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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 : 시간의 지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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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도스 기획 도희 '시간의 지층'
2022. 6. 29 (수) - 7. 5 (화)




1. 전시개요 

■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기획 도희 ‘시간의 지층’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제1전시관(B1)
■ 전시기간: 2022. 6. 29 (수) ~ 2022. 7. 5 (화) 



2. 전시서문

 기억을 얻는 기록

김민영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인간의 내면에는 내 안에 있지만 나도 모르는 부분이 존재한다. 이를 무의식이라 하는데 의식과는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으나 언제나 의식 뒤에 숨어 있는 무의식은 어느 순간 존재를 대뜸 드러내곤 한다. 무의식은 감각이 제공하는 불완전한 데이터를 받아서 빈틈을 메워 그 인식을 의식으로 전달한다. 의식적 기억과 인식은 무의식에 깊게 의존함으로써 기적과도 같은 일을 해내기도 한다. 지나간 시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무의식에 끊임없이 지층의 형태로 쌓인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기억이란 이름으로 다시 상기되어 현재를 살아가는 자신과 과거의 자신 사이를 메우고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느끼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때 단순히 지나간 시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시간의 흐름과 함께 모든 존재가 서서히 흐려져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던 감정을 다시 되살린다.

 기억이란 마치 돌과 같아서 산의 작용으로 시간이 지나고 거리가 멀어지면 점차 부식한다. 이에 도희 작가는 내재한 기억과 감정을 기록하기 위해 무의식 속 잔존한 이미지를 재해석해 작업한다. 작업에서 나타내는 ‘기쁨’, ‘욕망’, ‘불안’의 흔적들은 도형과 선의 추상적 형태로 표현되어 일상의 눈으로 보이지 않는 작가의 내적 세계를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굵은 선의 속도감은 명쾌하지만 그 속에 긴장감이 담겨있으며 얇게 쌓아올린 선은 연약하지만 섬세한 감정이 느껴진다. 각기 다른 형태와 색상의 도형은 현재를 직관하는 감정이 고스란히 녹아져있다. 이처럼 무질서하게 쏟아지는 도형과 선은 지나간 과거와 사유하는 현재에 상징적 의미를 담아 레이어로 표현하여 무게감이 느껴지는 동시에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의 환상적인 시공간 그 속으로 깊이 빨아들인다. 

 도희 작가에게 과거는 현실적으로 무용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지금의 것들을 이루며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요소이며 작품에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작가의 작품 활동은 잠재된 형태로 기억에 남아 있는 무의식적 기억의 주체성을 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내면의 시각화를 통해 다면적인 인간의 내면과 사회 속 관계와 감정의 층위를 여러 형태와 색채를 활용하여 감각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되찾은 기억을 적절한 망각과 선별을 거쳐 본인 나름의 방식인 추상적 작품으로 표현하여 현재를 살아가는 자신을 확인하고 기록함으로써 나아가 새로운 자아를 발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러한 계기는 인간적인 경험의 창조적 사고로 실현되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본 전시는 기억의 의식과 무의식이 동시에 낙서와 도형으로 표출된 도희 작가의 내면 탐구에 집중한다. 작품에서 시각적으로 표현한 무의식적 낙서와 도형은 지속적으로 자신을 탐색하고자하는 작가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세상의 어떤 언어도 정확히 그 대상을 나타낼 수 없듯이 우리가 쓰는 언어는 본질적으로 추상성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그저 마음을 열어 둔 채 작품을 온전히 느끼면 될 뿐이다. 캔버스 위에 지나간 시간과 경험, 그 여정을 기록하고 서사를 축적하는 도희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마음껏 상상하다보면 어느새 지극히 개인적인 치유의 감정과 작가의 성찰이 자연스레 투영된다. 이는 우리에게 공감과 소통을 이끌어 내며 새로운 미학적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시간의 흔적 #3>, mixed media on canvas, 116.8x91cm, 2022







<사라질 것들 #1>, acrylic on canvas, 60.5x72.5cm, 2022






<시간의 지층 #1>, acrylic and color pencil on canvas, 224.2x162.2cm, 202






<시간의 지층#3>, acrylic on canvas, 162.2x224cm, 2022






<시간의 지층 #4>, acrylic on canvas, 162.2x112cm, 2022






<시간의 흔적 #5>, mixed media on canvas, 53.0x45.5cm, 2021






3. 작가노트


시간의 지층

 어른이 된 이후 계속 부과되는 역할들과 현실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면서 혼자서만 감당해야 하는 무거운 감정들이 생겼다. 내면의 그림자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본질적 의문을 갖게 했으며 회화 표현에 대한 탐구로 확대되었다. 나에게 있어 작업 행위는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무의식 속 감정들을 불러일으키며 기억을 회복하고 억눌린 감정을 발산하는 경험을 주며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낙서로 표현되는 무의식적 행위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기억 속 잔존한 이미지를 작업으로 끌어들인다. 정리되지 못한 감정들이 심상에 부유하고 그것들의 원인을 과거의 사건, 이미지, 기억들에서 추출해 작업에 옮긴다. 지금의 나를 이루는 내적, 외적 요소들인 성격, 말투, 행동, 습관들은 내가 살아온 과거 전체의 응축물이자 흔적이다. 과거는 현실적으로 무용하기 때문에 의식적인 주의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지금의 것들을 이루며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는 과거의 이미지를 기억이라고 부르는데, 이 이미지 기억은 장소, 감정, 잔상 등 다양한 형태로 의식 속에 남는다. 베르그송(Bergson, Henri, 1859~1941)에 의하면, 표상은 그 자체로 실재의 단순한 반영이라기보다 ‘인간적인 경험’을 형성하는 지각과 기억의 혼합물이다. 기억의 힘은 단순히 과거를 반복하고 재현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망각과 선별을 거쳐 과거를 현실화함으로써 현재를 변화시키는 창조성에 있다고 한다. 나의 작업은 기억과 망각이 뒤엉켜진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고자함에 있다.

 과거는 또한 ‘무의식’ 속에 남아있다. 무의식은 기존 작업의 도구인 낙서의 형태로 캔버스에 드러난다. 지그재그 형태의 반복적 낙서들을 변형시키고 기호, 풍경처럼 해체하거나 단순화시키는 과정을 거쳐 과거의 기억들을 재해석해 표현한다. 나에게 드로잉은 잠재된 인식의 내적인 조형성을 살펴볼 수 있으며, 새로운 양식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창조성을 잘 나타내주기 위한 에너지의 응집이라고 할 수 있다. 화면 대부분을 내재한 기억에서 풀어져 나온 무의식적 낙서로 표현하지만, 그 위에 생성되는 채도가 높은 기하학적 도형들은 직관하는 현재의 나를 의미한다. 기억은 지층처럼 축적되고 우리는 계속해 사유함으로써 기억이라는 지층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나는 그것들을 작업의 주제로 삼는다. 나에게 기억은 낱장의 투명한 종이들처럼 지난날과 앞으로의 날을 완전히 가리지는 않고 존재는 하지만 어느 정도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레이어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이것들을 겹겹이 쌓이는 층처럼 캔버스 위에 표현한다.

이러한 내면 탐구는 이미지 기억을 기반으로 매일 기록한 핸드폰 메모장 속 텍스트에서 추출한다. 이는 시각적 표현으로는 무의식적 낙서와 도형으로 표출되고 본능적 욕망을 넘어 창조적 행위를 하게끔 한다. 이는 의식과 무의식이 동시에 표출된 결과이자 숨겨진 기쁨, 욕망, 불안의 흔적들이다. 이렇듯 나는 지층처럼 축적되는 과거에서 추출된 잔존한 기억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개인의 내면세계에 대한 표현방법을 고찰하고 있다.





4. 작가약력 


도희 Dohee

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패션디자인과 졸업, 뉴욕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졸업예정, 서울

개인전
2022 시간의 지층- 갤러리도스, 서울
2021 Reflection- 하나아트갤러리, 서울
2021 1회 개인전- 갤러리위드, 서울

단체전
2022 Pre-season 석사청구전-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2021 서울 아트쇼- 코엑스, 서울
2021 크리스마스 특별전- 롯데백화점 일산점, 일산
2021 사람내음, 사랑내음 단체전- 순천향대학병원, 서울
2020 4인전- 갤러리위드, 서울
2020 K.A.K 단체전 – 미엘 갤러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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