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있는 그림(85)경인년, 새해벽두에 말 그대로 눈 폭탄이 내려 지하철을 제외한 육, 해, 공 거의 모든 교통수단을 단숨에 마비 시켜버렸다. 힘찬 계획으로 새해를 출발하려던 많은 사람들의 발목을 잡아버린 날 이였을 것이다. 한적한 도로에는 엉금엉금 기어 다니는 몇 대의 버스 이외에는 운행을 포기하고 버리고 간 차들이 전부였다. 그날 밤 자동차 소음이 없는 정적마저 감도는 거대도시 서울의 생소함을 느꼈다.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 한 고요한 서울의 아파트빌딩 숲을 거닐며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곳이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이곳은 아름다운 도시의 대명사로 학창시절 영어교과서 표지에 실렸던 금문교, 영화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케이블카, 알카트라즈, 동성애자들의 수도, 히피문화의 발상지등 실로 많은 문화를 간직한 곳이다.
내가 살았던 곳 주변에 웨스트포탈역이라는 곳이 있다. 그곳 부동산가게 앞에 놓여진 역의 주변 풍경을 찍은 빛바랜 흑백사진에는 1932년이라는 싸인이 사진 모퉁이에 있었지만 아무리 주변과 사진을 비교해 봐도 간판이외에는 건물이며 도로 등 그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1932년이라...
이곳을 떠나온 지 벌써 3년을 훌쩍 넘기고 있다. 다이나믹코리아를 외치며 전 세계 방방곳곳에 태극기를 휘날리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정말 부지런하고 자랑스럽다. 여기에는 창작활동을 하는 작가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번 폭설이 너무 빠른 것에 질투한 자연이 보낸 의미 있는 메시지가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