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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한국의 미술가들, 세계무대에서다

정준모

60년대에 일간신문들을 보면 '공항' 또는 '오늘의 입출국'이라는 란이 있어 해외를 들고나는 사람들의 동정을 알려주곤 했다. 하지만 해외여행이 다반사인지라 여행수지가 적자를 보이는 상황이긴 하지만 아직도 한국미술의 해외전시 특히 메이저 미술관이나 화랑에서의 전시소식은 그렇게 흔한 것은 아닌 듯 하다. 사실 미술인들에게 해외 유수의 미술관 전시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우선 작가들에게는 그 작품성과 예술성을 권위 있는 미술관으로부터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하며 경우에 따라 그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될 기회로까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경제적인 부분을 차치하고라도 작가로서는 매우 중요한 기회가 도래했음을 알려주는 호기이다. 그러나 한국현대미술은 그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전문적인 큐레이터의 부족과 해외와의 네트워크가 미진하기 때문에 좋은 미술관 전시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 왔고 이는 한국미술이 도약하는데 걸림돌이 되어왔다.



유연성의 금기, 이일

하지만 최근 들어 눈에 띄는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어 다시금 기대를 걸게 해 준다. 특히 최근 오스트리아 대통령을 수행하여 서울을 찾았던 게르하르트 매트관장이 재직하는 비엔나 쿤스트할레에서 2월 23일부터 6월 10일까지 열린 '엘라스틱 터부(Elastic Taboos, 유연성의 금기)'전이 우선 눈에 뜨인다. 프랑스 디종 콘소르시움의 김승덕, 프랑크 고트로(Frank Gautherot)가 객원큐레이터로 조직한 이 전람회는 박이소, 백현진, 봉준호, 버블리피쉬(김해영), 장영혜 중공업, 최정화, 최민화, 김홍석, 스티븐 곤타르스키, 정연두, 김한용, 써니킴, 이강소, 이누리, 이상훈, 이슬기, 이우환, 오형근, 박찬욱, 박준범, 박서보, 신학철, 우적(Friendly Enemy)등이 참여해서 한국현대미술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주는데 특히 오늘의 다양한 한국미술의 현상에 방점을 둔 전시로 향후 장영혜 중공업의 개인전(4월~6월)과 최정화의 사진전(5월~10월)이 뒤를 이어 한국미술의 열기를 예술의 도시 비엔나에서 이어 갈 예정이다.



미국의 서부 21세기 IT산업의 메카인 산호세의 산호세 미술관에서 열린 3월 11일부터 7월 8일까지 열리고 있는 재미작가 이일의 회고전도 한국미술의 새로운 도약의 현장이 되고 있다. 오직 필기구인 볼펜만을 사용해서 그림을 그려온 50대 중반의 한국작가가 미국의 공립미술관에서 회고전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귀한 기회이다. 드로잉이 회화가 되는 그의 작품에서 동양적인 사유와 서구적인 행위의 반복을 통해, 붓 대신 볼펜으로 하나의 물질을 생산해 낸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한 이일의 작업은 미국 내에서 이미 상당한 평가를 얻으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 공간 사람들, 도윤희

독일이 자국의 미술을 해외에 알림 목적으로 설립된 ifa가 조직한 한국현대미술전은 '서울: 공간,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슈튜트가르트에 이어 베를린의 ifa에서 6월 3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이 전시에는 박이소, 플라잉시티, 권오상, 이경미, 김정욱, 박찬경, 박준범, 양혜규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의 변화하는 외적환경에 여기에 마주하는 작가들의 첨예하고 예리한 감수성을 보여줌으로서 한국사회의 일면을 강조하고 있다. 또 도윤희 경우 스위스의 바이엘러 미술관에서 지난 3월 16일부터 시작하여 5월 5일까지 열린다. 도윤희의 바이엘러미술관 전은 향후 바젤아트페어가 열리는 기간에 별도의 공간에서 소수의 작품을 선별해서 상설전시로 이어질 예정이다. 또 오는 11월에 젊은 작가들의 도약을 위한 윈도우 역할을 해 오고 있는 카르티에미술관에서의 전시도 기대되는 전시이다.


한국의 미술이 경매에서 주로 거래되는 특정작가만을 주목해 온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 이제는 눈을 돌려 새롭게 동시대를 읽고 호흡하는 작가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 다시 한번 시작을 위해, 도약을 위해 분발해야 할 때이다.



정준모(1957- ) 홍익대 서양화 석사. 자랑스러운 박물관인상(2005) 수상.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세계박물관 협회(ICOM) 한국총회 운영위원,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분관장 역임. 현 고양문화재단 전시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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