅 기법이 있기는 하나, 오해균 명장과 같은 예술성과 창의성을 지닌 영혼의 세계를 따라올 수는 없다. 예술가로서 장인의 길이란, 자신의 분야에서 예술가로서의 혼을 불어넣을 만큼의 노력과 열정을 담은 고행의 시간이라 할 것이다. 조각공예는 도()를 닦는 것과 같은 수행의 길이다. 그렇기에 사회의 제도적 환경조건들이 명장이나 전업작가들이 작품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선생에게 지나온 세월은 아마도 좋아서 신들린 듯 걸어온 목공예가로서의 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예술가는 각지에서 수많은 세월 동안 작품을 남겼지만 상처만 입은 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기를 여러 번 반복하였다. 또 생계 때문에 작품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아픈 사연도 많다고 한다. 가족을 돌보지 못할 정도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많은 유혹과 어려움을 뿌리치고 전통문화 보존과 보급을 위해서 한 길을 걸어온 오해균 명장의 길은 수도승의 깊은 수행의 길과 같다고 할 것이다.

 

오해균 명장은 오로지 공예가로서, 명장으로서 외길 장인의 길을 걸으며 구순(九旬)에 가까움에도 세계 앞에 우뚝 선(!) 대한민국의 명장이다. 또한 자랑스런 충청인이며 자랑스런 공주인으로 이 시대를 상징하는 공예작가로 남게 될 것을 추호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한 90년에 가까운 공예인생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작품에 몰입한 그의 인생은 인생은 짧고 예술은 영원하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뼛속 깊이 되새기게 한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