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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예진 : 어디에도 없는 숲 Forest Now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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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도스 기획 임예진 ‘Forest Nowhere

2020. 12. 9 () ~ 2020. 12. 15 ()






전시개요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갤러리도스 기획 임예진 ‘Forest Nowhere'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37 갤러리 도스

전시기간: 2020. 12. 9 () ~ 2020. 12. 15 ()

천천히 크게 들이킨 산


갤러리도스 큐레이터 김치현

 

   사람에게 인상 깊은 체험은 기억으로 복제된다. 당시의 광경과 세세한 요소를 정확히 재현할 수는 없지만 흐릿함이라고 부르는 생각에 자욱한 안개는 과거의 장면의 일부를 미세하게 지우거나 왜곡한다. 지난 꿈처럼 멀리서는 뚜렷하지만 다가가 자세히 보려하면 잊혀지듯 희미해진다. 가슴속 어딘가에 분명한 존재감을 지니며 자리하고 있지만 글과 그림으로 새겨보기에는 막연한 기억은 오랜 시간이 지나 그곳을 다시 방문했을 때 비로소 깊숙이 품고 있던 향기를 터트리며 우리를 감상으로 적신다.

 

 임예진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 남아있는 산의 풍경을 그린다. 특별한 목적이 없었기에 자유로웠던 지난날의 발걸음과 시선은 이마에 흐르는 작은 땀과 폐를 채우는 잎사귀의 썩고 싹트는 냄새를 아랑곳 않고 품었다. 숲의 그림자를 기울이는 해의 이동은 자신과 주변 세상의 수명을 소모하는 섭리가 아닌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신호였다. 성인이 되어 찾은 숲은 기억 속에 멈추어진 화면을 여전히 닮아있다. 생물의 사소한 손길은 시선을 집중해야 비로소 보이는 차이를 남겼지만 저 멀리 보이고 저곳에서 보일 이곳의 거대하고 우직한 균형에 비하면 하찮은 변화였다. 길고 느린 자연의 시간을 흉내 내듯 작가는 롤러를 굴려 화면을 채워나갔다. 롤러는 단순하고 넓은 면적을 칠하기에 적합한 도구 이지만 좁은 틈을 빼곡하고 빈틈없이 그리려면 작은 손길이 필요하다. 평평한 나무판은 매끄러운 표면을 지닌 듯 보이기에 자칫하면 간편하게 여겨지기 쉽지만 물감이 칠해진 롤러를 팔이 아프도록 오래 휘둘러야 깊게 엉겨 붙을 만큼의 친절만 베푼다. 능선을 타고 내려온 바람이 산의 피부를 무심하게 스치듯 작가는 어깨를 크게 움직이며 하늘을 칠하고 산을 채운다.

 자연풍경을 그리기위한 반복적인 움직임은 역설적이게도 기계적이기도 하지만 숨이 차오르게 하고 근육에 가벼운 통증을 유발하는 제작과정은 빠른 걸음으로 산길을 오르는 아이의 발걸음처럼 생물이 지닌 무아지경이다. 그리고 그 틈에 손으로 어루만져 생긴 작은 변화들이 무리지어 있다. 산과 숲이라는 짧고 큰 이름에 뭉뚱그려진 작은 식물과 동물을 품은 먼지는 거대한 나무와 바위 사이에서 저마다 다른 속도와 시간을 지니고 미묘한 얼룩처럼 스며들어 있다. 붓의 털을 거치지 않고 바로 손끝에서 비벼진 물감은 앞서 이야기한 작은 것들의 존재감을 희미하지만 분명히 새기고 있다. 작가가 그린 산의 모습은 납득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인 형상으로 그려졌지만 현실의 색이 아닌 관념의 색으로 표현되었다.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공간의 모습이라 하더라도 관객의 사연이 더해지기에 어떤 작품은 밤하늘이 오기 전 해질녘의 어스름이 마지막으로 품은 뜨거운 하늘과 산 그림자의 서늘한 얼룩처럼 보이기도 한다. 반전된 것처럼 보이는 색의 조합은 갑자기 눈을 감았을 때 눈꺼풀 안쪽에서 보이는 어둠속의 화려한 잔상처럼 보이기에 기억 속 풍경이라는 작가의 이야기에 몰입을 더한다.

 

 작가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찾은 산에서 알고 있던 모습과 잊고 있던 모습을 가림 없이 찾는다. 세월의 먼지로 인해 기억보다 흐리고 두껍게 굳어진 장소의 피부는 추억이 보장하는 환상에서 걸러진 일그러짐조차 무정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임예진의 작품은 멀리서 하염없이 도시를 둘러싼 산의 길고 느린 호흡을 가까이 들이켜 볼 수 있게 안내한다







 



푸른 산, 50 x 72.7cm, acrylic on panel, 2020

 






작가노트

 

어디에도 없는 숲 _ Forest Nowhere

 

어린 시절 자주 갔던 시골 산, 바쁜 삶에 꽤 오랫동안 멀리했다. 어느 날, 다시 찾아보니 낯설면서도 익숙한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사이 나는 많이도 변했는데 산은 너무나도 똑같거나 혹은 아주 미묘하게 변해있었다. 게다가, 어린 시절의 나를 소환할 만큼 특별한 힘이 있었다. 당시의 포근한 기억이 쌉싸래한 나무의 향과 함께 너무도 생생하게 다가왔다.

나는 나만의 특별한 산의 풍경을 그린다. 변함없이 존재하는 숲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때면 한없는 평안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상에 지칠 때면 종종 어린 시절의 숲을 추억하며 의지해왔다. 물론 이는 내 인식의 풍경이며 일종의 도피처이다. , 과거에 대한 기억과 현재의 감정이 뒤섞여 만들어진 가상일 뿐이다. 그런데 이는 내 마음속에서 실제와 묘하게 관련을 맺으며 강력한 생명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를 실제로 존재하는 숲에 대입시키는 시도를 끊임없이 감행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정서가 강력하게 증폭되는 경험에 취하면서 말이다.

이와 같은 표현을 위해 내가 주로 활용하는 도구는 롤러다. 이는 화면 위를 회전하면서 마찰한다. 안료를 평평하게 다지거나, 물감의 원액이 직접 베어 나게 함으로써 복잡하고 미묘한 촉감적 표면을 연출한다. 롤러가 지나갈 때 생겨나는 질감(마티에르)과 색감이 층층이 두껍게 쌓아 올려지는 과정은 마치 산을 통해 내가 느꼈던 낯선 익숙함과 안식을 재 시각화하는 경험과 묘하게 닮아 있다. 이는 통상적인 붓질로는 도무지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다. 롤러가 지나간 날카롭고 거친 표면을 통해 자칫 당연하고 평범할 법한 공간은 색다르게 재해석된다. 작업의 마지막에는 나의 손을 직접적인 도구로 사용한다. 이를테면 너무 거칠어진 부분을 다듬거나 물감이 부족한 부분은 채워 넣으며 나만의 유토피아가 담긴 숲을 끊임없이 어루만진다.

나는 지나버린 과거와 지금 겪는 현재의 감정이 뒤섞인 시공을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존재하는 숲의 풍경으로 표현한다. 이는 곧 낯선 평안함에 도취되는 치유적 행위의 일환이다. 이를 통해 우리 각자의 포근했던 기억이 다시금 소환되기를 바란다. , 개개인이 경험한 자연의 평온함을 화면에서 느끼며 나의 작업 저편에서 자신만의 특별한 시공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Untitled_ 1, 60.6 x 90.9cm, acrylic on panel, 2018

 







임예진

2020 성신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서양화과 재학

2019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학사

개인전

2020 어디에도 없는 숲, 갤러리도스, 서울

단체전

2020 <5COSO 청년작가기획전>, 삼청동 coso갤러리, 서울

2019 릴레이 아트 프로젝트, 죠시비대학교, 일본

2019 7회 크리스천아트피스트, 한전아트센터, 서울

2019 <OH MY HOMETOWN-!로부터>(성북문화재단협력) , 미인도, 서울

2018 공전, 성신여자대학교 가온전시실, 서울

2018 ASYAAF (아시아 대학생 청년작가 미술축제) 참여, DDP, 서울

2018 <OH MY HOMETOWN-행위로부터>, 동소문, 서울











화차, 65.1 x 100cm, acrylic on panel,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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