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계훈
한지석의 작품에서는 신문에 실린 보도사진에서 보았던 듯한 이미지들과 그와 연관하여 언젠가 한 번 쯤 우리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듯한 기억을 일깨워주는 장면들이 청색이나 핑크색 단색조의 화면에 보일듯 말듯 그 형상을 드러낸다. 그의 작업은 저널리즘 매체 속에서 발견된 이미지의 사회적, 역사적 함의와 이 이미지들을 바라보는 사람의 기억과 경험 속에서 존재하는 형상에 대한 사적인 인상이 혼합되어 그것이 공적이면서도 동시에 사적인 이야기로 전환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한지석은 영국 유학시기에서부터 귀국 후의 작품에서 저널리즘 매체를 통해 수집된 사건, 사고의 구체적인 형상들을 재구성하여 화면 가득 흘러내리는 듯한 활동적인 붓터치와 다양한 색을 구사하며 한 화면 안에 여러 사건들을 중첩시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건에서 추출된 이미지들의 조합을 시도해왔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회적 사건의 구조를 개인의 기억과 경험을 불러오는 내러티브의 생성 도구로 이용하여왔다.
한지석의 작품의 출발이 신문에 실린 보도사진이나 기사에 있다는 것은 그가 어느 정도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우리 사회에 다양하게 존재하는 형상에서 유래되는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사고하며 표현과 재현 사이에서 자신의 작품의 좌표를 설정하기 위하여 시각적 탐구의 촉수를 작동시켜 왔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번 전시 작품에서는 이전과 다르게 한 작품에 하나의 사건이 확대되거나 부분으로 나타나며 동일 계열의 색을 반복하여 화면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제작된 작품을 보여주는데, 작가는 울트라 마린과 핑크가 주는 불협화음과 충돌을 통해 사회적 불안을 상징하거나 개인적인 감정 상태를 표현해 온 듯하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되는 작품은 200×780cm 크기의 대작으로서 사고로 폐기된 발전소 건물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정확하게 발전소의 모습을 읽기 어렵지만 화면 가득 울트라 마린 블루 톤의 이미지가 담겨진, 동이 트기 직전 밤과 낮의 경계에 걸쳐 있는 장면이다. 별빛이나 달빛의 힘을 빌어서만 형태를 가늠할 수 있는 이 시간대에는 모든 사물이 그 모습을 감추듯 드러내고 드러내는 듯하면서 모호하게 사라지는 애매한 순간에 놓여진다. 어두움과 밝음의 경계에 머물러 있는 이 순간은 시각적 명암의 교차와 공존의 순간이면서 의식과 무의식, 공적 사건과 사적 인상 등 서로 대립되고 때로는 충돌을 유발하는 요소들이 공존하며 교차하는 상징적인 시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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