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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종갑 : 이상한 풍경

  • 전시분류

    개인

  • 전시기간

    2021-12-24 ~ 2021-12-30

  • 참여작가

    길종갑

  • 전시 장소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장

  • 유/무료

    무료

  • 문의처

    010-8457-7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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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종갑의 자연, 즉 인간의 세계에 대하여
박응주(미술비평가)


곡운구곡(谷雲九曲)의 작가.
엄밀하게는 2007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기간의 화가 길종갑에 대한 별칭이다. 언뜻 보면 ‘이발소 그림’인 듯, 찬란한 색조로 관객의 시선을 잡아 끌며 채색된 관념산수인 냥 고즈녁 해지는 순간에 직면하게도 했다. 그런데 잘 보면 원래의 곡운구곡의 전설이기도 한 1668년의 김수증(강원도 평강 감사)이 당시 화가 조세걸에게 그리게 한 <곡운구곡도>처럼 그것은 실경산수이다. 실경일 뿐만 아니라 갓을 쓴 선비가 길을 지나가며, 현대의 관광객이 관광투어를 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쓱 보면 지나치기 쉬운 화면 한쪽에는 산을 파헤치는 공사가 벌어지거나 이미 완공된 터널과 고가도로를 통해 승용차가 질주하고 있기도 하다. 엄밀한 원근법적 대비율에 따라 개미만큼 작아져서 말이다. 그렇기에 현대의 과도한 개발욕망을 무섭도록 질타하는 고발이 깔려있음에도 불구하고 화면 속의 대자연에 홀린 관객은 이를 ‘환경포스터’ 같은 것으로 여길 일이 없다. 만추의 강원도의 가을 산악이 내지르곤 하는 쩡- 소리나는 아름다움보다 더 아름다운 실경과 거의 눈에 띄지 않아 감당할만한 화면 귀퉁이의 약간의 불편한 장면들, 그 사이가 길종갑 곡운구곡도들이 제기한 문제의식이었다. 왜 그는 그토록 ‘과도한 촉수’를 온 세상에 대해 들이댈까? 실경에서라면 보일 리가 없는 강물줄기를 끌어오고(2009-12, 풍속도), 시선의 장소로부터 최소한 30킬로미터는 떨어져 있음직한 먼 거리의 원경에 보이는 가로와 건물을 그려내고(2011, 수피령), 흡사 푸른 계곡의 청옥빛 물속에서는 노니는 물고기라도 그릴 양이다(2020, 청옥협).


나는 여기서 남미 문학의 특장에서 차용한 말로 ‘마술적 리얼리즘(magic realism)’이라는 말을 떠올려본다. 그는 우선, 시간의 흐름을 인정치 않겠다는 듯, 또한 공간적 구분도 아무런 힘을 쓸 수 없다는 듯 그만의 법칙성 위에 대상을 재/배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환상이면서도 현실이기 때문이다. 현실이 꿈처럼 묘사되거나, 꿈과 환상이 현실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사실이 아닌 세상을 휘감는 어떤 이치나 영성(靈性)을 그리려 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의 그림 안에서 사람들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자신의 신분과 연령대의 고만한 삶을 열심히 충실하게 수행하며 살아나가고, 자연 또한 자신의 생을 살아가느라 바쁘다. 산세와 수목은 웅성거리며 서로를 반조(返照)하며 인간의 세계와 ‘맞는 짝’처럼 조응한다. 그의 수목이 유난히 밝은 원색으로 반짝이는 이유였을 것이다. 이토록 무심하고 덧없는 소재라는 것. 그에게 있어 이 덧없는 소재는 ‘결정적인 미(美)’나 ‘결정적 사건’이다.


그것이 환기하는 것은 ‘통증’일 것이다. <개발예정지의 봄>(2019-21)을 올올이 그리면서 그가 흘렸을 눈물을 생각해본다. 산은 봄을 맞아 새싹을 움틔우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가련하기만 하다. 이 큰 화폭을 이토록 아름다운 폐허로 채워나갔을 심정 같은 것 말이다. 이것이 미술의 운명적 역설일지도 모르리라.


아마도 작년부터였던 듯싶다. 그는 대폭(大幅) 그림을 시작했다. <이상한 풍경> 연작들이다.
여전히 고대인이 등장해 바위에 글씨를 쓰고 현대인은 사진 찍고 수영을 즐기고 산을 파헤치는 공사는 진행되고 산을 뚫은 터널로 차들은 내달리지만 뭔가 미학적 목표를 크고 막대하게 가져가 통증이 수반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음직하다(2020-1, 이상한 풍경5_청옥협). 그 고혹적인 색채로 빛나던 산들은 어느 날 폐허지, 민둥산으로 일변했고 아홉 곡의 아름답던 풍광들은 상처로 찢겨나가고야 말았다(2020, 이상한 풍경1). 재난을 직시해야겠다는 어떤 조바심까지도 느꼈던 듯하다. 산불의 폐허지에서 화면이 폭력적으로 일변했던 이유였으리라(2021, 산불).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이 한 눈에 보여지는 <이상한 풍경2>의 산하는 병들어있다. <이상한 풍경3>은 더욱 암울한 산하다. 옛사람들이 싱싱한 물고기를 잡아 포구로 운반하던 때를 떠올리듯, 화면 중앙에 등장해있지만 강은 폐수와 쓰레기로 죽어가는 모양을 물새의 혼령이 우두커니 지켜보고 있으며 앞을 분간할 수 없이 공장의 매연은 도시를 암흑 속으로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길종갑은 현재 그림의 역설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것일까. <제주에 부는 바람>(2021). 화폭은 상처로 마음껏 유린되어 있지만 그 묘사하는 색채와 붓질의 조화와 경쾌하리만치 기민한 속도감은 ‘미적 쾌’를 충분히 유발시키는 것이다. 찬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당분간 이 역설과 함께 뒹굴며 장편 소설을 써나갈 듯하다. 그가 살고 있는 강원 땅의 신화와 민담, 무의식, 상징과 처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말이다. 그의 자연, 즉 인간의 세계의 처연한 건강성을 믿는다.




개발예정지의 봄 180.5cmx220.7cm 캔버스에 아크릴 2019~2021




봄에부는바람(미세먼지) 130x160.5cm 캔버스에 유채 2021




이상한풍경2 260.5x280cm 캔버스에 아크릴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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