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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신애 판화 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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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길가에 생명을 다하고 떨어진 나뭇잎을 주워 말리고 그것에 또 다른 생명의 의미를 넣어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한다.

그저 묵묵히 제 할 일을 다 하고 떨어진 나뭇잎이나 길가에 흔하디 흔한 잡초 중 눈에 띄는 녀석을 집으로 가져와 말리고 그 작은 잎들을 드로잉으로 그리고 나의 작품의 매개체로 재탄생시킨다.

이렇게 말려진 작은 나뭇잎들은 하드그라운드를 바른 검은색 동판 위에 날카로운 니들로 새롭게 드로잉 된다. 그리고 이리저리 엉킨 선묘들 사이에 나는 세상사는 일상과 이야기들을 숨기듯 그려 넣거나 자아를 상장하는 꽃과 나비, 항아리 등에 담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길가의 잡초, 그중에 또 작은 나뭇잎 하나, 그 안에 숨겨진 나의 일상과 같은 선들은 또 한 번 인고의 과정을 거치며 완성된다.

부식의 과정이다.

염화제이철이라는 약품 안에 동판을 담그고 판에 그린 동그란 모양을 뜯어내기 위해 며칠을 넣었다 빼는 인고의 과정을 보낸다.

이 또한 우리네 인생에서 고난의 시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완성된 동판은 시간과 노력의 보답으로 아름답게 변신한다.

이렇게 완성된 판은 판화 기법을 이용해 색을 넣어 종이에 찍기도 하지만 때론 동판 그 자체를 완성품으로 마무리하기도 한다.

나의 정체성을 담은 보잘것없던 작은 나뭇잎들은 나에게로 와서 꽃과 같은 작품으로 재탄생된다.

한 인간의 삶도 그런 것 같다. 어느 인생 하나, 의미 없는 인생은 없다. 다만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못해서 오는 불안만 있을 뿐이다.

나의 부식된 동판 안에는 절망과 희망이라는 두 개의 심장 같은 십자가가 새겨 넣어져 있다. 내 모든 삶을 기도로 담아 토해낸 삶의 십자가가 웅크리고 있다.

 

권신애 작가 노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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