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한 살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지만, 동시대 아티스트들 가운데 가장 유명세를 날렸고, 현재 역시 많은 사람이 그의 독특한 그래픽 스타일과 상징적 기호들을 알고 있을 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아티스트 키스 해링(Keith Haring, 1958-1990)의 대규모 회고전이 파리시근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뉴욕의 이스트빌리지에서 기존의 갤러리와 미술관이란 제도권을 벗어난 1980년대의 대안문화를 접하면서, 해링은 자신의 조형언어를 거리, 지하철, 창고 등의 공간을 빌어 표현하게 된다. 이때 캐니 샤프, 장 미셀 바스키아 등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들을 만나 Club57이라는 곳에서 전시와 퍼포먼스를 갖게 되면서, 삶과 기쁨, 희망과 같은 미래지향적인 해링의 트레이드마크, ‘빛나는 아이’라는 픽토그램이 탄생한다. 이번 전시는 단명했지만 그래피티뿐만 아니라 회화, 조각, 데생 등 다작을 남긴 해링의 반복적이면서 역동적인 데생, 생동감 넘치는 컬러링에 담긴 정치적 메시지에 주목한다. 더욱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해링의 작품들은 인종차별, 자본주의, 폭력, 핵전쟁, 환경파괴, 동성연애혐오주의 등 유머러스하면서 동시에 날카로운 비판적 시각으로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여문주 프랑스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