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의 문화시설은 특정한 예를 제외한다면 수도에 집약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서울이 그렇듯 일본의 도쿄도 예외가 아니다. 미술, 디자인, 음악, 공연 등 양질의 문화시설과 행사는 도쿄를 중심으로 기획된다. 그런데 일본 전위미술을 대표하는 구타이(具體)의 회고전이 도쿄에서 열린 적이 없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1990년 도쿄 시부야의 한 미술관에서 특정 시기에 초점을 맞춘 전시회가 열린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구타이의 활동을 망라한 전시는 처음이라고 한다. 구타이는 구체미술협회(具體美術協會)의 약칭으로, 1954년에 요시하라 지로(吉原治良, 1905-1972)를 중심으로 간사이(關西) 지역의 추상미술가들이 모여 만든 전위미술그룹이다. 1972년에 해산했다. 그룹명은 ‘우리들의 정신이 자유롭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싶다’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까지 없었던 것을 만들라’는 요시하라의 말에 고무되어 기상천외하고 개성 넘치는 작품을 남겼다. 당시 일본 국내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서구의 미술계에서는 주목을 받았고 근래에 들어 재평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김상미 일본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