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오감의 투영’
2025년 하반기 기획공모 선정작가전
2025. 07. 09 (수) ~ 2025. 07. 15 (화)
1. 전시 개요
■ 전 시 명: 2025년 하반기 갤러리 도스 ‘오감의 투영’ 기획공모 선정작가展 김주연 ‘밀물_밀려온 것들 : The tide_What Has Been Carried In‘展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제1전시관(B1F)
■ 전시기간: 2025. 07. 09 (수) ~ 2025. 07. 15 (화)
2. 전시 서문
밀려온 것들을 받아들이는 방법
최서원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우리는 삶에서 수많은 일들을 경험하고 그러한 경험들이 모여 지금의 자신을 존재하게 한다. 스스로 정체성을 돌아보며 지난 일을 단순히 과거로 치부하지 않고 현재의 순간과 아울러 생각하는 것은 고유한 소신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기쁨과 슬픔, 불안과 같은 감정적 자국들은 끊임없이 우리 앞에 놓이면서 기복을 형성하고, 이때 몰려오는 공감각적 기운은 고요하거나 안정적이지만은 않다. 정체되지 않고 흐르는 삶은 연속된 변화를 맞는다. 김주연 작가는 이러한 삶을 흘러 들어오는 밀물에 비유하며 자신이 서 있는 자리와 지금껏 자각해 온 무수한 감정의 흐름을 받아들인다. 시련과 역경 속에서 절대적인 굳건함을 유지하는 것이 아닌, 언제 어느 때 경험할지 모를 감정을 담담히 마주하고 또 온전히 포용하는 자세를 작품을 통해 전한다. 작품은 힘든 상황에서도 기계적인 무모함을 유지하기보다 자신을 어루만지고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인내와 진정한 내면의 힘을 담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삶은 무한한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한다. 위아래를 교차하는 생의 여정에서 작가는 본인의 현 주소를 모색한다.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좌절이 몰려올 때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버텨야 한다는 강박에 휩싸이기도 한다. 항상 이상적일 수만은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안에서 지치고 무기력하지만 곧 다음의 순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자신이 겪는 절망이 나의 완전한 종말이 아니라 결국 삶의 거대한 흐름 속 거쳐 가는 과정임을 깨닫는다.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육지로 넘쳐 들어오는 밀물과 같이 보이지 않는 상념과 그것으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마음이 모여 인생의 관록과 흔적을 남긴다. 감정이 과도하게 급물살을 타면 썰물처럼 떠내려가기를 바라지만, 작가는 결국 밀물과 같은 감정이 살아가면서 꾸준히 내게 도달할 것이고 언젠가 고조된 전개에 다다를 것이라는 것을 자각한다. 그렇게 스스로 삶의 철학을 모색하고 내면의 성장을 도모한다. 작품은 평면과 입체를 아우르며 장르의 구분 없이 이루어진다. 작업에서 주로 등장하는 선은 직접 느낀 삶의 통찰이 예술적으로 담겨 있다.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현재의 순간을 획으로 표현하며, 이러한 획을 중첩함으로써 본인이 머무르고 있는 좌표를 나타낸다. 입체 작품은 금속 특유의 재질적 특성을 잘 보여준다. 단단하고 강한 물질은 외부 환경에 동요하지 않고 온전한 정체성을 드러낸다. 그중에서 작품의 소재로 쓰인 동은 다소 유연하고 무른 성질을 띠면서 감정에 흔들리고 움직이는 사람의 동적인 심리를 내포하고 있다. 작가는 동을 활용하면서 금속의 표면적 특성을 단편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힘든 감정에서 극복하고 나아가는 자아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대입하여 사유한다.
현재 겪고 있는 순간이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삶은 흐를 것이다. 안 좋은 감정을 무작정 외면하거나 회피한다면 끝내 불안정한 상태에 고립되어 스스로를 몰아넣을지 모른다. 따라서 변화할 앞으로의 시간과 다음에 일어날 일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살아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지난날처럼 간혹 흔들리고 갈피를 잡지 못하더라도 결코 마지막이 아니기에 변화의 원동력으로 삼고 심신을 가다듬을 수 있다. 작가는 현재를 단순한 시작 또는 끝으로 여기지 않으며, 내면의 성장을 통해 인생에 대한 진중한 고민과 철학적 사고를 이어 나간다. 작품 속의 선이 꾸준히 흐르듯이 우리의 삶도 자연과 동화하고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음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공유하는 삶의 통찰을 헤아려 보고 지금껏 살아온 자신만의 발자취가 어디쯤인지 진정으로 헤아려 보기를 바란다.
겹_난
적동선, 130×100×40cm, 2024
전정
나무판넬 위 색연필, 162.2×97cm, 2024
전정
나무판넬 위 색연필, 53.3×33.4cm, 2024
전정
나무판넬 위 색연필, 53.3×33.4cm, 2024
전정
나무판넬 위 색연필, 53.3×33.4cm, 2024
틈
적동선, 70×15×20cm, 2024
3. 작가 노트
선은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걸어간 자취, 흐름, 감정들 그리고 그것들을 나타낸 손끝과 연필의 끝. 선은 이러한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는 증거, 내가 여기에 존재하며, 여기서 흘렀다는 증명 아닐까. 처음에는 이러한 존재의 증명에서 시작됐다.
헤르만 헤세의 <싯타르타>를 읽었다. 삶에 있어서 중요한 건 결국 내가 살고있는 삶을 최선을 다해 느끼는 것. 슬플 때 슬퍼하고, 기쁠 때 기쁘고. 나의 성장과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러다 보면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일상이, 주변의 사람들이 너무나 소중해지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깨달음인 것을. 여러 감정들이 왔다가 간다. 그 감정들이 나를 웅크리게 혹은 무모하게도 하지만, 결국 그러한 반복되는 흐름들이 삶이라는 것을. 지금 나를 흔들게 하는 모든 것들이 지나가고, 또 새로운 것들이 나를 흔들 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게 깨달음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이상과 같은 말은 어쩌면 삶에 흔들리지 말라는 주문이 아니었을까. 더 이상 실패하지 말라는 자기 위선이 아니었을까. 앞선 믿음에도 불구하고 당연하게 나는 또 다시 삶의 여러 상황에 흔들렸고, 그러한 나 자신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히 단단해졌어야 하는 난, 약해보이고, 물러보였다. 모든 것이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한 곳에서 버텨야 했는데, 저기 저 꽃처럼 비, 바람과 여러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을 머금고 성장을 했어야 하는데, 또 다시 흔들리는게 결국 꽃을 피우지 못할 줄기 같아서 무서웠다. 항상 혼자서도 단단할 것 같은 딸이 사실 무르고 무른 별 볼일 없는 것이 드러날까 봐 겁이 났다.
반복되는 삶의 고조에서 나는 지금 어디쯤에 있을까. 어느 구간을 지나고 있는 중일까. 밀물과 썰물이 있는 바닷물은 계속 무언가를 쓸어 가져오고, 무언가를 쓸어 가져간다. 그러나 지금 눈을 떠보면 주변은 밀려온 것들로 가득 차 있다. 나에게 밀물은 단순히 차오른 상태라기보다, 감정으로 가득 차 숨이 막힐 듯한 순간이기도 하다. 넘쳐흐른 감정들은 때로 나를 짓누르고, 그 무게 안에서 나는 버티고 있다.
삶은 때때로 천국과 지옥, 그리고 결정되지 않은 림보 사이를 오간다. 나는 지금 그 어디쯤에 있는 걸까. 견디고 있는 이 구간이 지나가면 다음 장면이 열리는 걸까. 단테의 『신곡』처럼, 삶도 고통과 희망, 침잠과 해방의 층위를 끊임없이 통과하며 흘러간다. 그 반복되는 여정 안에서 나는 계속 묻는다 —지금 이 자리는 끝이 아닌 과정인가.
밀물이 오는 시간, 만조가 되는 순간. 이번에는 밀물이 나에게 가져온 것들은 조금 버거웠다. 지금까지 믿고 있던 나의 이상과 위선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듯이, 다른 때보다 더 흔들리고, 더 아프고, 가난했다. 우뚝 서는 것은 결국 이러한 여러 번의 실패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다시 만조가 되는 때가 있을 것을 안다. 그저 지금은 모든 것이 밀려오는 중이라서 그렇다.
4. 작가 약력
김주연│KIM JUYOUN
홍익대학교 조소과 수료
인천가톨릭대학교 환경조각과 졸업
개인전
2025. 07. 09 - 07. 15 밀물_밀려온 것들 : The tide_What Has Been Carried In, 갤러리 도스, 서울
2024. 10. 09 - 10. 13 멀리, 가까이, 컨벤시아 갤러리, 인천 (인천광역시&인천문화재단 지원)
단체전
2025. 02. 10 - 02. 15 삼청각 취한당갤러리, 서울
2024. 01. 08 - 01. 15 홍익대학교 홍문관, 서울
2023. 12. 06 - 12. 11 Gallery KOSA, 서울
2022. 03. 09 - 03. 15 스페이스 빔, 인천
레지던시
2025. 02 - 2025. 12 한국공예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