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CA CMOA 청주프로젝트 2025
벙커: 어둠에서 빛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이하 ‘청주관’)는 2020년부터 ‘도시’와 ‘일상’을 주제로, 야외 및 유휴 공간을 활용한 MMCA 청주프로젝트를 꾸준히 선보여 왔다. 이번 전시는 다섯 번째 기획전으로, 문화예술의 사회적 저변을 확장하고 지역 미술 생태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자 충청북도 및 청주시립미술관과 공동 주최로 마련되었다.
청주관은 당산 생각의 벙커에서, 청주시립미술관은 본관에서 각 공간의 특성을 살려 동시대 미술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펼쳐낸다. 1973년 냉전 시기 충무시설로 조성된 당산 생각의 벙커는 한동안 폐쇄되었다가 최근 시민에게 문화예술 공간으로 개방되었다. 이 벙커를 비롯해 청주관과 청주시립미술관 역시 각각 담배공장과 방송국을 개조해 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한 장소들이다. 이처럼 과거의 기능에서 벗어나 새롭게 전환된 공간들은 이번 전시의 주제인 ‘재생’과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
‘재생’은 사전적으로 “사라지거나 손상된 것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뜻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10팀의 작가들은 이 개념을 동시대의 시선으로 확장하며, 기억, 물질, 감각, 관계의 네 층위에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한다.
‘소환된 기억’은 지워진 역사와 잊힌 장소, 서사를 다시 호출해 오늘날의 맥락에서 재구성하고, ‘물질의 재생’은 폐기된 물질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며, 순환과 조형적 생명력을 탐색한다. ‘감각의 부활’은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과 후각 등 다양한 감각을 자극해 작품 감상의 깊이와 폭을 확장하고, ‘치유와 회복’은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불안과 고독을 어루만지며, 내면의 성찰과 공동체와의 재연결 가능성을 모색한다.
어둠 속에서 피어난 빛처럼, 벙커에 스며든 예술은 도시와 일상에 축적된 감각과 의미를 환기시키며, 가려진 채 정지해 있던 존재들과 새로운 관계 맺기를 제안한다. 소멸과 침묵의 시간을 견딘 끝에 다시 열린 이 공간에서, 예술은 잊혔던 기억과 장소, 공동체를 다시 불러내며 사유의 여명을 틔운다. 이번 전시가 단순한 복원을 넘어, 멈춰 있던 것들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 ‘희망의 빛’이 되기를 기대한다.
방문 안내
· 당산 생각의 벙커(청주시 상당구 용담로31번길 55)
· 관람시간: 화, 수, 목, 금, 토, 일(10:00 ~ 18:00)
* 매주 월요일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