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MESIS SE 20: 나는 나조차 알 수 없는 어디엔가 있다 Where am I
2025년 7월 9일(수) - 9월 21일(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서윤희의 개인전 「MIMESIS SE 20: 나는 나조차 알 수 없는 어디엔가 있다 Where am I」를 개최한다. 서윤희는 여러 지역을 다니며 자연의 현장에서 찾아낸 소재들을 종이와 천으로 된 바닥에 스며들게 하는 퍼포먼스를 한다. 이후 작가는 평면에 남겨진 그 흔적을 오래 두고 바라보며 그 위에 무언가를 더할지 혹은 더하지 않을지 결정하는 과정을 거쳐 작업을 완성한다. 오래도록 서윤희가 진행해 온 「기억의 간격」 시리즈는 시간과 공간을 직접적인 물질로 평면에 담아내는 치유의 행위와 그렇게 완성된 그림으로 구성된다. 작가가 남기고자 하는 기억의 기록이자 삶의 흔적인 「기억의 간격」은 치유의 의식으로부터 현재의 순간에 새로운 기억을 담아내는 방향으로 확장되어가며 작가조차 알 수 없는 현실 어디엔가 닿는다.
ㅡ 형다미 /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선임 큐레이터
‘MIMESIS SE’는 ‘MIMESIS Solo Exhibition’의 약자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서 열리는 20번째 개인전임을 뜻한다.
「기억의 간격」 시리즈는 작가가 남기고자 하는 기억의 기록이자 삶의 흔적이다. 작가에게 자연은 부정적인 기억을 새로움으로 변화시키는 중요한 재료다. 서윤희는 2015년 청주의 벌랏마을에서 가지고 간 닥나무 심을 베네치아 팔레스트리나섬 해변에 직접 꽂고 바닷물에 천을 적시거나, 2017년 이스탄불 흑해에서는 현지에서 구한 천연 향신료를 옷에 뿌려 스며들게 하는 등 특정한 장소와 시간이 담기는 퍼포먼스를 한다. 작가는 자신의 몸이 붓이나 물감 일부가 된 것처럼 직접 그림 위에 올라서서 격렬하게 움직이며 그 순간에 몰입한다. 이 과정은 작가 내면에서 발생했던 사유의 시간까지도 천과 종이 위에 담아내는 <치유>의 의식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색 면의 레이어를 깊고 광활한 풍경으로 제시하며 그 공간에 작은 사람과 동물을 그려 넣기도 한다. 이들은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 거시적이고 전지적인 시점으로 보는 무리로 그려지며 개별의 표정과 이야기는 전하지 않는데, 이렇게 대상과의 거리감을 유지함으로서 그림 속의 대상들에 대한 작가의 감정은 드러나지 않는다. 작은 크기로 그려지는 대상들은 이전 작품에서는 그리움의 대상이거나 덧없는 인간의 존재를 상기시키는 모습이었다가 점차 망중유한(忙中有閑)의 현재를 여유로이 즐기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변화를 보인다. 시간이 흐르며 <치유>의 공간이었던 서윤희의 「기억의 간격」은 어느새 현재의 순간에 생성된 새로운 기억을 담아내는 방향으로 범위를 확장해 간다. 그리고 그 시간동안 탄생한 서윤희의 그림들은 지나온 시간을 담은 채 변화 중인 작가로부터 독립된 상태로 존재한다. 어쩌면 작가 본인에게는 지나간 치유의 흔적이었더라도 그것을 마주하는 누군가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되는 그의 그림은 작가조차 알 수 없는 현실 어디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