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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흙 이야기

글이 있는 그림(86)

7년 전 현재 지도하고 있는 교육기관에 발령되면서부터 흙으로 작업하는 계기를 맞았다. 이 기관에는 학생들에게 전통도자기를 가르쳐주는 시설 잘된 도자기 공방이 있다. 학생들에게 도자기를 지도하기 시작하면서 흙을 캔버스로 생각하는 연구를 하게 되었다. 흙과 회화의 만남이라할까. 딱히 도자기를 빚는 특별한 흙이 아니라도, 흙은 어디서나 수월하게 얻을 수 있는 까닭에 ‘만지고 빚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과 가장 가까이 있는 재료임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흙은 흙 자체가 지니고 있는 고유한 특성에 따라 물을 섞으면 가소성이 나타나고, 수분을 어느 정도 포함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무슨 형상이든지 유연하게 표현할 수 있고, 완성된 조형품을 건조시키면 단단해지고, 고온 불에 구우면 더욱 견고해지는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흙으로 빚어 구워 낸 작품을 일컬어, 굽다의 테라와 태우다의 코타를 합성하여 테라코타라 말한다. 어떤 생명이든 마찬가지겠으나 무기물인 흙도 빚어져 만들어질 때는 특별히 정성스런 손길이 필요하다. 흙은 흙 자체로서는 무기물이나, 씨앗을 품고 있을 때는 생명의 품이 되고, 하나님의 형상을 빚어 생기를 불어넣었을 때는 인간이 되었다. 흙을 만지다보면 질료 그 너머의 꿈이 보이는 것 같다. 흙을 뭉치고 만들고 편편히 펴고 혹은 이미지로 형상화하다보면, 그것 자체로서 깊은 교감이 이루어진다. 사나운 흙, 부드러운 바람 같은 흙. 따뜻한 흙 등등. 본래 흙(점토) 명칭에는 저온에서 굽는 옹기토. 분청토와 고온에서 굽는 백자토 청자토 등이 있다. 우연히 약한 불에 쪼인 흙을 꺼내어 물에 다시 섞으니까 덩어리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화상 입은 인체의 피부와 마찬가지로 불에 닿은 흙은 사람처럼 죽은 피부가 된 것이다. “아하! 흙도 살아있는 사람처럼 사랑 받고 싶어 하고 화상 입으면 생명도 뿌리내릴 수 없구나”

흙 작업을 할 때 느끼는 특정한 생각과 작업의 방법, 저마다 개성을 갖는 흙의 몸짓, 하나의 관점, 격렬함, 사랑....이러한 물성이 작품으로 소성되어 ‘하늘 정원에 핀 백 만송이 꽃의 상징적 가치‘로 만들고 있는 것이 이즈음의 ‘나의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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