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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진: Walk in the Sun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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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진 개인전: Walk in the Sun

2019. 10. 23 - 11. 30

송은 아트스페이스


전시제목: 김세진 개인전: Walk in the Sun

전시기간: 2019년 10월 23일(목) - 11월 30일(토)


관람안내: 월요일-토요일, 11:00-19:00 (일요일, 공휴일 휴관) / 무료 관람

전시장소: 송은 아트스페이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75길 6)

주 최: 재단법인 송은문화재단

후 원: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 서울문화재단



제16회 송은미술대상 대상 수상자인 비디오 아티스트 김세진의 개인전

4년만에 개최되는 개인전으로, 다양한 형식의 영사와 사운드로 이루어진 신작 4점 전시 예정

북극권 라플란드에서 남극에 이르는 전지구적 여정에서 채집된 이야기와 기록의 서사들로 구성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는 10월 23일부터 11월 30일까지 제16회 송은미술대상 대상 수상자인 김세진의 개인전 《Walk in the Sun》을 개최한다. 김세진은 크고 작은 역사 속에 드러나는 개인의 삶에 주목하여 이를 영화와 다큐멘터리 필름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상기법과 사운드, 그리고 독특한 영상설치를 통해 공감각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전개해왔다. 전시명 《Walk in the Sun》은 제프리 랜디스(Geoffrey A. Landis, 1955-)의 동명의 SF 단편 소설에서 차용한 제목으로, 달에 불시착한 우주비행사가 생존을 위해 태양을 쫓아 달의 표면을 한 바퀴 걷는 고독한 여정을 담고 있다.


지난 《제16회 송은미술대상전》에서 김세진은 현대 사회에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노동을 담아낸 <도시은둔자>(2016)와 더 나은 삶과 이상향을 향한 이동에 대한 이야기를 이주, 이민과 같은 인류 역사의 단면으로 풀어낸 <열망으로의 접근>(2016)을 선보였다. 사회에 섞이지 못하고 고립된 노동자, 이민자로 대변되는 이방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담아낸 고독함이나 상실감과 같은 감정선은 이번 전시에서 보다 전 지구적으로 확장된다. 남극부터 북극권 라플란드에 이르는 작가의 여정에서 채집된 이야기와 기록들은 다양한 영상언어로 번역되어 우리의 복잡다단한 삶의 이면에 담긴 사회, 정치적 불균형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인간소외 현상을 드러낸다.


송은미술대상은 2011년 리뉴얼 이후 예선과 본선심사를 거쳐 총 네 명의 수상자를 선정하고, 전시 형식의 최종심사를 통해 대상 1인과 우수상 3인을 확정 짓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과 함께 추후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의 개인전 개최를 지원하고 있다. 김세진 작가는 2016년에 진행된 제16회 송은미술대상의 대상을 수상했다.



2F 전시전경


전령(들) (Messenger(s))


1957년 10월, 소련은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했으며, 곧이어 한 달 만에 다시 최초로 생명체를 싣고 위성 궤도에 도달한 나라가 되었다. 납작한 투명 스크린 안에 우주복을 입고 박제된 개의 이름은 라이카(Laika)로, ‘우주개 라이카(Laika the Space Dog)’라는 별명으로도 알려져 있다. 소련 과학자들에 의해 발견되기 전까지 빈민가를 떠돌던 라이카는 이후 우주 환경의 적응과 생존을 위한 각종 테스트와 훈련을 거쳐 스푸트니크 2호에 실려 발사되었다. 작고 비좁은 우주선에 실린 라이카는 냉전 시기 미국보다 앞선 소련의 과학기술을 상징하며 영웅화되었고, 인류를 위해 우주시대를 개척한 인류의 영웅으로 칭송되었다. 당시의 과학기술로는 인공위성을 지구로 귀환시키는 일이 불가능했지만, 라이카의 생명권에 대한 문제는 크게 이슈화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라이카의 사인은 약 50년이 지난 후에야 러시아에 의해 공식적으로 발표되었으며, 우주선 내 온도조절 시스템의 오류로 인한 과열과 스트레스로 발사 후 수 시간 내에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존하는 가장 최첨단의 테크놀로지를 통해 3D 디지털 모션 그래픽으로 부활한 라이카의 주위로 NASA에서 직접 녹음한 지구와 태양 및 다른 행성들의 사운드가 반복되어 울린다. <전령(들)>은 그렇게 인류의 역사의 뒷면에 기록된, 더 나은 삶을 위한 이동의 시작점에서 희생된 수많은 존재들에 대한 디지털 모뉴먼트로 자리한다.



3층A 전시전경


존재하지 않는 것을 향한 북쪽 (To the North for Nonexistence)


스웨덴 북부 및 노르웨이와 핀란드 국경에 근접해있는 라플란드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단채널 영상 <존재하지 않는 것을 향한 북쪽 (To the North for Nonexistence)>(2019)은 소수그룹으로 살아가는 사미족 일원 아니타 김벌(Anita Gimvall)의 개인적 사건을 바탕으로 총 5개 챕터에 걸쳐 전통과 현대라는 극명하지만 동시에 모호한 경계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그 이면의 소외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영상은 달리는 차 안 라디오에서 무심코 흘러나오는 아니타의 목소리로 시작되는데, 이를 통해 관객은 그녀에게 일어난 사미 전통가옥 코타(Kåta) 방화사건에 대해 듣게 된다. 아니타는 손주들에게 사미족의 전통과 문화를 가르쳐주고자 거주와 생활을 목적으로 개조한 120년 된 코타를 보존해왔으나, 코타가 위치한 스칸디나비아산맥 근경의 땅에 풍력 발전 지역 조성을 위한 재개발이 추진되며 정부와 갈등을 빚는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향한 북쪽>은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중첩되어 온 영토에 다가오는 새로운 현재-미래를 맞이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중심인물인 아니타로 대변되는 사미족은 과거로부터 단 한번도 자신의 영토를 떠나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들이 거주하는 북극 지방의 지리, 기후 등 자연환경과 사미족의 풍속, 전통에 대한 백과사전적 정보는 파운드 푸티지 영상들을 이용한 인포그래픽적 화면과 기계음의 나레이터 음성을 통해 객관적 사실 위주로 담담하고 무심하게 서술된다. 사미족의 시 ‘태양의 딸의 죽음(The Death of the Sun’s Daughter)’에서 제목을 따온 영상의 마지막 챕터는 아니타에게 일어난 이번 사건의 자세한 상황들을 발생 시간별로 나열함으로써 사미족의 역사에 한 페이지를 더하며 끝을 맺는다.



3층B 전시전경


모자이크 트랜지션 (Mosaic Transition)


<모자이크 트랜지션 (Mosaic Transition)>(2019)은 두 개의 분열된 스크린을 통해 이미지가 조각나고 합쳐지기를 반복하는 영상과 사운드로 구성된 작업이다. 딸칵거리는 마우스 소리가 더해져 어딘가 모르게 긴장감을 조성하는 배경음악 위로 오픈소스 프로그램 널스쿨(Earthnullschool)*의 홈페이지 화면이 펼쳐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국회에서 벌어진 웃지 못할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도 했다. 영상에서는 빠르게 움직이는 마우스 커서를 따라 화면 캡처, 오버레이와 같은 시스템 기능들이 쉴 새 없이 작동하며 화면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중간중간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의 모습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장면들도 등장한다. 무방비 상태로 맞이하게 된 미세먼지라는 최악의 환경재앙은 극심한 혼란과 노이로제를 불러일으켰으며, 그날의 미세먼지 농도를 알려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각종 가정용 미세먼지 측정기가 불분명한 정확성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상용화되었다. 인터넷과 뉴스를 통해 오역된 데이터와 그래픽 이미지가 보도되는 것은 낯설지 않은 일이며, 이는 우리가 간과하는 빅데이터와 디지털 이미지의 정형성과 가상성의 한계를 드러낸다. <모자이크 트랜지션>은 이처럼 기술의 발달과 문명의 진보가 이루어낸 허구적 상상력이 실제로 우리의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어떻게 오작동되고 있는지를 디지털 무빙 이미지와 리드미컬한 사운드를 통해 묘사하고, 인류가 맞이한 디지털 문명에 대한 현대인의 불가항력적 맹신과 오작동의 풍경을 자아낸다.


*널스쿨(Earthnullschool):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바람 및 기후 등 세계 기상정보를 시각화한 비주얼 맵



4층 전시전경


2048


<2048>(2019)은 얼음으로 뒤덮인 순백의 땅 남극에 대한 실제 사실을 바탕으로 설정된 가상의 영토 “G”에 대한 이야기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염이 적은 것으로 알려진 남극은 모든 과학 분야와 지구온난화 연구의 중심지인 천연 실험장으로 과학자들의 유토피아로도 불린다. 1959년, 전 세계 50여 개국 간에 남극의 대륙과 바다를 군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누구나 과학조사와 연구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평화롭게 이용하자는 ‘남극조약(Antarctic Treaty)’이 체결되었고, 이에 따라 현재 총 29개 국가가 남극에 기지를 설치하고 연구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사실 남극조약은 개별국의 영유권 주장을 금지하기 위한 협정이지만, 도리어 여러 국가들이 ‘과학’이라는 표면적인 이유를 앞세워 앞다투어 남극에 진출하는 결과를 낳았다. 각종 천연자원과 광물의 총 매장량이 약 1천500억 톤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원의 보고, 무궁무진한 잠재가치를 지닌 이 주인 없는 땅에 대한 영토분쟁은 현재에도 여전히 그 어느 곳보다 조용히, 그러나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2048>은 이러한 상황에서 남극조약의 시효가 만료되는 시점을 배경으로 한다. 9개의 사이니지 모니터가 한 조로 구성되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4층 전시장 전체에 걸쳐 총 3채널로 상영되며, 따라서 어느 자리에서 관람하더라도 필연적인 사각지대를 발생시킨다. 영상 속 장면들은 작가가 2주간의 레지던시를 통해 남극에 머무르며 실제 촬영한 영상들과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가상의 랜드스케이프들이 혼재되어 다큐멘터리와 픽션을 넘나든다. 2048년을 맞이한 “G”의 모습은 인류의 유토피아보다는 산산이 조각난 영유권 분쟁의 중심지이자 디스토피아에 가까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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