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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은 : 삶의 그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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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도스 기획 이승은 '삶의 그 자리에서'

2021. 9. 29 (수) ~ 2021. 10. 5 (화)




1. 전시개요

■ 전 시 명: 갤러리도스 기획 이승은 ‘삶의 그 자리에서’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 전시기간: 2021. 9. 29 (수) ~ 2021. 10. 5 (화)




2. 전시서문

 

서정을 노래하다

 

갤러리도스 큐레이터 김혜린

 


 
고전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낡을 뿐 늙지는 않는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성』과 안톤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가 짚어낸 피로감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깊숙이 침투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다를 수 없는 성을 향한 여정과 호숫가를 맴도는 갈매기가 예견했듯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은 벗어날 수 없는 곳을 배회하곤 한다. 실은 스스로가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기에 헤어날 수 없는 것임에도 배회와 방황으로 인해 허무와 상실을 경험하다가 피로감에 시달리며 피폭을 당한다. 나중이 되어서는 목적 없는 배회를 인식할 여지조차 모호해지고 덧없는 행위의 반복만이 남게 된다. 이에 피곤을 넘어선 피로감이 인간을 덮친다. 살아있음에 대한 인식과 계속 살아가 보겠다는 의지가 희미해졌기 때문이다. 오늘과 내일은 물론 순간이 거세된 삶 속에 잠식되면서 고통이나 괴로움 따위를 느낄 새도 없다. 탁해진 눈동자로 바라다 본 하늘에는 기쁨이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인간은 본래 자유와 아름다움을 타고난 존재들이다. 이승은은 인간의 이 타고난 가치에 대해 표현하기를 선택했고 그 방법에는 처음이라는 것 그리고 모든 날 모든 순간에 함께한 자연이 있다. 오래 전 괴테가 젊은 베르테르의 감각을 빌려 자연에 대해 찬탄한 것처럼 인간은 때때로 볕을 받아 반짝이는 잎사귀 하나에도 위로를 받고 벅찬 감동을 느끼고 행복감으로 눈물 짓기도 한다. 태초부터 인간을 둘러싸고 있던 자연이 때가 오기를 기다려 주다가 인간이 젊고 순수한 서정의 시작을 갈구할 때 비로소 완전한 품으로 인간을 끌어안아 준 덕분이다. 그때 해지고 부서지고 있던 삶의 순간들은 제 조각을 찾아 단단히 결합되며 상처입고 피로에 찌든 영혼이 상처를 깁기 시작하는 순간이 도래하게 된다.

  작가는 자연의 그 완전한 품을 채색을 통해 우리에게 전한다. 있어야만 할 곳에서 번지고 중첩되며 천천히 물들어가는 색들은 제각기 존재의 의미를 지닌다. 덕분에 화면에는 허투루 쓰이지 않는 존재의 기쁨이 만면하다. 이처럼 작가가 자신의 감각으로 깨달은 세상은 채색된 기쁨의 세상과도 같아서 때 묻지 않고 순수한 색들이 부지런히 화면을 가꾸어 나간다. 그 색들은 화면을 마주한 순간 우리의 마음에 해사하게 바림된다. 평온하고 화사한 속도와 온도를 갖추며 마음에 스며드는 색채는 우리의 기억을 적시고 피로를 씻긴다. 이 맑고 고운 샘물을 머금은 기억은 자연을 회상한다.

  이는 자연이 오래 전부터 우리의 기억에서 서사를 쌓아가며 존재했기에 가능하다. 봄바람은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로, 창밖에 휘날리는 눈은 그리워해야 할 이의 인사로, 푸르고 선명한 능선은 누군가를 반기며 달려가는 아이의 동그란 이마의 윤곽으로 축적되면서 우리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었다. 자연은 우리가 인간이라는 개체로 태어나 삶을 꾸려 나가면서 자신을 둘러싼 자연을 인지하고 필요로 하는 시점보다 훨씬 이전부터 태초의 기억으로 머물러 왔다. 그러면서 모든 인간의 기억을 저장하고 그것이 제각기 의미를 지니도록 배양해 주었다.

 


  태초의 기억으로서의 자연은 피로와 상실에 잠식된 인간이 자신의 뿌리를 찾아 돌아올 곳은 자연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 순리를 찾아 돌아온 인간을 기꺼이 맞는다. 그리고 인간의 고단하던 삶을 보듬고 위로해 주기 위해 인간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자신을 편평하고 매끄럽게 펼쳐내 주어 감싸 안는다. 그때 인간의 기억들은 서로 맞물리고 그 의미가 생동하며 삶의 시야가 확보된다.

  비로소 인간이 한결 선명해진 시야로 올려다 본 하늘에는 늙지 않는 순수한 영혼이 물결친다. 샘물로 씻어내 말갛게 된 민낯으로 살아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깨달은 인간은 살아있다는 것을 고백할 용기를 갖고 살아갈 의지 또한 간직한다. 이토록 자유롭고 젊은 상태의 인간이 묘사되는 순간은 낡았으나 늙지 않는 고전의 모습과 닮아있고 이승은의 작품은 색채의 음률에 맞추어 노래하는 서정시라고 표현함이 더 적합하다. 작가는 우리가 서정을 노래하는 그 순간을 향해 평온하고도 기쁜 마음으로 뛰어들어 안기기를 원한다. 자연과 인간을 위한 헌사로서의 작품인 것이다.









집으로, 장지에 채색, 60×32cm, 2021








삭개오, 장지에 채색, 33×24cm, 2021








우리 바다, 미색 장지에 수묵채색, 91x117cm, 2020








잡념, 장지에 채색, 72.7×90.9cm, 2018








A Reliable Season, 미색 장지에 채색, 91×117cm, 2021








The Boy From The Earth, 미색 장지에 채색, 117×91cm, 2021





3. 작가노트

 

  살아감, 살아있음을 만끽하는 삶의 자리가 되기를

 

  자연은 각자가 지닌 고유한 가치와 존재함만으로 누릴 수 있는 만족감과 감사함을 가르쳐준다. 우리가 자연 안에서 숨쉴 수 있고 가장 큰 휴식과 위로를 느낄 수 있는 것도 고유한 존재 가치가 인정되고 가지각색의 모습으로 한데 조화를 이루며 어우러져 있다는 지점과 맞닿아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자연은 세상에서의 요구와 평가가 아닌 지금 모습 그대로, 살아있기에 자연스럽고 아름답다는 이야기와 계절감과 심미안, 이로움을 공유해준다. 그렇기에 자연을 보고 있으면 내가 서있는 삶의 그 자리가, 그 자리에 서있는 내가 새로이 정립되는 것 같다. 자연 안에서 홀로 휴식하며 고독 속에 상처를 회복해가던 사람은 혼자이기에 외로웠지만 독립을 향해 내딛는 성장의 첫 발걸음이 되었다. 그 사람에게 자신을 가득 포용하고 받아주는 자연은 더욱더 커다랗고 수용적인 존재로 다가왔다. 점차 새살이 돋고 내면이 단단해진 사람은 자연 안에서 고독감보다 자유로움 그리고 순수한 긍정성을 찾으며 자연과의 관계, 나아가 자연 안에서 살아가는 타인에 대한 관심과 수용을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진정한 독립이란 함께함을 이해할 때 비로소 맺을 수 있는 열매라는 자연이 준 가르침이었다.

 

  이토록 자연과 자연 안에서 삶을 고뇌하고 애쓰고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의 모습은 참 자연스럽고 그렇기에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자라나며 하나뿐인 이야기를 쓰고있는 그대의 삶과 자리를 응원한다.





4. 작가약력

 

이승은

 

2020 - 現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대학원 동양화과 석사과정

2014 - 2019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학사 졸업

2011 – 2014 서울예술고등학교 졸업

 

 

개인전

2021 ‘삶의 그 자리에서’, 갤러리도스 서울

 

단체전

2021 ‘고요한 휴가’, 보름산미술관, 김포

2021 ‘연유’, 서울대학교 아트돔, 서울

2020 곁, 서울대학교 아트돔, 서울

2020 제16회 일한현대미술동행전, 오사카예술대학, 가에데갤러리 (일본)

2019 제15회 한일현대미술동행전,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2018 다시 봄이 오다, 선의관악종합사회복지관 시화전, 서울대학교 문화관, 서울

2018 제10회 후소회 청년작가 초대공모전, 라메르갤러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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