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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환·전희경 : 새의자리

  • 전시분류

    단체

  • 전시기간

    2022-10-20 ~ 2022-11-06

  • 참여작가

    변상환, 전희경

  • 전시 장소

    임시공간

  • 유/무료

    무료

  • 문의처

    070-8161-0630

  • 홈페이지

    http://www.spaceimsi.com

  •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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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자리를 포기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이번 전시는 《거울바다 Paralleled Space》(2020), 《웃는돌,고래 How The Sea Thinks》(2021)에 이은 바다 삼부작의 세 번째 전시다. 《거울바다》가 인천과 시흥 사이 좁은 바다 소래 해협, 《웃는돌,고래》가 서해부터 동남아시아 바다까지 서식하는 돌고래 상괭이를 트랜스-로컬리티의 알레고리로 주목했다면, 《새의자리 Bird Does Not Exist1》(2022)는 덕적군도에 있는 작은 섬 소야도에서 시작한다.
  
소야도의 폐교를 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지역 조사를 했고, 연구용역 보고서2로 남겨진 섬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생태적 가치가 있는 군도에서 유일하게 본섬과 다리로 연결된 소야도. 과거적 역사와 가부장적 설화가 반복되고, 관광 자원으로 수렴되는 장소와 자연, 생업과 산업으로 기록되는 바다와 산에서 대부분 주민들에게 섬에서도 산 그리고 그 안에서도 새에 관한 구술이나 자료를 찾기 어려웠다. 섬에서의 시선과 욕망은 온통 바다와 육지로 향한다.  

섬은 바다이면서 땅이다. 그 땅은 대부분 산이지만 경작과 채취의 대상이 아닌, 고정되지 않은 트랜스-로컬 실재로서 비인간, 새의 자리는 없다. 소야도 지명 유래에도 당나라 소정방 발자취는 여기저기 있지만, 새가 날아가는 모양이라는 유래는 단 한 줄 뿐이었다. 《새의자리 Bird Does Not Exist》는 인간과 자본의 대상에서 빗겨난, 듣지 않았고 보지 않았던 새의 자리를 포기한 바다-육지인 섬을 다시 감각하면서 지역을 구성하는 믿음과 사실 사이 틈을 만든다. 대다수 주민들이 소야도가 다른 섬에 비해 관광과 역사 자원이 없다며 말한 자본과 인간 중심 지역성의 부재와 결핍을 전복한다.  

변상환은 해발고도가 해수면을, 등고선이 수직 높이를 이루는 지도에서 출발한다. 3D로 스캔해 쌓아 올린 섬 모형 위에 한지를 겹겹이 붙여 등고선 높이를 가진 커다란 캔버스를 만들었다. 검은 먹이 시간에 따라 천정에서 캔버스 아래로 흘러내리고 종이와 물, 온도와 습도의 상호 관계에 따라 서서히 마르고 번지기를 반복하고 부조와 같은 캔버스는 실경도, 관념 사이 다른 진경-산수화가 된다. 

전희경은 숨 막힐 정도로 적막했던 바닷가의 돌, 모래, 바위, 하늘, 파도의 아름다움과 반짝이는 미끈함 뒤에 오랜 시간 바다와 섬의 경계 사이를 진동했을 거칠고 묵직한 시간의 질감과 공간의 깊이에 주목한다. 가공하지 않은 나무판에 물감들을 얹고 스퀴지(squeegee)로 눌러 담은 표면과 물감의 두께는 오랜 시간 섬에 쌓여 있을 비인간 존재들의 감촉과 밀도를 담아낸다.

두 작가 모두 소야도를 역사적으로 생태적으로 재현하지 않으며 섬을 다종적으로 감각하고 인식하기 위한 현재적 시간의 흐름과 결(레이어)을 공유한다. 작가들은 타자가 관광의 대상이나 역사의 소재로서 섬으로, 삶의 터전으로서 지역 주민의 기억과 생존의 장소로 섬으로 지역화하거나 낭만화하지 않는다. 날아가는 새의 종류나 철새 서식이나 이동경로에 천착하지도, PC통신이나 코로나19로 유행한 관조의 욕망으로서 탐조의 생태적 관심과 거리를 둔다. 다만 우리가 호명하고 상징하고 소비하는 지역-섬에 자리가 없었던 무엇을 환기하기 위한 인식과 감각의 층위와 과정을 가시적이지만 느린 속도로 경험할 자리를 만든다.      

전시장은 화상 경마장, 미국복권 판매소, 펫샵, 술집, 유흥노래방이 밀집한 문화거리에, 동화마을에서 벽화를 보고 차이나타운에서 짜장면을 먹고 신포시장에서 닭강정을 사고 개항로에서 힙한 커피와 음식을 먹으러 가는 길목에서 지역의 무엇이든 구경거리가 되는 거리에 외딴 섬과 같다. 전형적이지만 상상적으로 재현되고 재생산되는 지역성을 다시 재구성하려는 겸손하고 조심스러운 감각들은 어떻게 상실되지 않고 이어질 수 있을까. 이전 두 번의 전시 모두 ‘표류’라는 말로 끝을 맺었는데, 바다에서의 표류는 난파, 위험, 사고의 부정적 의미이겠지만 현재적 상실을 딛고 계속 미래로 나아갈 ‘표류’를 위한 용기와 희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1 영어 제목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Why Fish Don't Exist』에서 차용했다.
2 소야 문화재생 사업을 위한 콘텐츠 구축, 2021, 인천시 옹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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