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내린 비로 그간의 무더위가 약간 가신 어느 토요일 오후, ‘ 폴란드, 천년의 예술’(6.5-8.30)전을 관람하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천년동안의 예술품들을 모두 볼 수 있는 걸까, 두근거리며 전시를 감상했는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작품의 구성방식이었다.
폴란드 중세시대의 교회예술은 중요한 인물은 크게, 그 외 인물은 작게 나타내는 단순한 구성이지만 각자의 의미가 담겨있을 작은 소품들을 여기저기 배치하여 상징성을 부여하고 있다. 중세시대를 지나 사르마티아시대를 거쳐 18세기 후반, 주권을 상실하고 영토가 분할되는 아픔을 겪은 폴란드. 그 어두운 시대를 견디기위한 예술은 주로 역사와 전쟁에 관련된 주제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림의 구성은 더 세밀하고 정교하게, 원근의 발전과 빛 해석이 눈부시게 아름다워지고 여전히 많은 상징을 담고 있다.
Motif from “WAR AND WE”, Edward OKUN, 1923, Illustration and Calligraphy by SEUNGMIN
그 상징성들은 죽 이어져 현대의 포스터아트에서 빛을 발하는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함축과 생략의 미학을 그림으로 옮기면 저렇게 될까.
단순화시키는건 쉽지 않다. 그림 속에 메시지를 담고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요즘들어 특히 그림의 구성과 표현, 연출방식을 고민하고 있던 내게 큰 영감을 불러일으킨 좋은 전시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