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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타이완 아트페어 리뷰

신항섭

중국미술시장이 소강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일부 화교권 국가들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홍콩을 비롯하여 타이완 그리고 싱가포르는 중국과는 대조적으로 미술품 수요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들 국가 미술시장은 지난 몇 년 중국작가들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이들 국가의 미술시장은 중국작가 중심에서 점차 자국 작가들을 중심으로 시장구조가 변하면서 한국 및 일본 등 주변 국가 작가들에게도 관심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시장구조의 변화는 중국미술에 대한 거품론의 제기와 때를 같이한다. 한 때 중국미술 시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타이완을 중심으로 하는 화교자본이 관망하는 자세로 돌아선 것은 미술시장 변화를 이끌어가는 요인의 하나이다.


타이완 아트페어 전경


지난 8월 29일부터 9월 3일까지 타이완세계무역센터에서 열린 ‘2008 타이완 아트페어’(7회)는 중국미술에 대한 시장구조의 변화를 직접 점검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타이완을 비롯하여 한국(8), 중국(10), 일본(14), 미국(5), 프랑스(2), 네덜란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독일, 홍콩, 인도, 스페인 등이 참여함으로써 국제아트페어로서의 면모를 갖춘 셈이다. 그러나 전통미술 중심에서 현대미술 중심의 아트페어로 모습을 바꾼 지 3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판매된 작품 대다수가 현대미술이어서, 빠른 시간 안에 세계의 흐름에 편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타이완의 콜렉터들이 중국을 비롯한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미술시장의 중요 고객임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이번 ‘타이완 아트페어’의 뚜렷한 변화 가운데 하나는 중국현대미술을 이끌어온 일련의 왜곡된 인물화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쇠퇴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샤오깡, 펑정지에, 정판즈 등의 작품은 물론 그와 유사한 작품들이 거의 팔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이는 중국 현지시장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다). 반면에 일본 및 한국작가들에 대한 관심도가 높고 일부 작가들의 작품은 적잖이 팔렸다. 전체적으로 판매가 이루어진 작품들의 대다수는 극사실적인 누드 및 인물 그리고 만화주인공을 확대한 이미지 등 단조롭고, 깨끗하며, 기술적인 완성도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지금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일련의 신사실주의 경향의 작품과 그 범주에 있는 작품 경향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듯 싶다. 중국현대미술의 주요 고객이었던 타이완 콜렉터들이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는 점은 중국미술시장으로서는 불길한 전조일 수 있다. 중국현대미술에 식상해 있을 뿐만 아니라, 가격이 너무 높다는 점이 이들을 불안한 심리상태로 빠뜨리고 있는지 모른다. 더구나 최근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의 급상승으로 인한 타이완 경제지표의 하락 또한 미술경기의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몇 가지 부정적인 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괜찮은 판매기록은 타이완 아트페어가 매력적인 시장일 수 있음을 말해준다. 연일 전시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의 높은 관심도 및 감상태도 그리고 콜렉터들의 수준 높은 안목은 기대이상이었다. 국민소득 3만 달러에 달하는 생활수준 및 그에 맞는 미술품에 대한 식견이 ‘타이완 아트페어’의 성공적인 요인일 수 있다. 한국 화랑들은 중국화랑들과 마찬가지로 판매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미술에 대한 높은 관심에 비하면 판매가 저조한 가운데, 김경렬, 이정웅, 고찬규, 지요상 등 한국작가들로만 참여해 모두 5점을 판매한 상해 무린화랑의 선전은 우연이 아니다. 중국 화랑으로 참여한 입체의 이재효 또한 3점이 팔렸고, 심여화랑의 윤병락도 대작이 팔렸다. 이들 판매된 작가들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위에서 말했듯이, 단순화고 깨끗한 이미지, 완성도 높은 기술과 연관성이 있다.


아트페어는 미술품 판매시장이다. 따라서 막연한 기대감으로 나갈 것이 아니라, 그 나라 국민들의 성향 및 정서에 맞추는 치밀한 시장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명년 ‘타이완 아트페어’에 대한 현지의 전망은 밝아 보이지 않았다. 국제적인 원자재 상승으로 인한 세계 경제지표의 하락이 ‘타이완 아트페어’에도 그 영향을 미치리라는 얘기다.



신항섭(1952- ) 1982년 현대미술 12인의 작품론집 ‘현대미술의 위상’으로 평론활동 시작. 2007년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장, 제2회 한국미술평론가협회상(평론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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