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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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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미술관은 여름 전시로 사진가 서영석, 시인 케이티 피터슨의 2인전, <경계선 위에서 On the Boundary>를 새롭게 선보입니다. <경계선 위에서>는 지난 전시 <집-주명덕 개인전>에 이어 ‘장소와 공간’이라는 주제와 연계하여 마련된 두 번째 전시입니다. 집이라는 최초의 장소를 떠나 우리는 물리적, 정신적으로 새로운 변화의 여정을 찾아 나섭니다.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위태로운 길 위에서 무의식 중에 늘 생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품습니다. 서영석과 케이티 피터슨은 삶의 경계에 서 있는 우리의 모습을 사진과 글, 그리고 영상과 책을 매개로 감각적인 스토리라인을 형성하여 공간 안에 구성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곳에 살 수 있을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Datz Museum of Art presents a new summer exhibition <On the Boundary> featuring photographer Young Suh and poet Katie Peterson. <On the Boundary> is the second exhibition held under the theme 'Place and Space'. Moving on from <Home-Joo, Myung Duck>, we leave our place of home and embark on a journey of material and spiritual transformation. On this journey, we question the essence of life on a road that is sometimes beautiful and sometimes precarious. Young Suh and Katie Peterson draw out a storyline of existing on the boundaries of life through photos, texts, videos, and books, recreating a space that asks the fundamental question of 'Can we live here?'

 
 

우리는 이곳에 살 수 있을까

 

전시 속 사진, 영상, 책들은 서로 교차하는 형식으로 파편적 이야기를 구성합니다. 같이 모아 놓고 보면, 이야기의 중심은 ‘우리는 이곳에 살 수 있을까’라는 존재적 질문을 하는 창조 신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전통적으로 해오던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에서 벗어나, ‘과연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존적 질문으로 시작해보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계가 마주하는 기후 변화나 문화적 도전을 생각하면 이런 질문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질문을 주로 미국 서부의 극적인 풍경과 기후를 배경으로 이야기 형식을 통해 풀어나가려 하였습니다. 캘리포니아 센트럴 밸리 지역과 아일랜드 서부해안의 외딴 섬 이야기도 포함해보았습니다. 관람객은 동부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 지역의 건조한 열기와 알래스카의 냉랭한 겨울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러한 풍경 속에서 만나는 인물들은 험난한 조건 속에서 살아가는 연약한 개인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종교적 상징을 통해 질문을 던지기도 하며 이야기를 그려보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야기는 영혼에 관한 서사라 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에서 인생은 긴 여정으로 은유 됩니다. 우리는 이 여정을 미국의 자동차 여행으로 상상해보았습니다. 성지순례 같은 고귀한 여정이라기보다는 정리되지 않고 추잡스럽기도 한 그 여행은 우리가 바라보고자 하는 삶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유명한 블루그래스 음악 가운데 한 가사에 이렇게 노래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이 세상에서 / 집에 있는 느낌을 가질 수 없어’. 우리는 집 없는 사람의 감정 세계에서 사는 느낌,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여야 할 현실로 바라보는 마음으로 작업해보았습니다. 그게 우리가 처한 현실에 더 진실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는 모두 집 없는 영혼이라 할까요?

전시 작품의 인물들은 목적지를 향해 계속 이동하는 여행자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듯합니다. 마치 자동차 여행 중 사막 한가운데에서 배터리가 나가버린 우리 모습 같기도 합니다. 트레일러 안에 앉아있는 흑인 청년이 사막의 가혹한 빛과 열기에 넋이 나간 듯한 모습이라든지,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인이 빛으로 반사된 물 위를 하염없이 떠다니는 모습, 혹은 외딴 사막 한가운데에서 생일 케이크를 들고 있는 소년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아주 천천히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하였습니다. 그리고 관람객의 마음에도 그 질문이 서서히 떠오르기를 바랍니다. 이야기 속 인물들은 마치 경건한 의식을 치르는 도중 어떤 걱정에 휩싸인 듯합니다. 각자 처한 상황 속에서 삶의 본질에 대해 알고자 하는 그런 모습입니다. 가족을 이루면 그 갈망은 더 심화됩니다. 숲속에 모여든 사연 있는 듯한 가족들은 위기에 처한 듯 연약해 보이는 한편 명료하고 생동적으로도 보입니다.

이러한 거대하고 상징적 주제들을 개인적 대화, 또는 사사로운 이야기를 하듯 풀어보고자 하였습니다. 우리가 흥미로워하는 것은 어떻게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만들어 나가는지, 그리고 인생의 커다란 질문들이 어떻게 개인의 일상 속 작은 사건을 통해 자리잡는가 입니다. 예술적 목표라고 하자면, 상징적 기호들을 친밀한 감정 속에서 이야기해보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책을 만드는 이유는, 책이라는 매체가 이미지와 언어가 아주 친밀하게 조합되는 공간을 제공해주고, 독자에게는 명상이라는 과제를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감각적 친밀함과 사고의 느림이 병행되는 성격의 매체인 것입니다. 전시된 아홉 권의 책은 어떤 장소나 풍경, 또는 자연 세계에 대해 알아가는 것을 시작으로, 말하자면 인간과 자연의 경계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는 인간이 신과 대화를 시도하는 서사구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영석, 케이티 피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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