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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원 전: 숲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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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원-자연과 감응하는 선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  


 이선원은 한지를 접고 펼쳐낸다. 자연에서 가져온 재료 자체의 본성, 물성을 유지하면서 그 몸체를 캐스팅 하고 있는 것도 같다. 그것들은 평면이지만 입체적으로 융기된 표면, 빈 내부를 안고 있는 외부, 다양한 깊이와 굴곡을 거느린, 주름들을 거느린 살이다. 다양한 사건이 발생되는 이 표면은 복합적인 얼굴을 하고 다가온다. 그것은 문득 창 너머의 풍경이거나 블라인드 사이로 비치는 외부, 끊임없이 생성중인 나무줄기, 구겨진 보자기 등을 떠올려준다. 또한 조감의 시선에서 본 풍경이자 산의 형세를 연상시킨다. 자연계의 프렉탈 구조를 닮은 표면에는 자연의 기운과 호흡이 성에처럼 두텁게 내려앉아 있다.    

이 납작하면서도 입체적인, 조각적인 표면은 두꺼운 한지, 섬유질, 나뭇가지 등이 얽혀 이룬, 무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두툼한 피부다. 그것은 자연 재료 자체의 민낯으로 불거져 있으면서도 그 사이로 스며드는 물감의 얼룩, 날카로운 니들로 새긴 상처, 종이를 접은 자국, 바느질 선, 캐스팅 된 껍질 등을 두루 포개놓고 있다. 여기에는 아교, 바인더, 젤미디움이 동반되고 회화, 페이퍼메이킹, 판화, 드로잉, 콜라주 기법이 함께 한다. 물감 또한 단일하지 않아서 아크릴 칼라, 안료, 쪽물, 진채, 호분, 산화납, 에칭잉크 등에 의한 다양한 색, 얼룩이 삼투되어 있다. 그만큼 다양한 기법을 동반한 손/노동의 개입은 여러 재료를 반죽해가면서 무수한 성형의 얼굴을 새겨놓는데 이는 전적으로 재료와 시간, 손의 결합으로 인한 것이며 여기에는 의도와는 거리가 먼, 선험적으로 주제를 설정하거나 목적론적으로 물질을 가공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 존재한다. 그것은 전적으로 작업하는 과정에 발생하는 우연성/우발성을 용인하는 한편 재료 스스로가 발화하는 측면을 받아내는 일이다. 분명 의도치 않은 결과이자 예측불가능 한 시간 속에서 가능한 것들이고 결과를 알 수 없는 진행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남겨진 여러 흔적이 돌연 응고되었다. 그와 같은 여러 과정, 시간을 고스란히 머금고 있는 이 비정형의 화면은  평면/입체 사이에서, 회화와 판화, 섬유미술의 틈에서, 인공의 것과 자발적인 물질의 연출의 경계에서 유동한다. 여러 틈에서 서식하는 표면은 다양한 기호를 잔뜩 내장하고 있어서 보는 이의 개입과 관여를 촉발시키는, 낯선 감각을 발생시키는 존재로 서 있다. 화면의 네 귀퉁이 역시 미세한 주름을 거느리면서, 편차를 발생하면서 벽으로부터 높이를 유지하고 있고 그로 인한 파생된 그림자/그늘을 한 쌍으로 동반하고 있다. 여기서 그림자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가는 1980년대 후반부터 닥 펄프, 한지 등을 해체하고 다시 밀착시켜 압인하는 형국의 작업을 선보였다. 닥 펄프를 물에 담가 풀어내고 그렇게 풀려난 닥 펄프의 섬유질을 재구성, 색을 입히는 작업 등을 통해 자연 재료 자체의 색감과 물성을 보여주는 한편 흡사 현미경을 통해 생명체의 세포를 확대해 보는 듯한 장면을 안겨주었다. 유기적인 식물의 형태와 선이 춤을 추는 화면은 생동감 넘치는 자연의 활력, 생동하는 생명의 진동을 강하게 감지케 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연/생명에 대한 관심은 지속해서 재료를 확장하고 다양한 방법론을 동반하면서 적극적인 연출로 출현하는데 근작에 와서 이 일관된 관심은 산수화나 동양화의 선묘를 연상시키는 작업으로 밀고 나온다. 또한 물성의 연출이나 재료의 강조보다는 회화적 성격이 보다 강하게 얹혀있다는 인상이다. 이전 작업이 재료의 물질적인 연출과 질료적인 성격에서 두드러졌다면 근작은 자연 이미지를 재현하는, 드로잉의 맛이 강조되는 회화 작업이 서정적이고 주정적인 측면을 거느리면서 출현한다. 그러나 이러한 회화 작업도 여전히 자연 재료를 이용한, 물성이 강한 화면위에서 전개되고 있다.   
   
 한지와 펄프, 나뭇가지, 수세미와 여러 오브제를 재료로 삼아 만드는 일종의 콜라주 작업이자 화면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고 접어서 표면을 다층적인 공간으로 연출하는 일이며 자연에서 추출한 재료로 다시 자연 풍경을 연상시키는 것이 작가의 주된 작업이다. 이는 자연/인공의 구분, 의도된 제작과 물질의 우연적인 발생과 사건을 겹쳐내는 것이고 그 경계를 부단히 흔드는 일이다. 근작에서 작가는 주름을 잡은 화면에 작업실 창가로 스스럼없이 들어온 정원 풍경을 투영하거나 제주도 곶자왈의 우거진 숲과 수직으로 자라나는 나무 등을 전면적으로 그렸다. 혹은 남농 허건의 소나무 그림, 소정 변관식의 산수화에서 폭포 이미지 등을 부분적으로 차용해 다시 그려 보인 것도 있다. 단지 추상적인 몇 개의 선만이 지나갔을 뿐인데도 그것이 탁월하게 자연의 기운과 형세를 환기시키는 데 주목한 작가는 그 선/리듬을 새롭게 복기해본다. 그것은 단지 특정 그림의 차용이기 보다는 자연의 기세를 포착했던 선의 운용에 대한 응용이자 산수화가 보여주는 놀라운 선의 쓰임에 대한 주목이다. 그 선은 대상의 외형을 모방하는 선이 아니라 자연생명체가 지닌 기운과 활력을 추적하는 선이자 자연물을 그리는 화가의 마음과 몸을 자연대상에 의탁하면서 그 생명체의 생성과정을 따라가 보는, 다분히 추상적인 선이다. 우주적 생명의 기운과 합일하고자 하는 힘과 율동들이고 생명체의 운동에 편승하는, 시간의 흐름을 내포 하는 선이자 리듬인 것이다. 그것은 또한 보이는 것의 이면을 포착하는 힘으로서의 선이기도 하다. 이른바 객관자연과 주관정서를 융합시켜 일체가 되는 선긋기! 우주적 생명의 기운과 합일하고자 하는 힘과 율동들, 산 속에서 산과 하나가 되는 것, 풍경 속에서 풍경이 되는 것인데 그것은 장자가 제시했던 최고의 정신 경지인 ‘물아일체’에 해당한다. 세계와 나의 완전한 감응 상태 속에서는 주관과 객관이라는 구분이 사라진다. 주어도 사라진다. 그것은 대상을 보는 사람과 대상을 철저히 분리시켜서 그 대상을 인식하고 지배하고 정복하고자 했던 근대 서양의 시각과 전적으로 대립되는 시각이다. 그러니 동양에서 객관을 마주 대하는 것은 결국 주관을 위한 것이다. 작가의 근작은 이런 생각의 무게가 드리워져 있다.    

 주름이 잡힌 표면, 그래서 밭고랑 같은 또는 직선무늬떡살의 선을 닮은 선이 반듯하게 지나가는 두꺼운 화면 위로 다시 예민한 선들이 지긋이, 단호하게 눌려지고 새겨진다. 한지 위에 그려진 드로잉 선은 흡사 에칭의 선을 닮았다. 다양한 주름과 굴곡이 있는, 물성의 연출이 강렬한 표면에 예민하고 날카로운 그 선들이 모여들어 여러 표정을 짓고 있다. 그것은 종이를 접어서 만든 선이자 니들로 표면 깊숙이 파고들어 이룬 선, 또한 그려진 드로잉 선이다. 그것 자체로 자족적인 상태를 드러내는가 하면 또한 특정 자연물을 지시하는 선들은 지극히 구체적인 대상세계를 겨냥하면서도 다분히 추상적이다. 서양의 그림이 면 또는 양감을 사용하여 사물의 형태를 구성하는 반면, 동양의 회화는 철저히 선이 만들어내는 조형이다. 면이 정지하려 한다면 선은 운동하려고 한다. 이는 세계를 불변하는 요소들의 구성으로 보는 유럽인의 시각과 세계를 변화, 생성하는 기의 흐름으로 보는 동아시아인의 시각의 차이를 반영한다. 서양 회화의 추상성은 형태를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갔지만, 중국회화/동양화의 추상성은 선의 변화무쌍한 운용을 통해 추상성을 드러낸다. 

 
 이선원의 선은 표면을 분할하고 여러 공간, 시간을 암시하면서 동시에 자연을 지시한다. 산과 나무와 폭포의 형상, 풀과 꽃들이 어른거리며 출몰한다. 주름과 접힘으로 인해 이미지는 굴절을 겪는다. 요철의 화면, 주름을 거느린 표면은 색 층을 달리하면서 평면에 보다 많은 변화를 동반하고 명/암의 대비를, 그림자의 차이를 발생시킨다. 그것은 납작한 평면과는 달리 보는 이의 시선, 거리, 움직임과 시간에 따른 여러 변화양태를 동반한다. 지속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타는 풍경이자 그 변화 속에서 대상을 응시하게 한다. 자연을 리드미컬한 율동 속에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목도하게 한다.    

또한 작가는 미리 의도된 목표를 지우고 그림 그리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모든 사건을 그림의 피부 안으로 수렴한다. 재료들 스스로가 짓는 표정과 삶이 작품이 된다. 작가의 계획과 의도 아래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나와 재료 사이/틈에서 작가의 작업은 구현된다. 어느 한 쪽으로, 일방적으로 귀속되지 않는다. 그 둘 사이의 경계가 비로소 작업을 만든다. 사실 모든 그림은 우연의 소산이다. 실제로 그림은 물감에 의해서, 재료에 의해서 자체적으로 왜곡된다. 이선원의 작업은 자연에서 추출한 재료를 가지고 자연의 존재를 자연스레 누출시키고자 한다. 이 과정에 우연성과 우발성이 함께 한다. 나무와 펄프, 나뭇가지 등을 이용한 작업에 다시 물감의 우연적인 삼투와 번짐의 효과가 얹히면서 자연스러움, 의도되지 않는 방법론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우연성은 생명체가 지닌 흐름, 기세를 반영하고 자연이 보여주는 편안하고 지극히 소박한 아름다움에 바쳐지고 있다.  


예울마루 기획전시
이선원 \ 숲 그림자
2021.11.19-12.12
오프닝 2021.11.26 금 16:00
GS칼텍스 예울마루 장도전시실
전남 여수시 예울마루로 83-67





이선원 Lee, Sun won 

(b.1956-, 서울)

Education
1979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1981 미국 PRATT INSTITUTE 대학원 판화과 졸업 
1992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미학과 박사과정 수료
1995 북아일랜드 Ulster University 객원교수 
1997 미국 The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객원교수 
수원대학교 미술대학 조형예술학부 교수 재직 (1988-2008)

개인전
2021 숲-그림자, 예울마루 장도전시실, 여수 
2021 그림자, M갤러리, 서울
2019 접은 풍경, 유중아트센터, 서울 
2016 주름, 백송갤러리, 서울
2012 Window-Orange Light, 세종호텔 세종갤러리, 서울
2009 창 Window, 백송갤러리, 서울
2005 기억 속의 나무, 갤러리 아트포럼 뉴게이트, 서울
2003 바리공주․바리데기, 백송갤러리 & 금산갤러리, 서울 
2002 자연 精靈과의 교신, 고바야시 화랑, 동경, 일본
1998 문자도, 김내현화랑, 서울
1995 나무-생명력 이콘 갤러리, 서울
1995 나무-생명력, Orchard Gallery, 런던데리, U.K
1992 나무-생명력,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서울
1988 Papermaking, 윤갤러리, 서울
1986 Pink Shape,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서울
1983 紙판화전, 윤 갤러리, 서울
1982 동판화전, 미국 문화원, 서울
1981 동판화전, 한국화랑, 뉴욕, 미국

주요단체전
2018 한국현대판화 50년-Do Print, 경기도미술관, 안산
2016 Paper Road VIII “Collaboration”, 오사카, 일본
2015-7 Context Art Miami, Miami, 미국
2015 하얀 울림-한지의 정서와 현대미술, 뮤지엄 SAN, 원주
2014 한지화가 기획초대전, 원주한지테마파크 기획전시실, 원주 
2013 15인의 한지그림전, 원주한지테마파크 기획전시실, 원주
2012 뉴욕한지문화제, Rogue Space, 뉴욕, 미국
2003-12 KIAF, 코엑스, 서울
2011 한·일 현대미술전-韓紙+和紙, 쉐마미술관, 청주
2011 함께하는 경기도미술관, 경기도미술관과 빛뜰갤러리, 분당
2008 한국현대판화 1958-2008,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08 우리 안의 신화, 토탈미술관, 서울 
2008 한지조형 보딩브리지, 가일미술관, 가평, 유타대학 갤러리, 미국 
2004-7 시카고 아트페어, Merchandise Mart, Grant park, Navy Pier, 시카고, 미국
2007 ART FAIR 21, EXPO XXI, 쾰른, 독일 
2007 북경아트페어, 북경, 중국
2006 SIPA, 예술의 전당, 서울
2005 쾰른아트페어, Koelnmesse, 쾰른, 독일        
2005 제5회 국제종이트리엔날레, Musée du Pays et val de Charmey, 스위스
2005 Paper Life, Kultursprinderiet, Silkeborg, 덴마크 
2003 Today's Korean Contemporary Art, Centro Cultural, 산티아고, 칠레
2003 Paper Art, Korea-Japan, Infura Gallery, 스톡홀름, 스웨덴 
2002 멜버른 아트페어, Royal Exhibition Building, 멜버른, 호주
2002 紙∙言∙語, 아오야 和紙工房 오픈기획전, 돗토리, 일본 
2000-1 Art Miami, Miami beach Convention Center, 마이애미, 미국 
1999 Contemporary Korean Paper Art, Gorcums Museum, 호린켐, 네덜란드 
1998 Asia Print Adventure, Hokkaido Modern Art Museum, 삿뽀로, 일본
1997 한지-그 이후전, 워커힐미술관, 서울 
1996 과천이전 10주년 기념초대전 대상작가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995 한지-정서와 조형, 환기미술관, 서울
1995 한국여성미술제, 서울시립미술관-정도600년 기념관, 서울
1994 Print Works: 아트셋션 ’94 아사히카와, 북해도립욱천미술관, 아시히카와, 일본
1992 제8회 서울국제판화비엔날레, 동아일보사 주최,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1991 한지-그 물성과 가변성, 토탈갤러리, 서울

수상
1988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1985 한국현대판화가협회 공모전 우수상

논문
2015 “한국한지작품의 조형과 미의식-현대미술을 중심으로”, 뮤지움 산 
2004 "한지의 조형적 모색“, CRART 1․2월 
2000 “현대미술에서의 종이조형-작가를 중심으로”, 한국한지작가협회 10주년 논문집
1999 “조선시대 古版畵 연구” 한국문화연구 2집
1998 “한지조형의 미학 I” 한국문화연구 1집
1996 “오브제미술에서 예술과 실재의 문제”, 예술문화연구 6집,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1993 “16세기 이탈리아 매너리즘 미술” 수원대 논문집 11호


참고문헌
2021 문화일보 2월 5일 문화면 기사 “서양의 화법으로 동양의 세계관 담았죠”
2010 서울아트가이드 1월호 “Exhibition Review”
2009 문화일보 12월 2일 ‘화제의 전시’-“窓을 통해 본 소중한 일상의 순간” 
2006 art.es July- august, “What's going on in Seoul?"
2005 Agenda d'art, ACCROCHAGES july-august,"
"5th Triennale internationale du papier Viviane Fontaines"
2003 월간미술 11월호 “Review" 
2003 Art in culture 10월호 “Exhibition Review" 
1998 월간미술 10월호 “이달의 전시 하이라이트”
1995 월간미술 6월호 “이달의 전시 하이라이트”
1991 월간미술 4월호 “오늘의 여성미술가 9인”
1989 미술세계 7월호 “이달의 작가”
1989 공간 7월호 “작가의 자작수상”
1988 월간공예 12월호 “Papermaking 작업에 관해” 


공공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한국)
호주국립미술관 (캔베라, 호주)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한국)
경기도미술관 (안산, 한국)
문예진흥원 (서울, 한국)
진천생거판화미술관 (진천, 한국) 
알펜시아 리조트 (평창, 한국)
주 체코 한국대사관 (프라하, 체코)
주 OECD 한국대사관 (파리,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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