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진
시공의 빛을 변주하는 작품 세계
김수길(金秀吉 KIM Soogil 1943 - )
김수길은 1943년 출생으로 중앙대 예대, 경희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고 작가의 작품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스승은, 한국화단에서 표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의 관습에 과감히 도전을 시도한 작가였던 안상철(1927-1993)이다. 당시 엄격했던 한국화단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안상철의 이러한 시도는 시대를 앞서가는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이 실험정신은 1974년 <현대화회>, 1976년 <현대차원회> 활동을 통해 오브제, 콜라주 등을 도입하여 평면이탈로 자연물체가 지닌 형태, 질감, 색을 작품 구성요소로 활용했다.
이런 정신은 평면으로 되돌아 오며 김수길의 작품은 한국화에서 익숙한 여백 대신 원시성의 조형성을 지닌 기하학적 도형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기하형은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현대적”이라는 작가의 의지에 따라 여백을 충분히 활용한 간결하고 절제된 화면은 형상의 반복과 대비를 통해 전개된다. 일정한 규칙에 따라 기하학적 도형으로 화면을 분할하고, 색을 칠하고 물감이 스며들기를 기다려 다시 색을 칠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렇게 쌓아 올린 물감들은 자연스러운 얼룩의 번짐과 함께 화면 뒤에서 은은하게 배어 나온다.
<시공의 빛 1803>, 2023, 지본채묵, 54x81.5cm
<시공의 빛 2202>, 2023, 지본채묵, 81x131cm
때로는 채색된 화면 위에 채색된 기하학적 도형들을 두 겹 내지, 세 겹으로 콜라주하여 작가는 화면 자체를 입체적인 구조물로 탄생시킨다. 화면에 조금씩 나타난 상형문은 고대 중국의 귀갑수골문으로 유년시절 선친의 서재에 있던 일본어로 된 서도전집에 본 걸 작품에 응용하고 있다.
<시공-변주>시리즈, 2022, 지본채묵
이러한 작업을 통해 김수길은 추구하는 목표를 “현대적인 조형성의 획득과 이를 통한 한국적인 고유정서의 발현”이다. 이를 위해 작가는 추상성을 추구하면서도 “전통 한지의 본질과 빛, 질감을 최대로 살리면서 선염법(渲染法)을 기조로 사계의 삼라만상을 연상케 하는 작업”을 시도해 왔다고 설명한다. 또한 삼라만상을 형상화한 조형성을 통해 작가는 화면에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성, 공간성 그리고 그 안에 잠재되어있는 가변적인 것과 불변적인 것을 투영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강조한다.
부산여대, 신라대학교 교수 예술대학장을 역임한 작가는 부산외곽 기장에서 텃밭도 가꾸며 작품에 열중하며 이번 2023년 스승이었던 안상철미술관 초대전에 의미를 크게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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