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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민 / 가족구성원이라는 페르소나

박영택

이선민 - 가족구성원이라는 페르소나


가족은 어떻게 보면 사회적인 것들이 삼투되는 장소로서 생각될 수도 있지만, 그 반대로 사람으로 태어난 생명체가 자신의 원초적인 충동을 사회구조 속에 투자하는 일종의 프리즘이기도 하다. 가족은 한 사회가 압축된 공간이기도 하고 당대 사회가 요구하는 생이 관철되고 훈육되는 곳이자 아울러 그 사회로 편입되거나 인정받기 위한 다양한 전략이 모색되는 장소이기도하다.

‘사회’라는 것은 그러한 관계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하나의 그물망을 지칭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따라서 ‘가족’을 단순히 그것을 구성하는 구성원의 집합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그것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이 어떠한 혈연이나 지연 그리고 기타 긴밀한 사회적 관계들의 그물망과 함께 어떻게 얽혀있는가 하는 관점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가족은 하나의 육체가 자신의 욕망을 풀어나가기 위해서 끊임없이 사회관계들 속으로 뻗어나가는 곳이며 또한 역으로 사회의 여러 가지 힘과 권력 그리고 이념과 상징들이 스며들어오는 장소이기도 한 것이다. 이선민이 최근 사진은 <트윈스>연작이다. 자연공간 속에, 더러 실내에 가족들이 자리하고 있다. 가족사진이라고 하기에는 표정이 너무 딱딱하고 그렇다고 편한 스냅사진도 아니다. 사진 속 인물들은 우리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고 우리는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으며 도대체 그곳에서 그 복장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차갑게 관찰하게 된다.

그들은 그림처럼 사각의 틀에 박제가 되어 사로잡혀있다. 가족구성원들은 유사한 복장과 동일한 취미로 서로의 정서적, 기호적 유대감을 증거하고 선언한다. 또한 부모는 자신의 아이들을 이 비정한 자본주의사회에서 좀 더 나은 삶을 유지하라는 명령을 수행하는 존재로 훈육한다. 해서 가족구성원들은 가족으로서의 요구되는 모종의 페르소나를 쓰고 있고 연기한다.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이나 하고 있는 활동, 취미생활 역시 생김새나 식성 등과 마찬가지로 유전된다.

아이들은 부모를 욕망하고 부모는 아이들을 자신들이 원하는 상으로 길들인다. 가정은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강제되는 곳이다. 어쩌면 부모들은 자신들이 젊은 시절 로망을 아이들에게 주입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로망을 연기한다. 이제 그들은 같은 연기를 한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초래하는 빈부의 격차와 신분질서 역시 여전히 대물림되고 있다. 따라서 그 삶의 지위나 수준을 유지하고자 하는 욕망은 절박하다. 그것이 현재 우리사회에서 목도되는 교육열이고 원정출산과 조기유학과 세속적 성공에 대한 끔찍한 경쟁구도가 아니겠는가? 가족구성원들은 결국 신분을 고수하거나 상승하기 위해 힘쓰는 후천적 쌍둥이들이다.

여기에 동일시의 강제가 작동한다. 부모의 경제적 수준과 취향이 아이에게 강요하고 그 알량한 순간의 생의 안락에 부침한다. 이선민의 사진에는 가족들이 비교적 선택받은 삶에서 향유되는 고급한 레저, 취미생활을 행하고 있다. 가족간의 친밀성과 화목한 한 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자 동시에 자신들이 현재 누리고 있는 삶의 수준과 조건을 유지하고 그것을 지속하려는 욕망을 얼핏 드러낸다. 해서 이 평화롭고 훈훈한 가족사진 안에서 무서운 욕망과 자본주의의 경제학적 담론과 계급갈등과 완강한 위계, 취미의 사회학을 읽어내는 일은 기이하고 조금은 섬찟하다. 아마도 이선민 사진의 매력이 그 같은 상반된 내, 외부를 아무렇지 않게 차갑게 보여주는데 있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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