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정 방의걸(木丁 方義傑)은 스스로를 환쟁이 또는 그림쟁이라고부른다. 목정에게 있어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평생 울고 웃게 만든 놀이이다. 그래서 그는 화백이나 화가라는 거창한 호칭보다는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다간 그림쟁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목정의 그림에서는 여백이 주는 무한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여백은 그냥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적극적인 의미의 공간이다. 침묵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 하나로 많은 이야기와 사연을 압축하는 것처럼 목정의 그림에서는 모든 채워진 공간을 압도하는 여백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모든 색을 섞으면 검정이 되는데,그렇기 때문에 검정 먹빛은 다양한 색감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모든 색을반사시켜서 비워두면 하얀색이 된다. 그래서 먹빛과 비움 이 두 가지는 가장 단순하지만 모든 것을 표현할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단순하기 때문에 가장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먹빛과 비움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이를 향해 가는 길은험난했다.
“붓을 잡고 수묵화를 시작한 지, 올해로 60여 년, 길고도 험난한 길에서 잘도 견디어 낸 듯도 하다.
절필했다가, 또 붓을 잡기를 반복하면서 무엇인가에 이끌려 지금에 이르렀으니, 천생 환쟁이 팔자를 타고 태어난 모양이다.”
진한 먹빛으로는 현실이되고 아련히 번지는 먹빛은 그리움이 된다.
여백과 비움을 강조하기는 하지만 목정의 그림이 모두 그런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육중한 삶과 자연의 이야기를 토하듯이 표현하기도 했다.
모든 예술가의 작품에는 작가의 성품과 인생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평소가장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이 “동물의 왕국”일 정도로 작가는 주변의 동식물을 사랑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작품에나오는 새, 강아지, 물고기, 꽃, 나무에는 작가의 애정이 배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작은 새 두 마리에게도 사색의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이들에 대한 작가의 배려이다.
여러 마리의 새가 등장해도, 그 중 단 한 마리도 같은 모습을 하고있지 않다. 그리고 그 중 어떤 녀석들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 모습이다.
목정의 작품에 등장하는 새, 물고기,꽃, 나무 등은 작가의 치밀한 계산 속에서 탄생한다. 이들은동식물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화폭이라는 좁은 공간과 그 안에 있는 힘의 방향을 이리저리 나눠 주고 방향을 바꿔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현대 한국화의 거목이자 스승인 청전 이상범 화백은, 목정 평생의 교과서이자뛰어넘고 싶은 거대한 산이었다. 스승인 청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현대적이고 힘 있는 붓질은 목정의손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발전한다.
목정은 단순화되고 거침 없는 터치로 자신만의 색깔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짧게 끊어치는 붓끝의 터치나 붓끝으로 튀어 오르는 파편 같은 먹물은때론 대담하고 거칠지만 그렇게 탄생한 한 폭의 산수는 놀랍게도 조용하고 담백하다.”
- 신문 기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