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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배: 카네이션-마음이 몸이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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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배, 대지 아래 산, 2021, 캔버스에 아크릴, 194×259.5cm



2000년에 제정된 이인성미술상은 매해 한 명의 작가를 선정해 이듬해 개인전을 개최한다. 20년 넘는 세월을 거쳐 그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는 이인성미술상은 다양한 장르가 혼재한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회화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작품 활동을 개진하고 있는 작가에 주목한다.


강요배(1952년생)는 제21회 수상자로, “회화 매체의 확장과 깊이를 더하며 밀도 있는 작품세계를 선보이고 있으며, 오랜 시간 지속적인 작업을 통해 시대와 역사에 충실하고 다양한 화풍의 변모를 추구한다.”라는 평과 함께 지난 2020년 선정되었다. 


10월 13일(수)부터 시작하는 ‘강요배: 카네이션-마음이 몸이 될 때’ 전시는 대자연의 풍경을 담은 대형 회화, 자연과 사운드에 집중하여 작가가 직접 촬영한 영상작업, 대구, 경산의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한 상주비단 설치작업, 그리고 고(故)이인성 화백의 대표작을 모티브로 한 회화 작업 등 작가의 폭넓은 작업 세계를 펼쳐 보인다.


성육신(成肉身)의 어원인 인카네이션(incarnation)에서 영감을 받은 전시 제목 ‘카네이션-마음이 몸이 될 때’에서 짐작할 수 있듯 강요배 작가의 작업을 관통하는 태도는 체화(體化)다. 그의 작업들은 내면을 이루는 생각, 사상, 이론 등이 몸에 배어 자기 것이 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임을 제목을 통해 전달한다.


제주의 자연과 역사적 사건들을 중심 주제로 작업을 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 ‘몸’으로의 발현으로서 확장된 작업 세계를 보여준다. 특히 전시 출품작 대다수는 2021년 새롭게 제작한 신작으로, 일 년이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작업 혼을 불태워 대형 회화 작품들과 새로운 영상, 설치, 조소 작업 등 19점을 제작했다. 


수풍교향水風交響(2021), 쳐라쳐라(2021), 바비가 온 정원(2021) 등의 대형 캔버스 작업 안에서 아크릴이 묻어 나오는 붓질에는 작가의 몸짓(액션)과 그로 인해 발생 되는 소리가 바람과 파도 소리와 교차 된다. 작가는 시각과 청각 등의 감각을 활용하여 자연의 생생한 숨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영상이라는 매체를 활용한다. 순간의 움직임들을 포착하고 머리와 마음에 새겨진 메시지를 몸으로 수용해 작가의 시선, 그리고 신체의 오감으로 표현하여 ‘자연 풍경’에 대한 의미를 재고하게 한다. 


또한 이번 전시는 대구의 지역 역사성에 대해 고찰해 볼 수 있다. 10월 항쟁과 경산 코발트 광산 학살사건 등을 모티브로 한 새로운 작업들을 선보여 작가의 회화 작업에서 중요하게 자리하는 민중 의식을 꾸준히 드러낸다.


이번 전시의 대표 작품인 수풍교향은 약 16미터에 달하는 화폭에 광활한 대자연을 담은 한 폭의 파노라마 회화다. 자연의 변화무쌍한 움직임을 담은 작품은 자연의 소리와 작가의 붓질(지휘)이 어우러져 마치 한 곡의 교향악(심포니)을 만들어 낸다.



이와 더불어 제21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로서 작가는 故이인성 화백의 ‘가을 어느 날’(1934)과 ‘경주의 산곡에서’(1935) 작품을 오마주한 회화 ‘어느 가을날’(2021), ‘산곡(山谷)에서’(2021)을 제작하였는데, 일제 통치하에 혼란한 시대를 살았던 식민지 예술가 이인성의 비극적인 시대적 상황과 1946년 대구의 10월 항쟁 등 근현대의 역사적 사건들을 접목하여 작가가 지닌 민중의식을 꾸준히 드러낸다.


전시를 기획한 이혜원 학예연구사는 “내면을 표현하는 방식을 끊임없이 탐구해 온 강요배 작가는 이번 전시를 기점으로 화풍과 예술세계의 경계를 확장한다.”라며 “회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도를 선보이는 개인전을 통해 인간의 삶과 역사적 사건들 그리고 자연의 숨소리를 몸으로 체화하는 경험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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