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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임전:Color Symph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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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의 중첩, 하태임의 색채미학

홍경한(미술평론가)

 

하나의 조형 요소에 머무를 수 있는 색()에 감정을 입히는 건 쉽지 않다. 그것이 지닌 현란함에 혹은 정의에 우린 너무 쉽게 경도되기에, 색 자체로 복잡 미묘한 인간의 사고와 정서, 느낌과 기분을 감각적으로 구현하는 것 또한 녹록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작가 하태임의 작업에선 불가능할 것 같은 일련의 현상들이 퇴적되듯 담겨진다. 그것이 무엇을 원인으로 하는지에 대해선 차치하고라도 율동이나 흐름, 부유하는 에너지를 감지하기란 생각 이상으로 불편하지 않다.

이는 흡사 안토니 타피에스나 지그마르 폴케의 회화에서 체감되는 거친 듯 자유분방한 여운과 1965년 이후 발표하기 시작한 리히텐슈타인의 <붓놀림(brush strokes)> 연작에 비견되는 여백을 심어준다. 모리스 루이스의 평면적 색 띠 작업이 또 다른 형식으로 전이된 것 같은 인상도 그의 컬러밴드 시리즈인 <Un Passage>에서 드러나는 특징이다. 비록 그들 중 일부 그림의 경우 의도적인 붓놀림에 의해서가 아니라 중력의 영향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는 있지만 회화의 순수성을 지향한다는 커다란 범주에선 결국 동일성을 띤다.

그러나 하태임 회화의 특이점은 오랜 시간 회화가 회화로써 지녀온 위치 규정에 올곧이 응수하지는 않는다는 것에 있다. 이를 독일의 미술사학자 뵐플린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회화적인 것과 조각적인 것(()적인 것)의 교합과 같다. 일례로 회화를 3차원으로까지 확장시킨 <Une Extension> 연작은 회화의 형식을 만족시키는 붓질을 본질적 언어로 치환한 이후의 시각언어가 어떤 조타 아래 구현되는지 보여준다.

, 현실로부터 유리된 채 미학적인 질이 보장된 영역만을 다루는 듯한 그 많은 추상작업들이 자기실현(작가 자신을 화면에 투영하는)이라는 목적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게 되었다면 지금, 오늘 이후 회화는 어느 길에 서야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장르 간 독자성에 관한 일종의 거부이자, 한정적인 평면으로부터의 공간성의 포섭, 선이 난무하는 이전 추상작업들의 복잡함에 반응하는 새로움에 대한 역동적인 몸짓이다. 하태임의 작업은 바로 이 지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Un Passage, 60×120cm, Acrylic on Canvas, 2014





물론 일반적인 관점에서 작가의 작업을 위와 같이 이해할 필요는 없다. 유사한 접근 방식이 반드시 작업의 친근함을 덧대는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의 기술(記述)은 미술평론가나 미학자들이 응당 다뤄야할, 하태임이라는 작가 작업에 대한 필연적인 가치분별일 뿐, 대중적인 견지에서의 이입마저 굳이 동일한 시선을 되풀이할 이유는 없음이다. 때문에 그의 작업들을 바라보는 방식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무미건조하며, 도형화된 색의 띠들이 움직이고 드러나는 진동의 상황은 바로 작가의 신체, 몸의 확장으로서 기능한다.”(미술평론가 조은정)는 입장도 괜찮고, 화면에서 단번에 엿보이는 구성주의적 시각이나 응축된 리듬이 만개하는 표현주의적 관점에서 읽어내려도 문제될 것이 없다.

특히 덧칠하며 지우는, 중첩하며 덜어내는 그만의 조형언어(여기엔 다양한 선의 그리드에 의한 해체와 존립, 교차와 교호에 따른 중화적 거리가 들어서고 이 때 발생하는 무형의 공간이 그의 작업을 미학적인 완성도를 개척한다. 하지만 단지 그리다표현하다로만 국한해도 그릇된 시선은 아니다.)만을 받아들여도 무관하다.

중요한 건 작가의 내적, 심리적 상황을 텃밭으로 한 내재율이 가시적으로 표출되었을 때, 그것이 타자에게 무엇으로 전달되고 상상되며 사유할 수 있느냐에 있다. 물론 그의 회화와 조각에 배어 있는 공간의 운용, 선과 색의 조응, 행위를 기반으로 한 무의식의 의식화,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상징의 부유, 환희의 움틈과 생명의 순환을 마주할 수 있다면 그의 작업이 포박하고 있는 특유의 여적은 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우린 이미 그의 작업으로부터 그것에 다가설 수 있는 다양한 힌트들과 조우하고 있다. 눈이 아닌 마음으로, 논리가 아닌 감성의 눈으로 사유할 수 있다면 봉인 풀린 작은 틈과 문 사이에 놓여 있는 색채의 미학, 소통의 미학, 여백의 미학에 당도할 수 있고, 그 여적은 언제나 저마다 다른 기억과 추억, 경험의 재확산이라는 본질로 향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다.

 

 


Un Passage, 70×70cm, Acrylic on Canvas, 2015



Un Passage, 70×70cm, Acrylic on Canvas,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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