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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미술의 힘 ③ 모스크바 미술가 그룹 ‘AES+F’ 스비야츠키

편집부

[Art] 세상 끝장낼 듯한 저항 ‘최후의 반란’을 지켜보라
러시아는 아시아와 유럽 대륙에 걸쳐 있다. 아시아에서는 서구로, 유럽에서는 서유럽 문물을 뒤늦게 흡수한 땅으로 본다. 미술계에서 러시아는 아시아와 마찬가지로 떠오르는 지역이다. 에르미타주 미술관의 보물, 칸딘스키·곤차로바 같은 근대 망명자 화가 등 과거의 유산은 풍부하다. 반면 동시대 미술에 대한 관심은 이제 태동하는 중이다. 그리고 그 선두에 ‘AES+F’가 있다.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스타가 된 모스크바의 미술가 그룹이다. 베니스 비엔날레 때 공개된 ‘최후의 반란’이 고스란히 서울에 들어왔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11월 5일까지 열리는 미디어아트 비엔날레에서 볼 수 있다. 방한한 예브게니 스비야츠키(Evgeny Svyatsky·51)가 대표 인터뷰에 응했다.

 “우리는 낙관론자도 비관론자도 아니다. 우리는 리얼리스트다.”
영웅의 최후인 양 절도있는 동작, 사막과 눈밭, 일본식 성과 중국식 용 등이 합쳐진 배경의 화면 앞에서 스비야츠키는 이렇게 말했다. ‘최후의 반란’은 디지털 사진 수천 장을 이어 만든 19분25초짜리 영상이다. “이 작품은 디스토피아, 묵시록에 가깝다. 피흘리지 않는 비현실성, 춤추는 듯한 슬로 모션, 어쩐지 에로틱한 포즈를 통해 스스로 어딘가 저항하는 이미지를 나타내고자 했다.”
AES+F의 네 멤버는 50대 장년층이다. 그래서인지 ‘최후의 반란’은 장중한 비극으로 읽힌다. 옛 소련 붕괴 등 격동기를 살아온 이들이 세계의 끝, 이데올로기와 역사의 끝을 시각화한 것처럼 보인다.

볼쇼이 발레학교 학생 45명이 모델로 활약해 절도 있는 동작을 보여줬다. 마치 세상의 끝을 맞은 영웅의 최후처럼. 그래서 이 19분25초짜리 영상의 제목은 ‘최후의 반란’이다. [AES+F 스튜디오 제공]

이렇게 말하자 그는 “나이 든 이들은 여기서 폭력과 상징, 고통이 드라마틱하게 버무려졌다고 본다. 하나 컴퓨터 게임에 익숙한 젊은이들은 이 화면을 보고 웃는다”라고 답했다. 이들은 요즘의 시각문화를 ‘신바로크주의’라고 정의한다. 극단적 이미지의 과잉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이번 작품의 영감은 ▶카라바조·티에폴로같은 바로크 거장들 ▶1930∼50년대 러시아 전체주의 예술 ▶컴퓨터 게임과 액션 영화에서 얻었다고 말한다. 볼쇼이 발레학교 학생들을 모델로 찍은 수천 장의 디지털 사진을 이어 뚝뚝 끊기는 동작을 만든 이 화면의 제목은 ‘최후의 반란’이지만, 작품은 끝나지 않고 ‘최후의 반란1’‘최후의 반란2’라는 식으로 시리즈로 이어진다. 주인공이 절대 죽지 않는 것도, 시리즈가 이어지는 것도 컴퓨터 게임이나 오락영화를 닮았다.
그는 1980년 모스크바 판화학교를 졸업했다. 전공은 그래픽 아트, 지금도 손 드로잉보다 태블릿PC로 그리는 게 더 익숙하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당시 소비에트 연방의 공식적 예술 개념이었지만 그런 제도조차 붕괴된 시기였다. 학교에서는 사실적으로 잘 그리는 법을 가르쳤지만, 학교 밖 러시아 미술판에서는 개념미술이 대세였다. 87년 스비야츠키는 건축을 전공한 타티아나 아르자마소바(Tatiana Arzamasova·53)와 레프 예브조비치(Lev Evzovich·50) 부부의 극장 리모델링 작업 도록 제작을 함께하게 됐다. 세 사람의 이니셜을 따 만든 AES 그룹의 출발이다. 95년 사진가 블라디미르 프리드케스(Vladimir Fridkes·52)의 합류로 AES+F가 됐다.
이들의 성장만큼 러시아 미술계도 커가고 있다. “학창 시절에 비하면 지금 러시아 동시대 미술의 흐름은 매우 빠르다. 젊은 작가들은 쉽게 교육받고 쉽게 일한다. 미술관이나 갤러리도 속속 생기고 있다. 국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우리 작품을 팔 수 있다.”
비서구권의 이머징 아티스트로서 이들은 다문화 사회에도 관심이 많다. 올해 발표한 ‘유럽-유럽’에는 스킨 헤드와 터키 소녀 커플, 서양 공장장과 중국 장난감 공장 노동자 등이 등장한다. 부르카 두른 자유의 여신상, 모스크 닮은 쾰른 성당 등 세계 각지를 아랍식으로 바꿔놓은 ‘이슬람 프로젝트’도 진행중이다.
- 중앙일보 2008.10.09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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