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마다 한 번씩 이탈리아 베니스(베네치아)에서 열리는 베니스비엔날레.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미술 행사인 베니스비엔날레는 크게 두 가지 전시로 나뉜다.
하나는 국가마다 자체 기획해 여는 국가관 전시고, 또 하나는 주최 측에서 기획하는 본(本) 전시다.
올해 본 전시를 기획한 총감독은 이탈리아 출신의 마시밀리아노 지오니(39)로 1998년 이후 본 전시가 국가관과 함께 베니스비엔날레의 양대 축으로 굳어진 후 최연소 총감독이다.
그가 일약 미술계 스타로 올라선 데는 2010년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미국 뉴욕의 뉴뮤지엄 큐레이터인 그를 광주비엔날레재단이 낙점했고 지오니는 광주를 통해 세계에 이름을 각인시켰다. 2년 전 뉴뮤지엄 부관장으로 승진한 그는 지난주 개막한 베니스비엔날레까지 총지휘하게 됐으니 말 그대로 승승장구하는 셈이다.
그런데 베니스에서 그의 성공을 바라보는 기자의 마음은 좋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더 허탈했다는 표현이 적합할 것이다.
비엔날레의 꽃이자 전 세계 주요 미술 관계자들이 반드시 보는 본 전시에서 한국 작가는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국과 일본 작가는 두 명이나 포함돼 있었고 150명 작가 중에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베트남 파키스탄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남미 동유럽 중동 국가까지 골고루 섞여 있었다.
한국은 2009년 구정아와 양혜규 이후 4년째 본 전시에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
지오니가 기획한 주제가 달랐다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갔을 것이다. 그런데 2010년 그가 광주에서 기획한 ’만인보’와 이번 ’백과사전식 궁전’은 제목에서 느껴지듯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그 역시 기자회견에서 '2010년 광주에서 처음 선보였던 전시 콘셉트를 다시 한번 유럽에서 선보이고 싶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쯤 되면 그가 의도적으로 한국 작가를 외면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과의 과도한 밀착을 염려해 그가 스스로 선을 그었을 수도, 한국미술의 위상이 아직은 독보적이지 않아서 일 수도 있다.
본 전시 포함 여부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괘씸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우리 측에서 곱씹어볼 만한 문제'라는 볼멘소리도 나오는 게 현실이다.
광주비엔날레 위상은 세계 3대 비엔날레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다. 그러나 광주가 큐레이터들의 성공 무대가 아니라 한국 작가들이 외국으로 뻗어나가는 교두보가 되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바람일까.
- 매일경제 2013.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